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긴 토요일 저녁의 약속. 입을 옷에 신경을 쓰고, 향수를 고르고, 머리 스타일링을 하려고 거울 앞에 선 시점에서 긴장을 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았다. 나 지금 뭐하지? 라는 질문과 함께 열었던 왁스 뚜껑을 다시 닫는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는다. 뿌린 향수는 어쩔 수 없지만, 옷을 편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소개팅 나가는 것도 아니고, 데이트도 아니고, 그냥 직장 후배랑 밥먹는 걸 왜 긴장하는 거야?’ 이유야 당연히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이라도 해야 조금 마음이 편해질 것 같다. 그리고 약속장소에 가니 정확히 약속 시간 3분 전에 화장과 옷에 신경을 엄청 쓴 사람이 나온다. 이럼, 반칙이지.

“오래 기다리셨죠?”

“아니, 방금 왔어. 머리 그렇게 하는 것도 괜찮네.”

“원래 이렇게 하고 다니는데, 아무래도 회사에선 묶는게 편하더라구요. 아, 이쪽으로 가죠.”

익숙하게 길을 유도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점을 가기로 했기 때문에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이 없었던 것은 편한 상황이었지만, 뜻 밖의 상황에 처했다. 그 맛집에 사람이 너무 몰린 탓이다.

“어.....음... 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하는데, 괜찮으세요?”

“뭐, 괜찮아.”

“아니면...... 그냥 다른 곳으로 갈까요?”

“그것도 뭐, 괜찮지.....”

3분정도 그렇게 기다리고 있자, 수빈씨가 갑자기 자리에서 휙 하고 일어선다.

“에잉, 모르겠다. 그냥 평소 먹는 종류로 가죠!”

순간 뭐라해야 할지 몰라서 멍하니 있자 내 소매를 끌고 가는 수빈씨.

“아, 뭐하고 있어요. 가자니깐!”

그제서야 발길이 떨어진다. 수빈씨는 뭔가 오히려 홀가분한 표정으로 앞질러 간다. 그 전까지 조금 불편하고 긴장한 모습으로 대했었다면 오히려 편안한, 그런 느낌이다. 그리고 그 느낌은 밥집을 가는 짧은 길 속에서 나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던지, 밥집 앞에 도착하자마 마자 나에게 와르르 쏟아졌다.

“역시, 이런 국밥집이 제일 편해요. 그렇죠?”

“그래, 이거지.”

내가 만족한 표정을 짓자 그제서야 마음이 놓인 듯 계속 잡고 있던 내 옷 소매를 놓는다. 우리는 들어가 자리에 앉아 국밥 두 개, 그리고 소주 한 병을 시킨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다 소주 한 병을 더 시킨다. 그리고 좋은 분위기에 금세 한 병을 다시 비운다.

“사장님, 여기 소주 한 병 더 주세요.”

“괜찮아?”

“괜찮아요. 괜찮아. 그나저나 평소랑 너무 다른 거 알아요?”

“뭐가?”

“말투나 행동이나 뭐 이런 거 저런 거 말이에요.”

“별 다른 거 없는 거 같은데.”

“무슨”

샐쭉한 표정을 짓는다. 회사에선 시종 일관 웃는 얼굴로 일관된 사람임을 보였다면, 오늘은 다양한 표정을 볼 수 있는 것이 신선하다. 아까 전의 레스토랑 앞에서의 약간 시무룩한 표정이나, 대화 도중 얼굴이 약간 풀린 듯 한 들 떠 있는 표정. 지금의 다양한 표정과 모습을 회사에서의 모습과 비교하면 그 단정하고 사람 좋은 웃음조차도 차갑게 느껴질 정도로 오늘의 모습은 밝다. 아니, 따뚯하고 화사하다. 기본적으로 밝은 얼굴에 다양한 표정을 짓는 이 모습에서 행복함을 느낀다.

“자, 짠!”

“짠.”

휙 하고 한숨에 들이 넘기고 얼굴을 가까이 하며 말한다.

“맨날 툭툭 던지는 말만하고, 그리고 호칭부터. 수빈씨 수빈씨. 심지어 다른 부서 후배들도 이름으로 불러주면서 나만 수빈씨야 맨날. 그리고 응? 굳이 일 시키는 걸 직접 안 시키고 상혁씨한테 말해서 시킨다거나, 자리에 없을 때 쪽지로 남긴다거나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인데 메세지로 보낸다거나 그건 왜 그러는 거에요?”

당황스러울 정도로 몰아 부친다. 그러나 수빈씨의 얼굴은 험악하기 보단 장난끼가 가득한 얼굴 표정. 오리처럼 튀어나온 입이지만, 양 끝은 올라가있는, 가끔씩 코도 씰룩씰룩 움직인다.

“그야, 뭐 수빈씨가 이쁘니까 긴장하는 거지 뭐”

“아 장난하지 말고!”

“진짜. 진짜. 거기다가 오늘은 머리도 풀고 옷도 이쁘게 하고와서 더 이쁘잖아. 이런 모습 보고 다음주에 다시 회사에서 보면 더 긴장할 것 같은데?”

라고 잘 받아 넘겼다 라고 생각하며 얼굴을 바라 본 순간, 쳐진 눈 꼬리 바로 아래의 벚꽃. 그 눈 자체는 평소보다도 더 커진 눈 안에서 갈 길을 잃은 눈동자가 헤메이고 있다. 벚꽃은 점점 무르익어 앵두빛으로 변해가고 꽃이 떨어지듯 하늘하늘 내려온다. 나와 수빈씨는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좀... 부끄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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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좀 바꿨습니다.
사실 이 제목이 처음 만들 때 제목이고, 
바꾼제목이 1,2편에 쓴 제목인데,

아무래도 좀 편한 느낌의 제목이 나을 듯 하여 바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