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 4


준철은 금시초문이란 표정이다. 

젯밤 성준이 스물 셋이란 나이에 자기 차를 가진 것을 보긴 했지만, 부자라는 소문은 처음듣는다.

종혁은 국밥을 마저 떠먹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저희 정보팀장님이 그러시는데, 그 사람 할아버지가 조흥은행 창업주래요."

"대단하네요."

"그러니까, 그래서 사람이 까칠한건가?"


자꾸만 이어지는 성준의 이야기에 준철은 조금 불편해진다. 그는 시선을 슬쩍 다른 곳에 두며 괜히 주젯거리를 돌린다.


"그 사람이야 성격이 어쨌든 간에 우리한테만 피해주지 않으면 되는거죠."



...



땅거미 진 오후, 종각 젊음의 거리는 주말을 맞아 화포를 풀러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 젊음의 거리 술집 중에서도 가장 큰 포차집인 경성주막. 그 곳 창가 자리에서 상혁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나 왔다."


성준이 무미건조한 목소리와 함께 나타나 상혁의 맞은 편에 앉는다. 상혁은 면목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은 안중에 없는지 오자마자 메뉴판부터 살피는 성준을 빤히 바라본다.


"술은 시켰어?"


성준이 메뉴판을 살펴보며 상혁에게 묻는다.


"참이슬 클래식으로 두 병 시켰어."

"오, 잘 시켰네."


성준은 메뉴판을 조용히 덮으며 호출벨을 누른다. 곧 직원이 달려오자 어느 때보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김치우동전골 하나 주세요." 주문한다. 직원은 알겠다고 대답한 뒤 성준이 건네는 메뉴판을 받아간다. 이윽고 다른 직원이 와 참이슬 클래식 두 병과 잔 두 개를 탁자 위에 올려놓는다.


"술 먼저 드릴게요."

"네~."


성준은 직원이 사라지자 곧바로 참이슬 클래식 한 병을 딴다. 그리고 자신과 상혁의 소주잔에 넘치진 않을 만큼 소주를 붓는다.

상혁은 소주를 붓는 성준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조심히 입을 연다.


"화 풀렸어···?"

"아직."


성준은 짧고 굵게 대답한 뒤, 상혁의 잔이 차자 소주병을 자신의 옆에 두고 의자에 탁 기댄다. 그리고 상혁과 두 눈을 마주치며 아침에 일어난 일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다.


"조안영은 내가 메인 한다는 거 알아?"

"어?"


상혁이 잘못들었다는 표정으로 되묻는다. 성준은 한 숨을 짧게 쉬곤 소주 한 잔을 들이킨다. 그리고 상혁의 잔까지 뺏어 들이키고 난 후에 대화를 이어간다.


"그래, 메인 하기로 했다. 했어. 이 새끼야."


성준의 대답에 상혁은 감동받아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넌 진짜 감동이다." 한 마디 한다. 성준은 그대로 픽 웃으며 비워진 잔을 채운다. 그리고 바로 건배를 제의하며 상혁에게 말한다.


"대신 오늘 술은 니가 사는거다."


상혁은 성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치며 장난끼 섞인 공손한 말투로 대답한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형님."


얼마나 마셨을까, 테이블엔 참이슬 클래식 3병이 나란히 올려져있다. 곧 직원이 한 병을 더 올려놓고 텐션이 올라간 상혁이 곧바로 뚜껑을 열며 어딘가 나사가 빠져있어보이는 성준에게 질문을 던진다.


"야, 성준아. 진짜 나 궁금해서 그런건데."

"응."

"아직도 안영이랑 그렇게 껄끄럽냐?"


성준은 머리를 긁적인다. 그러다 고개를 푹 숙이고 한 숨을 푹 내쉰다.


"껄끄럽기보단···."


그러다 시선을 창밖으로 슬쩍 돌리며 "잘 모르겠다." 라고 애둘러서 말한다.


"5년이나 지났잖아. 솔직히 제3자가 봤을 땐 너희 둘이 어색해질 이유가 전혀 없거든."


성준이 상혁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묻는다.


"그런가?"


상혁은 성준을 보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준은 쓸쓸하게 웃는다 그러다 괜히 상혁에게 주정을 부린다.


"아, 군대가서 다 잊었는데 너때문에 떠올랐잖아."



1~5편 종합본. 내용도 추가하고... 빼고 그리했읍니다.

다음은 버전이라고 해야할까요?


오전 근무가 끝난 뒤 찾아온 꿀같은 점심시간. 전 근무가 끝난 뒤 찾아온 꿀같은 점심시간.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홍보팀은 각자 자리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홍보팀장인 김종훈팀장과 홍보운영팀장 임동형팀장은 서로 의견을 나누며 상부에 보고할 보고서를 정리하고 있다.

김창훈대리는 혹시나 자신이 놓친게 있을까, 사내 인트라넷 메일을 다시 확인한다.

윤성은대리는 김종훈팀장이 준비해달라는 막내 중 한 명인 박정균사원과 함께 재검토 중이다.

또 다른 막내 김혁석사원은 스타벅스에서 사 온 커피를 홍보팀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그리고 홍보팀 중 유일하게 디자이너 직급을 달고 있는 성준은 밤샘작업의 후유증인지 안대를 쓴 채 모자란 잠을 채우고 있다.


이때, 서류를 정리하는 종이소리, 마우스 딸깍거리는 소리만 나는 홍보팀 사무실 문을 누군가 열고 들어온다.

제일 먼저 눈치챈 사람은 사무실 입구와 자리가 가까운 윤성은대리였다.


"어우, 놀래라."


그는 파티션 너머 낯선 인기척에 화들짝 놀란다. 옆에 있던 박정균사원도 그녀의 목소리에 같이 놀란 표정이다.

곧 팀원들의 시선이 그녀의 자리로 향했다. 처음보는 남자들이 그녀 앞에 뻘쭘히 서 있었다.

한 명은 큰 키와 순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고, 또 다른 한 명은 그보다 작고 볼 살이 없을 정도로 말랐었다.

"어서오세요. 저는 한샘 홍보팀 박정균사원이라고 합니다. 여긴 어떻게 오셨나요."

윤성은대리가 놀란 가슴을 추스리는 사이, 박정균사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한 얼굴로 그들을 맞이했다.
멀뚱히 서 있던 키 큰 남자는 아차하며 그제서야 허리를 반쯤 숙여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재무팀 신입사원으로 온 김준철입니다. 인사드리려고 방문했습니다."

뒤이어 마른 남자도 자기소개를 한다.

"저는 정보팀 시큐리티로 온 오종혁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종혁이 인사를 마치자 저 멀리 김종훈팀장이 안경을 고쳐쓰며 말한다.

"아, 이번에 들어온 신입들이구나."








그리고 뒤돌아보며 홍보팀을 준철과 종혁에게 한 명씩 소개시켜준다.

"아까 먼저 인사 나누신 여자 분은 윤성은 대리. 그리고 나랑 같이 있는 사람은 내 영혼같은 후배이자 우리 팀 투고인 임동형 팀장. 윤성은 대리 옆자리는 김창훈 대리고, 저기 두 사람은 아마 재무팀 신입하고 동기일텐데 우리 팀 막내인 박정균, 김현석 사원. 그리고···."

김종훈 팀장은 피곤함에 잠깐 조는 성준을 슬쩍 쳐다보곤 소개를 이어간다.

"우리 팀 디자이너이자 빽 이성준씨. 광고 디자인 때문에 며칠 밤새서 많이 피곤해요."
"왜 빽이에요?"

종혁이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성준을 쳐다본다.

"그건 나중에 차차 알게 되실거에요."

김창훈 대리가 별 거 아니라는 투로 딱 잘라 대답한다. 잠깐 시끌벅적했던 사무실 분위기는 급속도로 차가워진다.
잠깐 눈치보던 김종훈 팀장은 분위기를 다시 잡기 위해 서둘러 둘을 사무실에서 내보낸다.

"자, 만나서 반가웠고, 우리 앞으로 친하게 지냅시다. 특히 우리 재무팀 신입사원님은 우리 홍보팀 많이 도와주시고!"
"아, 네!"

준철과 종혁은 김종훈 팀장과 마지막으로 악수를 나누고 나중에 다시 뵙겠다는 인사를 끝으로 홍보팀을 나섰다.



...



어느 덧, 시침은 퇴근시간인 오후 6시에 멈춰있었다. 직원들은 자리를 정리하고 하나, 둘 씩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들이 향할 장소는 집이 아니었다. 모름지기 불금이라면 술 한잔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 법. 홍보팀 직원들은 김창훈 대리 주도 아래 팀장들을 제외한 채 종로의 '더 테이블'에서 모임을 가지기로 하였다. 그러나 일이 생기면 꼭 한 명이 걸리듯, 갑작스런 웹사이트 시안 제작업무가 떨어졌고 담당자인 성준은 뒤늦게 합류하기로 하였다. 

"성준아, 그럼 우리 먼저 가있을 게."

김창훈 대리가 사무실을 나서며 사이트 시안을 제작중인 성준에게 말한다.

"네. 형. 빨리 갈테니깐 너무 많이 먹지 마시고요."

성준이 무미건조하게 대답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시계는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일을 마친 성준은 시안 파일을 저장하고 짐을 챙겨 서둘러 사무실을 나왔다.
성준은 야간등 켜진 복도를 터벅터벅 걸으며, 괜스레 다른 사무실을 확인한다. 
보안팀, 인사팀, 마케팅팀 등 모두 금요일을 맞아 칼퇴근을 했는지 불켜진 곳은 한 곳도 존재하지 않았다.

'어?'

엘리베이터 앞에 다왔을 즈음, 재무팀에서 혼자 밝게 빛나는 책상 하나가 성준의 눈에 들어왔다.
성준은 '이 시간에 누구지?' 하고 재무팀에 들어온다.
그곳에는 오늘 아침 자기소개를 했던 준철이 혼자서 야근을 하고 있었다.
성준은 야근에 집중하느라 자신이 온지도 모르는 준철의 옆에 슬쩍 다가와 조심스레 말을 건다.

"퇴근 안하세요?"

준철은 흠칫 놀라며 옆을 돌아봤다. 둘의 눈이 마주치고, 둘 사이엔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오늘 처음인데 업무 파악을 좀 해야해서요."

준철이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에이, 첫 날은 무조건 칼퇴해야하는데. 보니까 정보팀 친구는 퇴근한 지 한참 된 것 같던데요?"

성준은 정보팀 쪽 사무실을 바라본다. 그리고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준철과 어색하게 얼굴을 마주한다.

"저, 근데 저녁은 드셨어요?"
"저녁이요? 잠깐 나갔다와서 먹으려고 했는데, 벌써 8시네요."
"그럼 잠깐만 기다려봐요."

저녁을 아직 못챙겨먹었다는 준철의 말에 성준은 가방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낸다.
곧 성준은 가방에서 먹음직스러운 소시지빵을 꺼냈다.

"오늘 저녁에 먹으려고 안스 베이커리에서 샀는데, 하나 더 주더라고요. 맛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