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하셨습니다~"

 "오우, 수고" "Rock!! 수고했다, 네녀석들" "아아, 네놈들 치곤 나쁘지 않았다" "어이어이, 아직 등장 몇번 안했는데 끝난거냐" "그건 저도 마찬가지라고요, 마지막엔 죽어버리고" "기운내라, 난 한번으로 끝이라고. 나온게 어디야" "아, 거기!!! 시끄러워요! 조연이 안 나오는게 당연하잖아요!" "윽, 너무하지 않습니까, 이래봬도 일류 마술사라고요?!" "응?"

 어딘가의 카페, 라고 이제는 속일 이유도 없는 카페, 아넨엘베.
 여기저기에 성별과 나이 그리고 국적마저도 다른 사람들이 앉아있다. 
 엔이 처음으로 내뱉은 말에 너 나 할 것 없이 떠들어대기 시작한다.
 그러던 도중 자칭 일류 마술사라는 목소리에 리노가 돌아보자 거기에는 못보던 신사가 한 명.
 짧은 금발의 머리카락을 전부 뒤로 넘긴 외국인인 그는, 무릎까지 오는 청색의 코트를 입고 그 밑으로는 자주색의 바지를 입고있었다.
 그리고 얼굴로 보건대, 아마 그는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라? 너, 누구?"

 거침없이 말하는 리노의 말에 남자가 꽤 중후한 목소리로 말한다.

 "아, 소개하도록 하죠. 저는 갈로 렐람파고 아틀라시아, 아틀라스원의 마술사입니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 것일까, 아니면 그의 이름을 들은 것일까, 리노의 근처에서 바나나 우유를 마시며 레이야스필과 이야기하던 오리에가 자신을 갈로라고 소개한 그를 쳐다보고는,

 "에?! 거짓말! 진짜 있었어? 착각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리에가 놀라는 것을 보고 리노가 아는 사이냐고 묻자 오리에가 되묻는다.

 "어? 리노씨, 몰라요? 아틀라스원의 부원장이에요, 그 남자. 언제였더라? 목요일이던가 상점가 근처에서 봤던 기억이 있는데..."

 그러면서 생각을 떠올린다.
 그것은 분명 캐스터를 소환하고 다음날의 아침이었다.
 그녀는 어쌔신이 올 듯한 곳에 함정을 설치할 생각으로 후유키시의 한 상점가에 있었다.
 거기에서 발견한 것이 분명......

 "하아? 렐람파고라고 했냐? 네 녀석"

 오리에가 생각에 빠져든 도중에 그녀의 뒤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자 거기엔 붉은색의 머리를 전부 올리고 그와 같은 색으로 불타는 듯한 눈동자를 지닌 랜서였다.
 그랬다.
 그 때 눈에 띈 것이 이 랜서와 그의 마스터인 토오사카 엔으로 뭔가 있을까 싶어서 1시간이나 뒤를 쫓다가 결국 아무 소득 없이 그만두었었다.
 그리고 돌아가려는 도중 얼핏 시야에 들어왔던 사람이 한 명.
 그것이 여기 있는 그, 갈로 렐람파고 아틀라시아.
 어라?
 그러고보면 렐람파고라니 어디서 들어본 듯한...

 "아앗?! 그러고보면 당신, 렐람파고잖아!"

 오리에보다 먼저 리노가 알아채고 놀란 듯 소리친다.
 이에 랜서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갈로를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

 "이 몸의 앞에서 렐람파고를 언급하다니 그 이름, 진실인가?"

 랜서의 말에 갈로는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에에, 물론이죠. 설마 제가 선조님을 앞에 두고 거짓을 말하겠습니까? 사이키님. 게다가 사실 토오사카의 후계자에게 성유물을 양도한 것도 저라고요?"

 "호오, 그럼 어째서 직접 소환하지 않았지?"

 랜서가 자신의 궁금증에 대해 묻자 갈로가 조금 곤란하다는 듯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꺼내간다.


 ◇


 내가 성배전쟁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전쟁의 개시로부터 3년 전이었다.
 성배전쟁에 대해 알고 이것보다 빨리 근원에 도달하는 방법이 있을 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뭐, 참가하는 마술사 전원이 그렇겠지만 내가 구하는 것은 근원이었다.
 그렇기에 3년전부터 아틀라스원을 빠져나와 후유키시와 신토를 전전하며 시작의 가문이라던 토오사카와 마토우를 조사했다.


 그렇게 3년이 지나고 성배전쟁의 발발일로부터 7일, 6일, 5일, 4일, 3일, 2일, 1일 전.
 그런데...... 어째서 령주가 나타나지 않는거지?!
 대성배가 기동하기 하루 전에도 결국 령주가 생기지 않아 할 수 없이 토오사카와 거래를 하게되었다.
 마토우가 아닌 토오사카와 거래를 한 이유는 단 하나.
 토오사카 엔이 성배에 관심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해 성유물을 넘겨주는 대신 성배가 근원으로 향하는 길이 되는 경우 자신에게 넘겨준다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


 "요약하자면 성배의 선택을 못 받았다, 라는 그 뿐인 이야기죠"

 제일 마술사다운 비원을 지녔지만 성배에게 선택받지 못하고, 그 꿈을 다른 자를 통해 이루려했던 갈로 렐람파고 아틀라시아.
 그러나 불쌍하게도 랜서의 조기탈락을 눈으로 보고 결국 성배전쟁을 포기하게 된 것이다.

 "뭐, 말하자면 약해빠진 토오사카를 선택한 게 잘못이었네요"

 갈로의 이야기를 듣고 꺼낸 오리에의 말이 들린 것이겠지.
 소우와 로우, 그 밖에 몇몇의 남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엔이 다가왔다.

 "우와, 너, 너무하잖아. 내가 어쨌다고-"

 "아니, 사실이지 않습니까. 만약 당신이 일류였다면 분명 랜서가 죽지는 않았을걸요"

 랜서가 어쌔신에게 공격당한 그 순간을 지켜봤던 오리에의 말에 엔이 으으-, 하며 신음소리를 낸다.
 그리고 그걸로 랜서는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평상복이 빛나더니 황금의 갑주로 바뀐다.

 "하하하, 생각났다. 그 망할 어쌔신 자식! 어디 있냐!!!"

 아무래도 성배전쟁에서 죽었을 때가 생각난 모양인지 화가 난 상태로 어쌔신을 찾아 돌아다닌다.
 엔이 그걸 말리지만 역부족.
 결국 어째선지 아처와 대화하며 파스타를 먹고 있던 어쌔신을 발견하고 전투가 시작되나 했으나,

 "시끄럽다, 네놈들. 싸울려면 나가서 싸워라"

 세이버의 말에 아무래도 랜서의 목표가 바뀌었는지 랜서의 시선이 세이버에게로 향했다.
 그리고는 업신여기는 듯 말을 꺼낸다.

 "호오, 뭐야, 어디서 개가 짖나 했더니, 고작 마스터 나부랭이에 죽은 녀석이 아닌가"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세이버가 들고 있던 유리컵이 산산조각난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이버는 신경도 쓰지않고 일어나 랜서를 바라본다.

 "절대 그 신부놈에게 진 적은 없다만, 지금건 시비를 건다고 판단해도 되겠지? 좋다. 나와라, 이 자식아"

 세이버는 랜서의 말을 정정하더니 가게의 밖으로 나간다.

 "하! 좋아, 이번에야말로 그 남은 눈알 하나를 뽑아주마"

 랜서도 그 뒤를 따라 나서고 이윽고 가게의 밖에서 쇠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가게에 남은 사람들은 애초에 관심도 없었는지 자신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있었다.


 ◇


 소란스런 중앙의 테이블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 두 남자가, 왠지 안 어울리는 조합인 캐스터와 버서커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현자의 돌을 만들기 위해 불사의 몸을 가지려다가 실패한 버서커로써는 현자의 돌을 만들어 낸 캐스터를 존경할만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는지, 아까부터 캐스터를 선생님이라 부르고 있었다.

 "그래서 말이죠, 선생님. 어째서 저는 불사의 약에 실패한건지 이해가 안된단 말입니다"

 "오호호, 그건 말이죠-"

 버서커의 불평에 캐스터는 웃으며 조언을 해나간다.
 그에 버서커는 하나하나 감탄하며 캐스터의 말을 새겨듣는다.

 "헤에-, 역시 선생님은 대단해요. 진짜 천재 아닙니까?"

 "에에, 물론 천재에요?"

 "아하하하, 농담도 잘하시네요, 선생님"

 원래부터 이런 성격이었나, 싶을 정도로 밝은 느낌의 버서커.
 아무래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시끄러워지는 타입인가보다.
 그런 버서커의 말을 들으며 웃는 캐스터 또한 말이 맞는 상대를 찾아낸 듯 웃으며 대화한다.

 "정말, 좋군요, 대화가 통한다는건. 들어봐요, 버서커. 제 마스터인 미스 카라코우지는 말이죠. 정말이지, 뭔 생각으로 마술사가 됐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요! 현자의 돌을 만든 저를 천재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요"

 어째선지 대화 중 자신의 마스터에 대한 불평을 뱉어내는 캐스터의 말에, 어째선지 자신의 마스터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는 버서커.

 "아, 그건 정말 이해할 수가 없네요. 그런 사람에 비하면 제 마스터는 천사로군요. 당신이 소환되서 좋았다, 라던가. 정말이지, 너무나도-"

 그런 이야기 도중, 헤에-, 하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둘이 동시에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자, 지나가던 중이었는지 테이블의 옆에 캐스터의 마스터인 오리에가 서있었다.

 "그런가요. 캐스터는 제가 불만이었던거로군요. 응응, 그랬군요. 뭐, 저도 불만이었으니 별로 상관없지만요"

 "우와, 너무한거 아닙니까. 천재를 소환해놓고 불만이라뇨! 애초에 말이죠. 미스 카라코우지는 마술사에 대한 긍지가 없는거 아닙니까? 날붙이나 들고 다니고 말이죠-"

 이러쿵저러쿵 여태껏 참아왔던 불만을 털어내는 캐스터의 말에 오리에는,

 "시끄러워요, 그보다 역시 당신, 레이야 좋아하죠? 아, 캐스터 좀 들어가봐요. 좁지 않습니까"

 버서커에게 말을 걸며 캐스터의 옆자리에 앉는다.
 안 앉으면 되잖아요, 미스 카라코우지, 같은 말을 꺼내놓으면서도 안쪽으로 들어가는 캐스터.
 그리고 오리에의 질문을 받은 버서커는,

 "음... 뭐?"

 마치 못 들었다는 듯이 되묻는다.

 "시치미 떼기엔 이미 늦은거 아닙니까? 저 들었다고요? 제가 협상하러 갔을 때, 당신이랑 레이야가 저택에서 대화하는거"

 "글쎄,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 못하지만. 좋아한다고 해서, 아니, 안 좋아하지만! 어쨌든 그렇다고 해서 대답할 이유는 없지"

 앞에 놓인 와인잔을 비우며 오리에의 말에 대답하는 버서커.
 그에 오리에는, 뭐 그것도 그렇네요, 하면서,

 "그저 물어보았을 뿐이에요"

 하고 대답한다.
 그 도중,

 "어라? 오리에, 여기서 뭐해? 아! 라이콧? 여기에 있었어요?"

 방금 막 지나가다가 오리에를 봤는지 말을 걸어오는 레이야스필.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들어가는 버서커의 옆에 앉는다.

 "아아, 선생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었지"

 "선생?"

 레이야스필의 물음에 버서커가 캐스터를 소개해준다.

 "이분이시지. 인사드리게, 제르맹님이다"

 "아, 오리에씨의 서번트씨네요. 처음 뵙겠습니다, 레이야스필 폰 아인츠베른이에요"

 인사를 하는 레이야스필에 캐스터는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예에, 처음 뵙네요, 미스 레이야스필. 뭐, 미스 카라코우지의 연정의--"

 퍽!

 "컥..."

 "네?"

 수면 아래에서, 아니, 테이블 아래에서 펼쳐진 엄청난 일격에 캐스터가 할 말을 잃고 그 대신,

 "정말이지. 자기 소개도 제대로 못해요?"

 "으.. 아니, 미스 카라코우지가 발로--"

 두번째 일격.
 머리가 좋은거랑은 상관이 없는 것일까, 전혀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캐스터는 결국 또 다시 다리에 통증을 느끼게 되었다.
 어찌됐든 나름대로 즐겁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이었다.


 ◇


 한편 랜서를 말리던 엔은 그들이 가게 밖으로 나가자 포기하고 자리에 돌아왔다.

 "고생이 많네, 엔"

 소우가 엔을 반기며 말하자, 신이치와 이야기하던 쿄우게츠도 눈치챈 듯 엔을 바라보았다.

 "아, 돌아왔냐, 엔. 저 랜서라는 녀석은 언제나 저러냐?"

 "으아아, 말도 마, 완전 기분파라고"

 쿄우게츠의 물음에 엔이 자신의 자리에 넙죽 엎드리며 말한다.
 이에 쿄우게츠가 크게 웃는다.
 그걸 엔이 얼굴만 들어 바라보자 쿄우게츠가 입을 열었다.

 "너랑 똑같잖아, 저 녀석. 이젠 알겠냐, 주변 사람들의 고충을"

 쿄우게츠의 말에 옆에 있던 소우가 끼어든다.

 "아아, 정말이다. 근데 쿄우게츠, 너가 할말은 아니지. 너나 엔이나 둘 다 문제니까"

 둘 사이에서 제일 고생해왔을 소우의 말에 엔과 쿄우게츠가 웃어댄다.
 그러는 도중 카운터에서 아아, 하는 마이크를 통한 목소리가 들려와 가게의 손님 전원이 고개를 돌린다.

 "모두 즐기고 있는가? 지금부터 작가에 대한 불평, 불만을 받고 대답을 해주는 시간을 시작하겠다"

 카운터에 있는 남자는 누가봐도 신부, 하이드리히 폰 아인츠베른이었다.
 어째서 그가 거기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불평, 불만을 받는 시간이라는 말에 광분하는 손님들을 진정시킨채 말을 이어나간다.

 "워워, 진정해라. 뭐, 불만이 많은건 알겠다만 잠시 기다려라. 차례라고 할까, 이 뽑기로 정하도록 할테니"

 그는 말하면서 자신의 오른손에 들린 원통형의 수저통을 손에 든다.
 아무래도 거기에 있는 수저 하나하나에 여기 있는 전원의 피가 조금씩 묻어있어 그걸로 질문을 받는 형식인 모양이다.
 한마디로 불평을 말하는 것도 운이라는건데......

 "자, 그럼 뽑겠다"

 신부의 말과 동시에 전원이 침묵하고 그의 손에 이목이 집중된다.
 그렇게 뽑아들어진 하나의 수저에 신부가 마술을 부여하자 마치 실이라도 이어진 듯 수저에서 빨간색 빛이 나와 누군가에게로 향한다.
 그 주인은,

 "에, 나?"

 빛과 같은색으로 빨간 옷을 입고있던 토오사카 엔이었다.
 주변 곳곳에서 '어째서, 저 녀석이냐' 라던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았을 때부터 운 좋은건 알아봤지만 너무하잖아' 라던가, 이래저래 불평이 퍼져나오지만 어쨌든 선택된 건 선택된거다.

 "아-, 뭔지 모르겠지만 불만? 맘에 안 들었던걸 말하면 되는거지?"

 엔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신부에게 확인차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걸 보고 엔이 팔짱을 끼고 으음, 하고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입을 연다.

 "그렇네, 한가지 불만을 말하자면 하야시라이스가 맛 없었던 것일까"

 ......
 엔의 말에 가게 안이 조용해진다.
 그러더니 이내,

 "바보냐?! 가게에 대한 불만이 아니고 작가에 대한 불만이라고!!!"

 리노의 말을 시작으로 여러가지 욕을 먹는 엔, 그리고 그 옆에서 소우가 웃음을 참으며 나지막히 중얼거린다.

 "아, 역시 엔은 재밌어. 역시 바보는 3년이 지나도 바보인가"


 ◇


 뭐, 어찌됐든 그렇게 해서 첫 질문자의 어리석은 질문은 무시하고 두번째로 선택된 사람은 라이더였다.

 "호오, 나인가. 흐음, 그렇구나. 불만은 많지만 한가지 말하자면 어째서 마지막에 드레스 입을 시간이 분명 있었을 터인데 그냥 넘어갔는지가 좀 불만이구나"

 라이더의 불만은 아무래도 세이버만 남은 상황에서 자신의 조그마한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있나보다.
 그에 대해 신부가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그런가, 이해했다. 하지만 말이다, 라이더. 웨딩드레스라니 게다가 예비 결혼식이라니 그런거 묘사하기 귀찮은게 당연하잖나"

 "......오오, 그런거였나? 숨 쉬는 것도 귀찮을거 같은데 지금 여기서 죽여도 되는가?"

 라이더가 화가 났는지 자신의 수레를 부르려는 것을 보고 주변에 앉아있던 로우가 억지로 끌어앉혀 말린다.
 그러거나말거나 신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세번째 수저를 뽑아들고 그 주인공은 리노 에델펠트였다.

 "읏샤! 왔다!!! 아, 드디어 이 가슴 속에 묻어놓은 불만을 쏟아낼 수 있는건가"

 아무래도 쌓아놓은 불만이 많은 모양이지만,

 "불만은 하나만 받는다, 아처의 마스터여. 아, 이전이던가?"

 휘익!
 신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부의 머리 오른쪽으로 무언가가 빠르게 지나간다.
 신부가 그걸 확인하기 위해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 포크가 박혀있었다.
 신부는 다시 활짝 리노쪽을 바라본다.
 그러자 그녀가 활짝 웃으며 말한다.

 "어머, 미안해라. 손이 미끄러졌네. 괜찮아? 신부씨"

 리노의 말에 신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연다.

 "뭐, 주최자 특권이다. 두개까진 허락하도록 하지. 미스 에델펠트"

 주변의 원성이 예상되었지만 의외로 죄다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뭐, 모두 여기서 죽고 싶지는 않은 듯 하다.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고마워. 흠, 그럼 우선 하나, 어째서 나 팔 잘리는거야. 아니, 뭐, 그건 좋은데 어째서 엔의 집이야?"

 "음? 내가 잘못 들었나? 어째서 안 죽었냐고 묻는건가?"

 신부의 말에 리노가 손사래를 치며 말을 잇는다.

 "아니아니아니, 그게 아니고 말야? 그대로 쓰러져 있으면 그.. 소우씨랑 마주쳐서 간병을 받았을지도 모르잖아? 안 그래?"

 "흠... 뭐, 거기에 대해선 써있는게 없기에 정확한 설명이 될 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 의하면 스토리 전개상 어쩔 수 없었던 게 아닌가? 리노 에델펠트는 거기서 마지막 등장, 이라는 것이겠지"

 말을 하며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포크에 긴장하는 신부였지만, 다행히도 말이 끝나도록 날아오는 것은 없었다.

 "흐응, 그래? 뭐, 그건 어쩔 수 없었네. 이해할 수 있어"

 리노의 반응에 신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번째 질문,

 "그럼 어째서, 소우씨랑은 뭔가 있으려다가 마는걸까?"

 ......
 신부는 분명 이 질문만은 하지 않기를 빌었겠지.
 그야 물론, 신에게.
 그러나 결국 나와버린 이 질문에 대답한다.

 "아니, 그런거 지금이라도 고백해서 이어지면 되는거 아닌가, 뭐가 불만이라고-"

 "그래서? 뭐?"

 공격적인 리노의 말에 신부는 심호흡을 해 마음에 안정을 찾은채 말을 잇는다.

 "뭐, 당연하지만 쓰기 힘들어ㅅ..."

 말이 끝나기도 전에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신부의 머리에 포크가 꽂혀 피를 뿜어낸다.

 "미안, 또 미끄러졌어"

 리노의 말도 안되는 변명에 신부는, 포크가 박혀 피가 흐르는 채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아, 그런 관계로 다음은 너에게 맡기도록 하지"

 마이크와 대본, 이라기보다 불평에 대한 설명을 적어놓은 종이 다발을 눈 앞의 상대에게 맡기고 퇴장, 이라고 할까, 어째서 주방으로 들어가는거냐.
 뭐, 어찌됐든 그리하여 마이크를 받아든 두번째 희생양...... 아니, 사회자는 어쌔신.

 "아, 음, 그럼 이어서 가겠습니다"

 어쌔신의 진행으로 여러 불만이 나온다.
 어째서 자신의 서번트는 이런 약해빠진 녀석이냐, 라던가, 어째서 자신은 한번 밖에 출연시켜주지 않느냐, 라던가, 어째서 저만 죽습니까, 라던가 하는 여러 불만을 받아주고 드디어 마지막 10번째 불만의 주인공으로 뽑힌 사람은,

 "아, 드디어입니까? 정말, 저한텐 오지도 않고 끝나는 줄 알았다고요"

 갈로 렐람파고 아틀라시아.
 그의 불만은 들을 것도 없겠지.

 "어째서 저 한번도 안 나오는겁니까? 네? 이상하지 않아요? 기껏 아틀라시아가 여기까지 왔다고요?"

 역시라고 할까, 당연한 이야기를 꺼낸 갈로의 말에 어쌔신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확실히 불만이겠군요. 어디보자. 음, 여깄네"

 어쌔신이 종이다발을 넘기다가 찾았는지 읽어내려간다.

 "갈로 렐람파고 아틀라시아, 그는 사실 2일째 밤, 랜서가 버서커와 싸우는 사이에 아쳐의 화살에 죽은 엔 대신 재계약을 하는 인물이었다. 다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되면 리노가 엔의 집에 방문할 일이 없어지고, 결과 리노가 토오사카와의 연관이 있음을 알려주지 못하는 바. 결국 그는 그저 구경할 뿐인 관객이 되어버렸습니다~ 짜잔! 이것이 일류 마술사가 단순한 일반인이 되어버리는 마술! 이라고 합니다만"

 이해가 되셨나요? 라고 묻는 어쌔신.
 그에 갈로가,

 "에... 그 짜잔이나 뒤에 써있는 것도 작가가?"

 단순히 의문에 대해 묻자 어쌔신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에 갈로는 밝은 미소와 함께 한 마디.

 "짜증나는 작가네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불평, 불만을 말해봅시다'회가 끝났다.


 ◇


 그렇게 불평회가 끝나, 다시 서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가게 문이 열린다.
 걸어들어오는 남자는 황금의 갑주를 입고 있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세이버와 싸워댄 모양이다만 세이버는 어딜 갔는지 랜서만 가게로 들어온다.
 그걸 보고 엔이 달려가 묻는다.

 "우와, 여태까지 싸운거야? 세이버는?"

 "아아, 세이버는 소멸했다. 이 몸의 보구를 맞고 말이지, 하하하"

 웃어대는 랜서의 뒤에서 문이 또 다시 열린다.
 들어오는 것은 세이버였다.

 "거짓말 하지마라, 랜서. 흥, 발뭉이 밀린건 맞지만 소멸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보구전에서 밀린건 사실인 모양이다.

 "어라, 패자가 말이 많지 않냐, 세이버"

 랜서의 말에 세이버가 칫, 하며 소우의 근처 자리로 가서 앉는 걸 보며 랜서도 웃어대며 원래 자신의 자리였던 곳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아무래도 세이버가 앉아있는 자리는 쿄우게츠의 자리였던 모양인지, 방금 전까지 화장실에 있다가 돌아온 쿄우게츠가 세이버와 몇마디 말다툼에 밀려 구석의 자리에 가 앉는다.
 그리고는 테이블의 멤버를 바라보자 마치 처음부터 자신이 그 자리의 주인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의 멤버가 있었다.
 후지무라 라이가와 스즈키 쿄우이치 그리고 어째선지 방금 전까지 엔의 근처에 있던 갈로 렐람파고 아틀라시아.
 아마도 랜서에게 자리를 뺐긴 듯 하다.
 그 결과 그야말로 엑스트라의 모임이었다.
 그럼에도 쿄우게츠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뭐야, 엑스트라 모임이냐? 난 여기 앉으면 안되는거 아니야?"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짓거린다.
 이에 라이가가 냉정하게 말한다.

 "아뇨, 완전히 그쪽을 위한 자리인데요, 여기"

 그 말에 쿄우게츠가 고개를 젓는다.

 "아니아니아니, 그럴리가 있나. 이래봬도 난 꽤 오래 나오잖냐. 여기 계신 이름만 나오시는 분들과는 다르지. 암, 그렇고말고"

 그렇게 엑스트라들의 대화는 밤까지 이어졌다.

 END


 "어이, 엑스트라 무시하냐?!!! 이대로 끝내면 어떡해!"

 하지만 끝은 끝이다, 끝!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