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5년 1월 15일, 화요일, 구스펠트 시, 포부르 생 에투알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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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먹구름이 스멀스멀 끼기 시작하더니, 정오에 가까워 올 제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거리에는 어두운 톤의 코트를 입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저 로터리 한가운데에서는 춤이 높은 모자를 눌러 쓴 헌병이 단장을 휘두르며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성에가 낀 창문 너머로 내다보던 남자는 갑자기 모든 걱정일랑 덮어놓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졌다. 왜 그런지는 몰랐다. 

 

그래도 남자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만 했다. 문득 코 끝에 참나무 타 들어가는 냄새가 감도는 것 같았다.

 

물론 그것은 남자의 상상에서 발로한 것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남자가 자기만의 상상에 깊이 빠져들 무렵, 스토브 위에 올려둔 찻주전자가 삐이익- 하고 끓는 소리를 냈다. 

 

갑작스레 상상의 세계에서 현실로 끌어올려진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버너 쪽으로 향했다. 주전자를 들어 차를 따르자, 경쾌한 청포도 향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마음이 푼푼해지는 풍경이었다.

 

차를 한 모금 들었다. 쌉싸름한 맛의 뜨거운 차가 혀를 자극했다. 아직까지 상념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정신이 확 드는 느낌이었다.

 

 

"에잉, 상상도 못하게 만드네. 좀 상상에 잠기는게 뭐가 나쁘다고."

 

 

그 누구에게도 향하지 못한 투덜거림이 입 밖에 튀어나오자마자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렇게 혼자서 투덜대던 남자는 문득 생각이 나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계는 2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윽, 늦었군."

 

 

남자는 급하게 쓰다만 원고지와 수첩, 지갑 등을 자신의 가방 안에 대강 쑤셔 넣고, 카메라 가방을 걸쳐 메며 방을 나섰다. 

 

흔들리는 가방 안에서 쑤셔놓은 물건들이 서로 부딪혀 덜그럭대는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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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장에서 사람들은 눈을 피해 차양막 아래로 몰려들었고, 저 멀리서 진녹색으로 도색된 노면전차가 덜덜거리며 정류장에 접어들고 있었다.

얼마 뒤, 노면전차가 정류장에 멈춰서고, 검푸른 옷깃의 차장이 내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행선지를 크게 외쳤다.

 

 

"포부르 생 에투알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내리실 분은 지금 여기서 내리세요!"

 

 

어두운 색조의 옷을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내리고, 같은 색조의 사람들이 올랐다. 그리고 그 중에는 남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전차는 곧 덜컹- 소리를 내며 정류장을 벗어났다. 눈에 익은 건물들이 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지고 눈에 익지 못한 건물들이 빠르게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훈훈한 기운이 도는 차 안에서는 승객들이 서로를 향해 재잘거렸고, 그 재잘거림의 내용은 제법 다양한 것 같았다.

 

일의 고됨에 대한 불평, 앞으로 다가올 연말 연휴에 대한 기대, 요즘 새로 나온 물건들에 대한 비평 등등.

 

하지만 어째서인지 남자는 그 수많은 이야기들의 본질은 결국 같은 것이라고 느꼈다. 

 

그러는 사이 전차는 바스티앵 광장을 지나 프랑쿠르 궁을 거쳐, 라 시오타 거리를 통과한 뒤에 이제는 뒤플로마티크 신문사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 기사를 기고한 다음에는 뭘 하면 좋을까.

 

 

객석에 주저앉은 채, 남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문득 그는 자신의 여동생이 상경한다는 제 부모의 편지를 생각해냈다. 바보 같은 녀석. 남자는 생각했다.

그의 여동생은 어째서인지 어릴 때부터 남자를 잘 따랐고, 어째서인지 제가 하는 말이라면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었다. 도대체 어째서일까. 

 

그러거나 말거나 전차는 뒤플로마티크 신문사 앞의 정류장에 접어들고 있었다.

 

 

"뒤플로마티크 사옥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내리실 분은 지금 여기서 내리세요!"

 

 

차장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아뜩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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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생각이 나 후속을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