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너는 그냥 화장실 선반에 올려져 있던 걸 가져온 것뿐이라고?”

 

내 눈앞에 앉아있는 1학년 도서부원 덕분에 상황이 상당히 좀 골치 아파졌다.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다 미안하다.

 

. 그냥 화장실에 갔는데 선반 위에 책이 있어서···. 누가 놓고 갔나 해서 그냥 거기다 방치해 두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냥 반납함에 넣어두었거든요.”

 

아니, 왜 굳이 반납함에 넣었어? 그냥 도서실로 들어와서 놔두지.”

 

저 그때 과학실로 방과 후 수업 가는 중이라··· 가는 길에 시간 없어서 그냥 반납함에 넣고만 갔거든요.”

 

미간이 띵- 해온다.

 

이 친구가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

 

평소보다 좀 일찍 도착한 사서 쌤은 행정실에 가서 도서관이 위치한 5층 복도의 CCTV를 확인했다.

나중엔 나도 사서 쌤의 호출에 직접 CCTV영상을 살펴보았다. 여러 사람이 오고 갔다.

하지만 반납함에 와서 책을 넣고 간 한명은 약간 희미하긴 했지만 사서 쌤도 도서부장인 나도 잘 아는 얼굴이었다.

작은 체구 덕분에 기억하기 쉬운 1학년 남자 도서부원 후배다.

 

브루투스 너마저, 같은 배신감에 한바탕 혼을 낼 작정이었지만, 의자에 앉히고 추궁을 하면 할수록 나오는 것은 뭔가가 잘못됐다는 느낌뿐.

 

이 친구는 무고하다.

 

지켜보고 있던 사서 쌤과 눈이 마주쳤다.

사서 쌤도 동감인 눈빛이다.

 

돌아가던 상황을 보고 자신이 범인이 아님을 열심히 항변하던 도서부원을 이만 퇴근시키고,

나는 과부하가 걸린 머리통을 감싸 쥐었다.

 

생각보다 일이 복잡해졌네요.”

 

그러게.”

 

그냥 CCTV만 보면 끝날 줄 알았는데요.”

 

그러게.”

 

저 친구가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닐까요? 사실은 자기가 훔쳤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

 

그쵸? 그냥 한번 해 봤어요.”

 

사서 쌤이 갑자기 박수를 짝- 하고 쳤다. 시선이 그쪽으로 굴러갔다.

 

궁상떨지 말고 한번 찬찬히 생각해 보자.”

 

생각해 보면, 뭐 나오는 게 있어요?”

 

잘 되면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아낼 수도 있고, 못 되더라도 지금 이 상황에서 네가 공부를 한다한들 이 문제로 머리가 복잡해서 제대로 할 것 같지는 않거든.

머리 정리하는 차원에서 한번 같이 생각해 보자고.”

 

그리고는 덧붙였다.

 

커피는 브라질이 좋니 콜롬비아가 좋니?”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