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이런, 세상에나, 하느님, 등의 갖가지 절망적이며 어찌보면 약간 종교적일 수도 있는 여러 감탄사를 푸념하듯 혼잣말로 내뱉을 때, '내가 왜 다시 벌써 두 번은 썼던 류와 같은 갈래 ― 사실 갈래라기보다 엄연히 따졌을 때, 같은 제목이나 같은 기믹 따위로 부르는 것이 더 맞을 수도 있는 것 ― 인 이 따위의 소설을 써야 하는 지' 에 대하여 슬슬 회의감이 들기 시작하면서, 사실 결국에는 어찌저찌 쓰고 있지만, 아까 낮에 집 근처 서점에서 영어 학원에서 쓸 교재와 같이 사온 대여섯 문제 정도 풀다 만 수학 문제집이 보인다.

 문제집은 내가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폰의 바로 수직 아래 30cm 남짓되는 거리에 있으며 수학 문제집인만큼 당연하게도 갖가지 수학 문제들이 있는데, 일단 나의 나이에 맞는 고등학교 1학년 수학 문제, 그 중에서도 고등학교를 원래 입학했으면 첫 시간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후 바로 다음 시간에 배웠을 다항식의 연산 문제가 있다.

 사실 아까 첫째 문장이 '오' 로 시작하고 둘째 문장이 '문' 으로 시작했으니 오행시 처럼 소설을 쓸 것으로 예상했던 사람들은 "너님들 틀림"고 말하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 사실 이 문장이 벌써 세 문장 째이기에 시작하자마자 끝나게 되어버리겠지만서도, 아까 먹던 작은 사이다 병과 어제 먹고 귀찮아서 차마 치워놓지 않았던 보리차 병도 발코니에다 재활용해놓고 다시 방으로 와서 앉았다.

 하지만 한 3분 정도 거의 멍때리다시피 지났을까, 어느덧 이야깃감이 떠오르지 않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는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빌려 쓰자니 조금 기분이 뭐하고, 여러 밈을 써내려가자니 너무 뇌절이었고, 그렇다고 해서 나만의 이야기를 이 다섯 문장 안에 감자를 감자칼에 갈듯이 녹아내리기는 당연히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될 수준이었기 때문에 할 것이 없어진 나는 바로 뒤 침대에 누워서 조용히 별 임팩트 없이 이 다섯 문장 소설을 끝내기로 했다.

 아무래도 밑에 것은 한 문장으로 치지 않는 것이겠지?

 - 끝에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