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얘기했어?"

 소우가 로우, 리노와 이야기를 마치고 엔과 쿄우게츠와 합류하자 엔이 물어왔다.

 "글쎄, 그보다 그녀가 에미야 시로의 손녀라는건 확실한가? 엔"

 소우의 말에 엔이 말했다.

 "에? 아아, 응, 맞아. 직접 들었으니까"

 "그런가-"

 소우는 엔에게 리노에 대해 몇가지 질문을 하며 길을 걸어나갔다.


 ◇


 오전 9시경 신이치와 라이가는 홍주연세관 태산에 도착했다.
 손님이 적은 오전엔 뒤쪽에서 짐을 나르거나 했지만 점심 무렵이 되자 손님이 많아져 자신의 옷에 갈색 앞치마만 걸치고 서빙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신이치는 주문을 하려는 손님 중 한명을 보고 순간 행동을 멈추자 그것을 본 라이가가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야, 신이치"

 라이가의 말에 신이치는 방금 온 손님의 주문을 부탁한다며 자리를 떴다.
 이에 라이가가 주문을 받기위해 손님에게 다가가자 거기에 앉아있던 사람은 세명의 외국인이었다.
 그 중 금발머리를 뒤로 넘겨 묶은 그녀는 아침에 만났던 여성이었다.
 자신이 먼저 인사를 하자 왠지 얼굴이 푸르러진 듯한 그녀가 인사를 건냈다.

 "응? 아아, 라이가? 서빙하는구나"

 주문을 받은 뒤, 주방쪽에 오자 거기에서 신이치가 그녀쪽을 바라보고 있어 라이가가 말했다.

 "호오, 신이치"

 라이가의 이상한 반응에 신이치가-

 "어? 뭐야? 에? 뭔데?"

 하고 묻자 라이가는 웃으며 다음과 같이 말한 것이다.

 "반했구나, 너. 소개시켜줄까?"

 물론 얼토당토않는 말이었지만 신이치의 행동은 분명 오해를 사기 충분한 행동이었다.
 신이치가 이 나이 때의 청소년의 오해를 푸는데 적절한 거짓말을 섞어가며 고생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


 1시가 조금 넘은 시각, 리노는 음식점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사람들을 찾아냈다.
 그리고는 그들이 앉아있는 자리까지 가서 당연한 듯 옆의 의자를 빼고 앉았다.

 "안녕하세요, 신부씨와 성배씨"

 앉아있던 둘은 하얀 머리카락을 지닌 두명으로 높게 봐야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들은 각각의 앞에 마파두부가 놓여있었다.

 "흠? 아처의 마스터인가. 마파두부라도 먹으러 온 모양이군"

 어째선지 신부는 부글부글 끓는 가마 같은 마파두부를 먹고 있었다.
 그것도 굉장한 기세로.
 이마에 땀이 배이고, 물 따위 필요 없다, 한 번 손을 멈추면 두 번 다시 숟가락이 움직이지 않는 게다, 라는 듯한 수라와도 같은 기백.
 그렇다기보단 오기로 먹고 있는 거 아닌가 이 녀석, 먹는 스피드가 심상치 않다.
 혹시 맛있는 건가.
 저 라유와 고추를 백 년 정도 끓여 합체한 끝에 ,나 초 매운 마파두부, 이후로 잘 부탁해, 라고 지껄이는 듯한 요리가 맛있단 말인가.
 중국요리를 좋아하지만, 이건 위험해, 신부도 위험하지만 이 가게도 위험하다.
 저거, 절대로 위험한 양의 겨자가 들어있다.
 그렇지 않으면 설명이 안 된다.

 "왜 그러나, 남의 먹는 것만 멀뚱히 보고, 시키는 게 어떤가"

 먹으면서 신부는 말한다.

 "......"

 조심하면서 아니, 이제 뭘 조심하고 있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조심하면서 주문을 위해 벨을 누른다.
 처음 의도와는 달리 주문한 것은 짜장면 한 그릇.
 머리속에서 수만번이고 계산한 결과, 도저히 저 위험한 음식을 먹을 생각이 들지가 않는다.
 분명 저건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요리가 아니다.

 "......"

 지그시 신부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굉장하다.
 마파두부, 남은 건 두 숟갈 뿐이다.
 이 녀석, 정말로 저걸 다 먹을 생각인가 싶어서, 목울대를 울렸을 때, 갑자기 옆에 앉은 레이야스필이 손을 올린다.
 그쪽을 바라보자 그녀의 앞에 있는 그릇은 텅 비어있다.

 "에엣!? 거짓말! 그걸 전부 먹었어?!"

 게다가 그녀는 신부와 달리 땀 한 방울 나지않았다.
 이것이 성배의 기적인 것일까,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완식할 수 있단 말인가.
 놀라는 나를 놔두고 그녀는 다가온 점원에게 말한다.

 "한 그릇 더"

 미쳐있다.
 그것을 한 그릇 더 먹는다는거야!?
 말문이 막혀 멀뚱히 쳐다보고 있자 하나의 목소리가 더 들린다.

 "여기도 하나 더 부탁하도록 하지"

 분명 미각이 없을 것이 분명한 위험분자 둘.
 괜히 앉았다, 라고 생각하면서 주문한 음식을 빨리 먹고 도망가기로 마음먹었다.


 ◇


 U넥의 검은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그 위에 허벅지를 덥는 검은색 롱자켓을 입은 오리에는 눈이 치워진 신토의 길을 걷고 있었다.
 향하는 곳은 한 음식점.
 가는 이유는 단순히 짜장면이 먹고 싶었을 뿐, 이라고 캐스터에게 말하고 나왔다.
 뭐, 나도 숨길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치 않지만 자신의 성격 상 직접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것 뿐이다.
 바로 어제 처음 만났을 뿐인 상대를 그저 다시 만나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찾아간다는 말을 어찌 직접할 수 있겠는가.
 상주하는 호텔의 근처였기에 금방 도착했지만 차마 들어가기가 힘들어서 서성대고 있자, 머리 속에서 캐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처에 세이버의 마스터가 있어요, 미스 카라코우지. 일단 숨는게 어떻겠습니까? 중식집 안이라도 말이죠'

 누가봐도 분명한 거짓말.
 그것을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 그런가요? 그럼 어쩔 수 없죠. 일단 숨을데도 여기 밖에 없고. 진짜 어쩔 수 없으니까 들어가는거에요, 캐스터'

 그 말에 캐스터는 '네네, 알겠습니다' 하며 폭소했다.
 그러거나말거나 지금 신경이 온통 레이야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걸까, 별로 화가 나지 않는다.
 어찌됐든 가게로 들어가자 점심시간이 지났는지 꽤 한산했다.
 도중에 눈에 띄는 하얀 머리를 발견해 걷는 듯 달려갔으나, 어째선지 그곳은 지옥이었다.
 새빨갛게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거의 다 먹어가는 두명과 그 사이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가련한 어린 양 하나.
 그 지옥을 입에 퍼나르던 레이야는 나를 눈치챘는지 아, 하고 쳐다보았다.

 "안녕하세요, 오리에. 또 만났네요"

 그 말에 이쪽을 쳐다보는 어린 양은 분명 아처의 마스터일 터인데... 어찌하여 신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일까, 나, 신은 믿지 않는데.
 남은 하나의 의자에 앉는다.
 아처의 마스터의 앞.
 설마 그녀가 있을거라고는 생각 못했기에 조금 불편하다.
 아니, 그보다 저 여자는 내가 마스터인걸 아는걸까,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를 지나가는 도중.

 "오리에, 주문은 안하나요? 이거 같이 드시겠습니까?"

 그녀가 먹고 있는 음식을 본 순간...... 이건 거절해야 한다고 온 몸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난다.
 어떻게 할까, 잠시 생각하는 동안, 마주앉은 자리의 그녀가 말한다.

 "그만두는게 좋아. 오리에라고 했던가, 저건 사람이 먹을게 아니니까"

 그 말에 먹고 있던 레이야가,

 "음... 그런가요? 저는 사람이 아니기에 먹을 수 있는건가요?"

 라는 그저 단순히 진실만을 전달한 말이 분명 다음의 결과를 초래한 것이겠지.

 "아뇨, 저 사실 한번 먹어보고 싶었어요. 레이야, 한입만 줄래?"

 분명히 그 지옥은 사람이 먹을만한게 아니었지만 어째서 나는 이리도 멍청해진걸까, 사람이 아니다, 라는 그 부분에 반응한 것이겠지.
 그녀가 사람이 아닌 것은 그녀 자신도 어떻다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왜일까, 내가 그 말에 가슴이 아픈 것은.
 레이야가 이쪽을 향해 숟가락을 내밀었다.
 아니, 잠깐, 난 그저 내 숟가락으로 그릇에 있는 지옥을 퍼 내 입으로 가져올 생각이었는데, 어째서 그녀의 수저가 나의 눈 앞에 있는 것일까.

 "역시 그만두는 겁니까?"

 잠시 머뭇거리자 마음이 바뀌었다고 생각한건지 레이야가 물었다.
 그래, 지금이라면 저 지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어, 라고 외치는 이성적인 두뇌와는 달리 감성적인 몸은 고개를 흔들고 내밀어진 수저를 입에 담았다.
 그리하여, 약 10년간의 집행자로써의 일은 고통의 축에도 속하지 않았구나, 하는 것을 성배전쟁의 도중인 오늘에서야 깨달은 것이다.


 ◇


 하나뿐인 구세주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어째선지 그 지옥을 입에 넣었다.
 보는 이쪽마저 기절할 것만 같은 느낌.
 바보다.
 호텔의 프론트에서 처음 보았을 땐 어째선지 그녀가 요즘 일어나는 연속기절사건(?)의 범인이자 캐스터의 마스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오늘 이 바보 같은 행동을 보니까 전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성배와 알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마스터인게 분명할터, 그렇다면 저건 연기인가.
 지옥을 입에 넣은 순간 죽을것 같이 얼굴이 시뻘개진 오리에는 벌컥벌컥 물을 연달아 마시고, 아니 들이붓고 있었다.
 평소의 오리에를 알고 있는 자가 이 광경을 보면 그야말로 지구가 반대로 돌고 있는게 확실하다며 증명이라도 하려들테지.
 그 정도로 평소의 오리에 답지 않게 말도 안되는 짓을 벌였으니 리노가 그녀를 이상하게 여길만 했다.
 그보다도 리노가 더 이상히 여긴건 성배에 대한 그녀의 태도였다.
 자기 자신이 아는지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보기엔 누가봐도 사랑에 빠진 소년, 그 자체였다.
 여자인 내가 봐도 귀여운 그녀를 소년에 비유하기 좀 미안하지만, 실제로 성배와 그녀가 커플이라고 한다면 분명 그녀쪽이 더 남자에 어울리겠지.
 리노는 눈 앞에서 물을 들이붓는 그녀를 걱정하는 레이야스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그 도중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

 "흠, 그럼 이만. 나는 가보도록 하지"

 그의 그릇은 어느새 깨끗하게 비어있었다.
 빨랏!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추가로 나온 한 그릇을 다 비운채 그는 가게를 빠져나간다.
 남은 사람은 여자 셋.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 던데--
 신부가 돌아가고 잠시 후, 물을 들이붓던 오리에는 어느정도 진정을 되찾은 듯 했다.
 레이야스필이라고 했던가, 성배의 그릇이라고 들어 영상에서만 보던 로봇처럼 딱딱한 느낌이라고 생각했는데, 인격을 가지고 있어서일까, 의외로 친절하게 느껴진다.
 지금도 그녀는 오리에를 걱정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그에 괜찮다는 듯 말하는 오리에.

 "아무리 생각해도 친밀 이상의 무언가가-"

 아차, 무심코 입으로 내뱉어버린 말에 오리에가 이쪽을 쳐다본다.
 아니, 저건 째려보는건가?

 "뭡니까? 치.. 친밀 이상의 무언가라니 벼.. 별로 그런거 아닉, 아니니까"

 어라? 반응 이상한데, 어째서 거기서 씹는거야.
 그보다 왠지 귀여워, 여동생이 있다면 분명 이런 느낌이겠지.

 "헤에, 그으래? 진짤까나- 어떻게 봐도 말이지"

 일부러 같아 보이는 말투.
 그에 어떻게 반응할지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린다.

 "네, 진짜. 진짜라니까요. 그치, 레이야?"

 "네? 뭐가 말이죠?"

 오리에가 진정했다고 생각했는지, 성배의 그릇이라더니 이대로 가다간 마파두부의 그릇이 되는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남은 마파두부를 체내에 옮기며 말하는 레이야스필. 
 이를 들은 오리에는 알아듣게 설명해주려는 듯 한데,

 "우리들 아무 사이 아니지? 레이야"

 뭔가 이상한 말투가 되어버렸다.
 본인도 눈치챘는지 뭔가 다른 표현을 생각하는 듯 하지만, 그 전에 레이야스필이 입을 연다.

 "---그랬군요. 저희 아무 사이도 아니었군요"

 이건 수라장의 예감!
 낙심한 듯한 말하는 레이야스필에게 항변(?)을 하려는 오리에를 제치고 먼저 단 한마디.

 "그런가보네, 레이야스필. 안됐네, 각별한 관계라고 생각했던건 당신뿐이었나봐"

 아니나다를까, 그 말에 오리에는 엄청나게 당황했는지 엄청난 기세로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그렇지 않아, 틀려! 나도 레이야에 대해 각별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가게의 모든 사람이 들을 정도의 큰소리로 폭탄선언을 한것이다.
 뒤늦게 깨달은듯 얼굴을 새빨갛게 해 자리에 앉아 고개를 숙인 그녀에게 레이야스필은 순진무구하게 말한다.

 "그런가요, 다행이네요. 저도 오리에 좋아하니까요"

 그 말에 얼굴은 커녕 귀까지 빨개져 레이야스필의 말에 대답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오리에를 보고 조금 미안하면서도 귀엽다고 생각했다.
 엄청 부끄러웠는지, 오리에는 약 5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야 안정이 됐는지 말을 건네왔다.
 아니 아무래도 아직까지 완벽하게 안정은 되지 않은 모양이지만.

 "으으, 어째서 이런 일이. 일부러지, 당신"

 지금까지의 경어는 어디에 갔는지 어조는 무너져 그야말로 적을 대하는 말투로 나에게 물어온다.
 어느 정도 막역해진 느낌이랄까.

 "응, 이제 알았어?"

 웃으며 말하는 나의 대답에 오리에는 어이없다는 듯 말한다.

 "어째서 이런 일을 하는거야, S 아냐? 당신"

 째려보며 말하는 내용은 너무나도 당연해서,

 "뭐야, 그것도 이제 안거야? 그보다 어조, 바뀌었네? 그쪽이 평소의 오리에?"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오리에는 지금 알아챈 듯, 아, 하고 뭔가를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에에, 뭐, 그런 느낌, 일까? 평소라기보다 친한 사람 앞에서만이라고 할까, 두명 밖에 없지만서도"

 친한 사람 앞에서만인데, 두명?
 어지간히도 친한 사람이 없네.
 그런데 생각해보면 확실히 방금까지의 그런 딱딱한 어조로 말하는 사람과 친해지려면 무리가 있을 것도 같다.
 아니, 그보다도 다시 말하자면 그건-

 "나, 오리에의 친한 사람?"

 나의 물음에 어지간히도 싫었던걸까, 오리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으엑, 아니, 이건 말이지. 그냥 하도 화가 나서 어조가 풀렸을 뿐이니까, 다시 경어를 쓰기도 이상하고"

 너무하네, 사람을 향해서 으엑, 이라니.

 "그래? 그럼 어쩔 수 없네. 친해질 때까지 놀리지 않으면"

 더욱 더 일그러지는 오리에의 표정.
 어째서?! 라며 소리치는 그녀의 말을 무시한채 어느새 불어버린 짜장면을 먹는다.
 불어버린 짜장면은 별로 맛 없지만, 정말 오리에는 놀려먹는 맛이 있는 아이네.
 정말, 그녀가 성배전쟁의 마스터라는게 아쉬울 정도로---
 결국 오리에는 그저 레이야스필을 보러 왔을 뿐인건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가게를 나왔다.
 가게에서는 연신 오리에를 놀리느라 정신이 없어서 몰랐지만 꽤나 오래 있었는지 어느새 시간은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자, 그럼. 저는 교회로 돌아가겠습니다"

 레이야스필의 말에 오리에는 아쉬운 듯 데려다줄게, 하고 말하지만, 레이야스필은 괜찮다고 거절한다.
 이에 오리에가 알겠다고 하려는 것보다 먼저 말했다.

 "뭐, 어때. 나도 교회 안 가봤으니까 같이 가자"

 오리에가 레이야스필과 조금이라도 더 있게 해주려고 도와줘야지.
 뭐, 가게에서 놀린 것도 조금은 미안하니까.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레이야스필에 동행해 교회로 향한다.
 연신 오리에의 표정이 밝은게 조금, 아니 꽤나 귀여웠으니까 괴롭혔지만 애초에 이 시간을 만든건 나니까 이 정도는 괜찮잖아?
 어느새 짧고도 길었던 겨울의 해는 그 모습을 감추어 하늘엔 달을 제외하고는 어둠만이 가득 차 있었다.
 레이야스필을 교회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은 오리에와 나, 단 둘이다.
 교회를 나와 둘이 된 순간부터 오리에는 대답하는 기계가 된 듯, 먼저 말을 걸어오는 일이 없다.
 대답은 단답.
 뭐, 원래의 모습이라는 것이겠지, 만-
 너무하잖아.
 그래도 지금까지 단 몇시간이지만 즐겁게 얘기한 상대인데 말이야.
 뭐, 기다렸던 때도 왔고, 부딪힐까-
 교회와 호텔의 중간지점에 있는 한 공원, 태양이 지고 난 뒤라서일까,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어느새 공원에는 나와 오리에, 두 사람.
 그 중간쯤에서 내가 가던 걸음을 멈춰섰는데도 불구하고, 오리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깨닫지 못하고 계속해서 걸어간다.

 "너무하네, 오리에. 무슨 생각을 그리하는거야"

 나의 말이 뒤에서 들려, 그제서야 눈치챈 듯, 오리에는 뒤를 돌아보았다.
 상호간의 거리는 약 5m, 서번트라면 한 걸음에 도약할 거리를 사이에 두고 선다.

 "아, 죄송해요.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느라-"

 뭐, 보나마나 레이야스필의 생각이겠지.
 어느새 어조도 처음 보았을 때로 돌아가 있고, 그것보다 좀 아쉽네,

 "돌아갈 때까지가 소풍이라지만, 아쉽네. 우리들의 소풍은 여기서 끝이야"

 조금만 더 이 시간을 즐기고 싶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