허씨는 서울 변두리 어느 동네에 사는 나이가 찬 백수였는데 그는 은퇴를 앞둔 늙은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하루는 매일 빈둥거리는 허씨가 못마땅한 그의 어미가 한숨을 지으면서 말했다.


"아가, 너도 이제 나이가 찼으니 일자리를 구해볼 생각이 없느냐?"


허씨는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일찍이 대학 다니기를 게을리하여 스펙 쌓기가 엉망이라 그럴수가 없습니다."


"그럼 9급 공무원이라도 준비해보지 않으련?"


"영어가 되지 못하여 그것도 불가하옵니다."


"하다못해 막노동이라도 뛰어보지 않으련?"


"제가 몸이 허약한걸 어찌하겠습니까?"


그 소리에 어미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밤낮으로 뒹굴거리기만 하더니 고작 한다는 소리가 못한다는 말 뿐이더냐? 머리가 나빠 공무원도 준비 못하겠다. 몸이 약해 막노동도 못하겠다 한다면, 차라리 이 집을 떠나 독립을 하거라!"


허씨는 두드리던 키보드에서 손을 뗀 채 황망히 일어서며,


"아깝다. 백수질로 십 년을 기약했는데, 인제 칠 년째인 것을..."


하고 집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러나 집을 나선들 집구석에만 틀어 박혀 산지가 칠년이 넘었으니 아는 이가 없었다. 곧바로 허씨는 지나가는 이를 붙잡으며 다짜고짜 질문을 했다.


"내가 돈을 융통하고자 하는데 누구한테 가는게 좋겠소?"


행인은 씨익 웃으며 아무말 없이 허씨를 데리고 중국어 간판이 가득한 거리로 향했다. 


자신을 왕씨라고 소개한 사내는 사람좋은 웃음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허씨는 아랑곳 하지 않고 시종일관 꼿꼿한 태도로 말을 했다.


"내 집이 가난해서 무얼 좀 해 보려고 하니, 1억원을 빌려 주길 바라오."


그러자 왕씨는 


"알겠소."


하고 당장 현찰 1억원을 내주었다. 허씨는 감사 인사도 하지 않고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그 광경을 처음부터 지켜본 왕씨의 부하들은 어리둥절해져 왕씨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저 간나를 아십네까?"


"모르지."


"아니, 저 아새끼가 뉜데, 기래 큰돈을 빌려주는 겁네까?"


왕씨는 웃으면서 말했다.


"대체로 돈 빌러온 아새끼는 눈빛에 비굴함에 들어차기 마련인데 저 간나새끼는 추레한 꼬락서니를 하고서도 당당하니 내 어찌 궁금하지 않겠니? 저 간나가 해볼려는걸 시험할 것이니 더이상 채근하지 말라. 못 갚으면 통나무로 만들어 버리면 그만 아니갔어?"


허씨는 1억원을 얻자마자 곧바로 마스크를 매수했다. 중국에서 건너온 신종 코로나에 온 나라가 들끓고 있음을 예상한 바였다. 


허씨가 이르길


"품질은 상관없으니 최대한 많은 수로 만들어 주시게나."


그리하여 그럴듯한 모양을 한 쓰레기를 한 다발을 가지고선 서울 한복판에 마스크를 팔기 시작했다. 질병이 들끓고 있음을 경계토록 하고 아직 있지도 않은 위험이 곧이라도 닥칠 것처럼 실감나게 연기했다. 공포심에 사람들은 너도나도 허씨의 마스크를 찾기 시작했고, 허씨는 그 차익으로 다시 마스크를 매수해오고 다시 되파는 것을 반복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스크는 허씨가 떼온 가격에서 수십배가 되었다. 허씨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고작 1억원으로 무매한 민중들의 공포심을 좌지우지 했으니 얼마안가 규제를 면치 못하리라..."


그 뒤로 며칠이 지나서 허씨한테 조선족들이 찾아왔다. 허씨가 하는 일을 전부 지켜보고 있던 그들은 허씨에게 마스크를 내놓으라고 겁박을 하니. 허씨는 순순히 자신이 가진 마스크를 전부 내놓았다. 


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기획재정부는 마스크를 매점매석하는 이들에게 색출하여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고 공표를 하였으니 마스크를 강탈해갔던 조선족들은 꼼짝없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께 돈을 나눠주고 나서 10억원이 남게되자 왕씨에게 그 돈을 몽땅 줘버렸다. 왕씨는 이에 크게 놀라 손사래를 치면서 허씨의 수완을 극찬하며 허씨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왕씨가 사람을 소개한다기에 허씨는 짐짓 무거운 표정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자리에 온사람은 자신이 정부의 대변인이라고 소개하며 진중한 표정으로 허생의 몰골을 살펴보고 이르길.


"당신의 행동은 벌을 받아 마땅하나 그 총명함과 수완이 특출하여 이렇게 고견을 청하는 바요."


그에 허씨는 시원스레 대답했다.


"말해보시오."

  

"일찍이 우리는 중국몽을 바라며 그에 있어 대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원하는 바요. 하지만 우한 사태에 이르러 대국에 대한 민심은 날로 흉흉해지고 있으니 어떻게든 민심을 돌릴 계책을 내주시길 바라는바오."


"과찬이오. 내 무슨 능력이 있다고 나랏일에 조언을 하겠소?"


"겸손은 필요없소이다. 우리는 당신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소. 그리고 당신은 이 계제를 빠져나갈 처지가 못되오. 일찍이 혹세무민하여 민심을 더욱 어지럽힌 죄를 갚는 길을 일러주는 것이니 그대는 당장 계책을 말하라."


그 말 또한 틀리지 않아 허씨는 잠시동안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일찍이 미세먼지의 원인이 중국에 있음이 명백함에도 자국의 화력발전과 디젤차량 그리고 터무니 없게도 어폐류를 굽는 것에 원인을 둔 바가 있소. 요는 선동과 날조를 퍼트려 참된 주장과 각축하다 보면 그것에 세뇌되는 부류가 있을 것이오. 그들을 지지삼아 민심을 현혹하는건 어떻겠소?"


대변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미 질병의 원인은 반박할 수도 없이 명백한 바. 어중간한 선동으로는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될것이외다."


"하아... 그러면 차라리 외국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질병의 확산을 진심으로 대처하는 것을 보여주어 민심을 얻은 뒤에 그 후를 도모하는 것은 어떻겠소?"


"본말전도요. 그런 강경한 방법으론 대국과의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니. 소를 위해 대가 희생된다면 그것은 대의에 어긋남이요. 정부가 내세운 주석을 흔드는 일이니 그것은 절대 불가하오."


허씨가 한탄하여 머리를 붙잡고 있자 대변인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선동과 날조를 한다는 일책은 동의하는 바요. 다만 세세한 것을 논의할 필요가 있어보이는 구려. 이것에 대해서는..."


"나는 민중들을 속여 이를 취한 도둑놈인 걸 인정한다. 허나 여기에 백성의 고혈을 쥐어짜는 더 큰 도둑놈이 있구나."


허씨는 대노하여 팔목만한 굵은 몽둥이를 머리 위로 높게 처들었다.


"그 도둑놈을 잡아 죽여야겠다."


이에 대변인은 대경실색하며 눈을 질끈감은채 작게나마 중얼거렸다.


"대가리가 깨져도..."


하지만 대변인의 대가리가 깨지는 일 없이 눈을 떠보니 허씨는 그 자리를 떠난 뒤였고 그 이후 누구도 허씨를 본 이가 없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