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6월 11일 0541시, 우크라이나 공화국 키예프


소련군의 모든 야전사령관들이 독일 전선의 전개에 대한 브리핑을 받기로 되어 있었다바투틴으로서는 그 이유가 분명했다사령관이 누군가 해임된다면 후임자는 상황을 알아 두어야 했다.


그들은 정보보고를 들었다스페츠나츠의 공격이 모두 제대로 될 것으로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지만특히 독일의 항구들에 대한 공격을 비롯하여 어느 정도는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스페츠나츠 부대는 함부르크와 킬 같은 큰 항구에서는 수많은 물자와 함께 서독 해군의 경비정을 날려버렸지만 라마스도르프 통신시설을 비롯해 가장 중요한 네 곳에서 뼈아픈 실패를 겪었다브리핑은 주로 엘베 강에 있는 다리에 대한 것이었다.


"어째서 사전에 경고받지 못했지?"

바투틴이 질문했다.


공군 장교가 대답했다.

"우리들의 정보로는 스텔스기는 초기 단계에 있으며 실전에 배치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어떤 이유인지 미국은 몇 개 중대를 구성할 정도의 숫자를 실전에 배치한 상태였습니다그들은 그것을 이용하여 우리 공중레이더 경계망을 제거하고 이쪽의 비행장과 보급선을 공격할 수 있는 침입 경로를 만든 다음 우리 쪽의 다목적 전투기에 대해 교묘하게 계획된 공중전을 도발해온 것입니다그들의 작전은 성공했습니다그러나 엘베 강 후방에 있던 부대의 절반이 이미 도하했고피해를 복구할 때까지는 예정대로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결정적인 성공은 아닙니다.“


"그래그렇다면 서부지역 공군 총사령관은 그들을 성공적으로 격퇴시켰기 때문에 체포당한 건가이쪽에서는 몇 대나 잃었단 말인가?"

바투틴은 소리쳤다.


"저에게는 그것을 밝힐 권한이 부여되어 있지 않습니다장군님.“


"그렇다면 다리에 대한 것은 말할 수 있겠나?“


"엘베 강에 놓인 다리의 대부분이 파괴된 것은 물론이고 대체용으로 다리 근처에 배치되어 있던 가교부대도 공격을 받았습니다.“


"무모한 친구들이군...... 주목표 바로 옆에 가교부대를 두다니."

독일전선군 총사령관이 이곳 키예프도 공습당할 거라는 듯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출발이 좋지 않군빅터."

이미 한 명의 장군이 체포당했다후임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바투틴은 끄덕이고 동의한 다음 손목시계를 보았다.


"30분 후에 전차대가 국경을 넘습니다적을 놀라게 하는 방법은 몇 가지 있습니다그들의 증원부대는 절반밖에 오지 않았으며우리 군의 병사처럼 심리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이쪽의 일격은 그들에게 타격을 줄 것입니다베를린을 맡은 사람이 부대를 적절히 전개하고 있다면 말입니다."



1985년 6월 11일 1130시, 독일연방공화국 서베를린 티어가르텐


티어가르텐! 유명한 숲이었다. 붉은 깃발은 40년만에 라이히스탁에 다시 내걸렸다. 길가에 도시 전역에서 전사한 군인들의 시신을 담은 가방이 쌓여 있었다. 그 곁에서 말라셴코 중장이 입을 열었다. 

"결국 시작되었군..."


"그래, 결국... 어떻게 끝날지 궁금하군요."

레베디예프 대령의 말이었다.


"빨리 끝나기를... 오늘은 쉽게 이겼지만, 내일은 또 어떨지 누가 알겠나?"


장갑차와 트럭에 탄 소련군이 환호하며 브란덴부르크 문을 넘어 끝없이 들어오고 있었다. 전투복을 입은 장군은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저쪽에서 키 큰 군인 한 명이 씩씩하게 걸어왔다.

"아! 내 조카 니콜라이일세. 오늘 아주 공이 컸어."


"체르냐빈 중위가 보고드립니다!"


"쉬어, 동무. 이쪽은 레베디예프 대령일세."

중위는 그보다 다섯 계급이나 높은 상관에게 경례했다.


"만나게 돼서 기쁘군, 동무. 오늘 자네 덕에 아주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어."


"다가올 많은 승리 중 하나입니다! 곧 유럽 전역이 사회주의의 영광을 목격할 것입니다!"


"내가 자랑스러워 한다고 부하들에게 전해 줘."

말라셴코 중장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삼촌! 승리할 수 있도록 뭐든지 하겠습니다! 충성!"

체르냐빈은 그의 장갑차로 달려갔다. 그의 공수부대는 쇠네펠트 공항에서 곧 덴마크로 떠나기로 되어 있었다.


"자기 엄마를 꼭 빼닮았다니까."


"저런 장교 몇명만 더 있으면 전쟁은 일주일 안에 끝나겠군요."


"그래야지. 진심으로 그러길 바라네."



1985년 6월 12일 0942시, 독일민주공화국 슈텐달


바투틴은 책상 위의 자료를 얼른 들여다보았다. 상관인 독일전선군 총사령관은 어제의 전황을 수뇌부에 보고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갔지만 이 정보는 총사령관이 듣고 설명할 것과는 다른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제대로 되고 있지 않습니까?"

밀러 대위가 물었다.


"하! 그렇군. 36시간내에 함부르크에 도달할 예정이었지. 하루 반. 계획으로는 그렇게 되어 있었어. 그런데 아직 그 근처에도 도달하지 못했어. 폴란드군과 소련군으로 이뤄진 제3충격군은 NATO 공군에 의해 막대한 피해를 입고 국경에 뻗어버렸다는군."

바투틴은 말을 끊고 지도를 올려다보았다.


"내가 NATO군 사령관이라면 다시 반격하겠어. 저쪽에서."


"아마도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없을 겁니다. 최초의 반격은 격퇴당했습니다."


"전차 여단 하나와 전폭기 60대를 희생시켜서 말이지. 그런 승리는 없어도 좋아. 우리 남쪽의 상황도 거의 같아. NATO군은 후퇴하면서 시간을 벌고 있으며, 그 방법이 교묘해. 그들의 지상군과 전술 항공기는 30년 동안에 걸쳐 연습해 오던 지역에서 작전을 벌이고 있는 거야. 우리 쪽의 피해와 소모는 예상했던 것의 150%에 가까우며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우리들은 견딜 수 없어."


바투틴은 상체를 뒤로 젖히고 자기 자신을 패배주의자라고 꾸짖었다. 그것은 자기도 전투에 참가하고 싶다는 소망이 나타난 것이다. 어떤 장군이든 그렇지만, 그는 자기라면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NATO군의 피해는 어떻습니까?"


"물론 그쪽도 크겠지. 그들은 병력을 크게 낭비하고 있어. 독일군은 함부르크 방위에 너무 많이 쏟아넣고 있지. 그 결과는 엄청난 손실이야. 우리들이 그들의 입장에 있다면 반격할 수 없을 경우 철수해야 해. 한 도시에 군의 균형을 무너뜨릴 만큼 많은 병력을 투입할 가치는 없는 거야. 우리들은 그런 교훈을 41년 키예프나 세바스토폴에서 배웠지만......."


바투틴은 속삭이듯 말한 다음 벽의 지도를 보았다.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서독은 함부르크 방어 때문에 도로수송에 무리가 생기고 있었다.


"실례지만, 장군님, 스탈린그라드는 어떻습니까?"


"그건 약간 상황이 다르지, 대위. 이번에도 그렇게 역사가 반복됐으면 좋겠군."


"KGB의 보고로는 독일군에는 2일분이나, 기껏해야 3일분의 탄약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군. 앞으로의 반격에서 그게이 결정적인 요인이 될 거야."


"우리 쪽의 보급과 연료는 어떻습니까?“

젊은 대위가 물었다. 바투틴의 대답은 일그러진 표정뿐이었다.



1985년 6월 13일 0854시, 독일연방공화국 니더작센 주 뤼덴


“여기선 아주 잘 보여.”

서부야전군 총사령관 바투틴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부관 밀러 대위가 동의했다.


"미군은 저걸 틀림없이 기뻐하고 있을 겁니다."

소련군의 대령은 낮은 구름을 몸짓으로 가리켰다.


"저 친구들의 비행기는 이쪽의 레이더가 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저공으로 날아오겠지요. 그렇게 되면 그들이 쏘기 전에 발견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가 됩니다."


"이제까지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가?"


"직접 보십시오."

대령은 손짓으로 전장을 가리켰다. 15대의 T-72 전차가 보였다. 불탄 잔해였다.


"미국의 그 저공 전투기 짓입니다...... 썬더볼트의. 병사들은 '악마의 십자가'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어제 2대를 격추시키지 않았습니까?"

밀러가 이의를 제기했다.


"그렇지요. 그러나 그 교전에서 4대의 자주대공포 가운데 1대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 친구가 2대를 격추시킨 겁니다... 루펜코 상사가. 나는 그를 위해 훈장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추서가 되겠지요... 두 번째 비행기가 그의 차에 추락했으니까요. 부대에서 최고의 포수였는데..."

대령은 안타까운 듯이 말했다.


2km 저쪽에는 쉴카 자주대공포의 잔해 위에 미군의 썬더볼트 공격기가 불탄 채 겹쳐져 있다. 틀림없이 고의로 한 짓이다. 아마도 조종사는 죽기 전에 단 1명의 소련 병사라도 더 죽이려고 한 것이라고 대령은 생각했다.


상사가 대령에게 헤드폰을 건넸다. 대령은 30초 정도 듣고 재빨리 끄덕이면서 짧게 말했다.

"이제 5분 남았습니다. 모든 배치가 끝났습니다. 따라오십시오."


엄폐호의 지휘소는 통나무나 흙으로 급조한 것이며 위쪽의 두께는 1미터쯤 되었다. 그곳에는 공격할 2개 연대의 통신원들이 20여 명 들어차 있었다. 사단의 세 번째 연대는, 돌파구가 열리면 그곳으로 진격하여, 예비 기갑사단이 적의 후방으로 돌아가기 위한 길을 만들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된다면 말이다.


물론 적의 병사나 전차는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2킬로미터도 되지 않는 앞쪽 능선 숲에 깊숙이 숨어 있을 것이다. 


그가 지켜보는 앞에서 사단장이 포병지휘관을 향해 끄덕였다. 그는 야전 전화를 들고 명령했다.

"사격개시!"


몇 초 지난 다음 폭음이 그들의 귓전을 때렸다. 사단이 보유하는 모든 포에 전차사단의 포까지 합세하여 맹렬한 소리를 냈다. 굉음이 시골 마을에 울려퍼졌다. 포탄이 상공을 날고, 파란 풀로 덮여 아름답던 언덕이 흙과 연기의 무참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번 공격은 본격적입니다, 소위님."

포수가 말한 다음 해치를 닫았다.


가가린은 헬멧과 마이크로폰을 조정하면서 밖을 살펴보았다. 두꺼운 장갑이 소리 대부분을 차단해 주었지만 발 밑의 대지가 흔들리면서 충격이 접지면을 통해 전달되어 차체가 흔들렸다. 그는 아주 드문 일이지만 아군 중포의 포탄이 전차 포탑에 명중하여 상부의 얇은 장갑을 뚫고 차체를 날려버리는 수도 있기 때문에 긴장했다.


미군 전차 좌우에서는 '국토방위대'가-주로 중년인 이 지역의 독일인 1개 중대가-깊고 좁은 구덩이 속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그들의 감정은 자기 자신과 자기들의 토지, 그리고 자기들의 집이 마주한 이 엄청난 사태에 대한 공포와 분노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대부분 농민이나 상점 주인으로, 조국을 위해서라기보다 자기 집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피해도 역시 엄청났다. '중대'라고는 하지만 실제 병력은 2개 소대에 불과했다.


"좋은 사격계획이야, 대령!"

바투틴은 조용히 말했다. 머리 위를 금속성의 날카로운 소리가 통과했다.


"지원 항공기군."


소련의 Su-24 공격기 4대가 그들 머리 위에서 선회한 다음 능선과 평행으로 날며 적진 속으로 네이팜 탄을 투하했다. 소련군의 전선 쪽으로 다시 방향을 바꾸었을 때 1대가 공중에서 폭발했다.


"저건 뭐야?"


"아마도 롤랜드 2 SAM일 겁니다. 곧 시작하겠습니다. 이제 1분입니다."


엄폐호로부터 5km 후방에서 2개 중대의 이동 로켓 발사기가 발사한 로켓이 계속해서 불꼬리를 끌며 날아올랐다. 그중 반은 연막용 탄두-적외선 조준기를 단 양쪽 전차가 근접전투에 들어가면 큰 쓸모가 없겠지만-를 달고 있었다.


수십 발의 로켓이 미군의 방어 구역에 떨어지고, 30발이 그 앞쪽 골짜기에 떨어졌다. 폭발 충격으로 전차가 심하게 흔들렸다. 파편이 장갑에 맞은 다음 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그를 정말 놀라게 한 것은 연막이었다. 그것은 놈들이 공격해 온다는 것을 의미했다. 회백색 연기가 소용돌이 형태로 치솟고, 지면을 자욱한 인공 구름이 감쌌다. T-80 전차의 포수는 적외선 조준기의 스위치를 넣었다.


"적이 보입니다!"

포수가 보고했다.


적외선 조준기는 온도 차이를 측정하여 연막을 1마일 정도 투시할 수 있었다. 더욱이 바람은 그들에게 유리했다. 미약한 바람이 연막을 서쪽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가가린 소위는 깊은 숨을 쉰 다음, 시작했다.


"목표, 전차. 10시 방향. 날탄! 발사!"


포수가 포탑을 좌로 돌리고 가장 가까운 미국 전차를 조준경의 십자선으로 잡았다. 그가 레이더 버튼을 눌렀다. 엷은 빛이 적의 전차에 맞아서 튀었다. 표시판에 거리가 나왔다. 1,310m. 사격통제 컴퓨터가 목표의 거리와 속력을 표시하고 주포를 올렸다. 컴퓨터가 바람의 속도와 방향, 공기의 밀도와 습도를 측정하고, 기동간 사격을 할 때는 전차의 기동을 감안해 탄도까지 측정해 주므로 포수는 목표를 조준 중앙에 갖다 대기만 하면 되었다.


모든 절차는 2초도 걸리지 않았고, 포수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겼다.


포구로부터 길이 10m의 화염이 분출하고, 심은 지 두 해밖에 안 된 낮은 나무를 날렸다. 전차의 125mm 포가 반동으로 뒤쪽으로 크게 물러나고, 탄피를 방출했다.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은 곧 갈라져 이탈피가 발사체로부터 떨어져 나갔다. 마침내 60mm 관통자가 초속 1.6km 가까운 속도로 공기를 꿰뚫으며 날아갔다.


1초 후, 관통자가 포탑 아랫부분에 명중했다. 내부에서는 미군 포수가 막 장탄하는 순간이었는데, 그곳으로 포탄의 핵을 이루는 열화우라늄 관통자가 M1 에이브람스 전차의 복합장갑을 꿰뚫고 돌입했다. 전차는 폭발하고 포탑이 하늘로 10미터쯤 날아올랐다.


"명중!"


가가린이 외쳤다.


"목표, 전차. 12시. 날탄! 발사!"


소련과 미국 전차가 동시에 발포했다. M1 에이브람스 전차의 포탄은 너무 높이 겨누어져 T-80 전차의 1미터 정도 위쪽을 스치고 날아갔다. 미군 전차는 운이 좋지 않았다.


"이동한다."


가가린이 말했다.


"똑바로 전진하라! 다음 장소로 이동!"


조종사는 이미 전진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시동 컨트롤을 강하게 돌렸다. 전차는 강렬한 기세로 전진한 다음 우측으로 돌아, 50미터 전방으로 향했다.


"지독한 연기로군!"


밀러 대위는 투덜거렸다. 바람이 연기를 그들 쪽으로 몰아와 전황을 알 수 없게 했다. 이제 전투는 대위와 중위, 그리고 상사들의 손에 맡겨져 있었다. 그들에게 보이는 것은 폭발하는 전차의 오렌지색 불덩이뿐이며, 그것이 어느 쪽의 것인지를 알 도리도 없었다. 지휘에 임한 대령은 헤드폰을 쓴 채 부하들에게 호통을 치고 있었다.


가가린은 조금 전까지 미군이 숨어있던 전차호에 이르러서 육중한 포탑을 좌측으로 돌렸다. 미군 보병이 보였다. 병력수송장갑차로부터 내려 전방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아군의 대포가 날아왔지만 그들을 저지하기에는 아직 충분하지 않았다.


"목표......, 안테나를 세운 전차. 수풀로부터 이제 방금 나온 친구야."


"알았습니다!“


포수가 대답했다. 포탑에 긴 안테나를 세운 M1 에이브람스 전차가 보였다. 저것이 중대장...... 아니면 대대장이 타고 있는 것이다. 그는 쏘았다.


포탄이 포구로부터 나오는 순간, 적 전차는 갑자기 방향을 바꾸었다. 가가린이 보고 있으려니, 예광탄이 엔진 부근을 약간 벗어났다.


"대전차고폭탄 장전!"

포수가 인터폰으로 외쳤다.


"준비완료!"


"저쪽을 향해, 이 새ㄲ..."


적 전차는 노련한 상사가 운전하고 있는 듯 지그재그로 물러서면서 골짜기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5초마다 방향을 바꾸고, 지금 다시 좌측으로...


포수가 방아쇠를 당겼다. T-80의 차체가 반동으로 튀고, 빈 탄피가 포탑 뒷벽에 떨어지며 소리를 냈다. 완전히 닫힌 차내에는 발사 화약냄새가 진동했다.


"명중! 잘했어, 파샤!"


포탄은 뒤쪽 두 차륜 사이에 맞아 전차의 디젤 엔진을 파괴했다. 곧바로 승무원이 탈출하기 시작하고, 포탄 파편을 피해 도망쳤다.


가가린은 다시 이동을 명령했다. 다음 순간, 미군은 그의 5백 미터 앞까지 물러나 있었다. 그들은 다시 2발을 쏘고, 병력 수송차를 1대 격파한 다음 1대의 전차 궤도를 파괴했다.


"전진!"


소대 지휘차량으로서, 가가린은 가장 먼저 전진했다. 그의 부대 전차 2량이 열린 언덕 사면을 내려가는 것이 보였다. 보병도 전진했다. 장갑차에 다시 올라타는 사람도 있고, 줄곧 달리는 사람도 있었다. 미군 포대가 포탄으로 능선을 덮고, 연막으로 철수를 가려 주었다. 명령에 의해 전차가 앞으로 나가고 시속 55km로 가속하여, 뒤쪽의 한 능선을 미군이 넘어서기 전에 잡기 위해 서둘렀다. 머리 위로는 아군의 것인지 적군의 것인지 모를 무수한 포탄이 날고, 야지에서 전차가 몇 대 폭발했다.


그는 쌍발 전투기 A-10 썬더볼트 편대가 똑바로 골짜기로 날아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눈앞에서 피격당한 4대의 전차가 폭발하고 썬더볼트는 공중에서 선회하여 서쪽으로 돌아갔다. 1발의 미사일이 뒤쫓았다. 그 미사일은 크게 빗나갔다.


가가린이 지켜보는 앞에서 2발의 매버릭 미사일이 날아왔다. 1발은 빗나가고 1발이 명중했다. NATO군은 다시 5백 미터 후퇴하고, 그러는 사이에도 양쪽에서 더 많은 연기가 치솟았다. 미군이 방어해야 할 마을이 보였다. 이 능선만 넘어서면 적을 퇴각시킬 수 있다!


NATO군의 대포는 이제 맹공을 가하고 있었다. 아군 보병은 처음 보았을 때보다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적의 장갑차는 정지한 채 미사일로 소련군을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전황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전개되는 것처럼 보였을 때, 악마같은 전투기가 날아든 것이다.


가가린의 전차는 지금까지 모두 5대를 격파했다. 이쪽은 아직 포탄에 맞지 않았지만... 가가린이 소비에트 연방의 영웅이 되도록 오래 무사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 때, 가가린의 전방 사면에 20여 대의 전차가 나타났다. 적의 마지막 전차 병력이었다. 아직까지 격추되지 않았던 1대의 Su-24가 날아와 2대를 격파한 다음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하늘로부터 사라졌다. 불타는 파편이 그의 전방 3백 미터 주변에 흩어져 내렸다.


그 때, 10대의 Mi-24 ‘사탄의 마차’ 공격헬기가 뒤늦게 등장했다. 늦게 왔지만 1분도 지나기 전에 전차 2대를 격파하고 늦게 온 것을 보충했다. 그러자 거기에 대응해 독일 공군의 팬텀이 나타나 공대공 미사일과 기관포를 발사했다. 공중에서 갑자기 맹렬한 전투가 펼쳐지고, 거기에 지대공 미사일도 더해졌다. 하늘에는 무수한 연기꼬리가 교차되었다. 엄청난 난전이 정리되자, 팬텀 전투기 2대는 서쪽으로 유유히 돌아갔다. Mi-24는 보이지 않았다.


"꼼짝 못하게 되었군."

바투틴은 말했다. 


그는 지금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배운 것이다. 공격 헬리콥터는 적의 전투기 앞에서는 살아날 가망이 없다는 교훈을. Mi-24가 왔기 때문에 결정적으로 유리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 독일 공군 전투기의 출현으로 어쩔 수 없이 피할 수밖에 없었다. 대포의 지원도 약해지고 있었다. 그 순간을 틈타 NATO군의 포수들은 교묘하게 소련의 대포를 두드렸으며, 여기에 지상 공격기도 협력하고 있었다. 전선에 좀 더 항공지원이 필요했다.


"화가 나지만, 이렇습니다."


"좋아. 전차사단으로부터 1개 연대를 보내 주지. 그러면 할 수 있을 거야. 저쪽에는 대여섯 대 남은 것 같군. 이쪽은 이제 얼마 후면 공격을 속행할 수 있는가?"


"2시간입니다. 부대를 재편성하는 데 그 정도는 필요합니다.“


"좋아. 나는 사령부로 돌아가야 하네. 적의 저항은 예상외로 강했어, 대령. 그런 점을 배제한다면 자네 부대는 잘해 주었어. 정보부에게도 좀 더 착실하게 하라고 말해 주게. 포로를 정리하고 엄격하게 심문해야 해!"


바투틴은 밀러를 거느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


"예상보다 훨씬 나쁘군요."

장갑차에 올라타자 밀러가 감상을 말했다.


"적은 1개 연대 정도로 맞섰을 거야."

바투틴은 어깨를 들썩했다.


"이런 종류의 잘못을 자주 저지른다면 도저히 성공할 수가 없어. 2시간에 4km 나가기 위해 치른 희생은 참담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라인 강을 건널 때쯤이면 우리는 죽은 군인으로 싸워야겠군.”

그는 잠시 씨근거리고는 말했다.


“공군 멍청이들이! 돌아가면 전선 항공부대 놈들을 혼내줘야겠어!"


지금이야말로 봉쇄가 필요했다. 그 많은 발트 해군과 북극 해군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가?



=Comment=

1. 충공깽을 확실하게 만나고 확인하시게 될 것입니다 여러부운!



[극지의 폭풍]

1부

1화 도화선

https://arca.live/b/writingnovel/1113207

2화 화마

https://arca.live/b/writingnovel/1114834

3화 기만

https://arca.live/b/writingnovel/1122227

4화 계략

https://arca.live/b/writingnovel/1124265

5화 사냥 계획

https://arca.live/b/writingnovel/1142563


2부

1화 선동

https://arca.live/b/writingnovel/1145269

2화 급변

https://arca.live/b/writingnovel/1147587

3화 위기

https://arca.live/b/writingnovel/1147628

4화 절정

https://arca.live/b/writingnovel/1148211

5화 나이트호크

https://arca.live/b/writingnovel/1150478

6화 붉은 영광

https://arca.live/b/writingnovel/1152052

7화 라인의 범람

https://arca.live/b/writingnovel/1153970

8화 사냥(1)

https://arca.live/b/writingnovel/1161962

9화 사냥(2)

https://arca.live/b/writingnovel/1163096


3부

1화 시작

https://arca.live/b/writingnovel/1167940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