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 얼마 전에 식어버린 유기물 덩어리를 하나 봤어. 거기엔 뼈도 있고 살도 있고 심장도 뇌도 있는데, 꿈은 온데간데 없더라. 아빠가 거기에서 벗어난 꿈들은 전해지는 거래.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져서, 기억이라는 형태로 남아 있을 거라고. 

 그런데 만약, 그 누군가도 죽어버린다면, 그 누군가의 누군가도 죽어버린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모두가 죽고 죽어서, 세상에 단 한명도 남지 않게 된다면, 우리는 식어 버린 우주를 정처 없이 떠돌기라도 하는 걸까?

 그런 질문을 며칠 동안 속에서 던져대다 보니, 죽음이란게 꽤 무서워진 것 같아. 사람들이 왜 종교나 사후세계 같은 걸 믿는 지 알겠다고 해야 할까? 한때 생각하고 사랑하고 꿈을 꾸었던 것들이 사방에 흩뿌려져서, 닳아가는 카세트 테이프처럼 되어버린다고 상상해보니, 꽤나 공포스럽더라고.

 너도 그렇게 될까? 너를 기억하는 나도, 너를 기억하는 나를 기억하는 누군가도 죽어버린다면, 너도 그렇게 되어버릴까. 그걸 생각하니까, 도저히 따라 죽을 엄두가 나질 않더라고. 너는 그걸 알아서 그랬을까. 내가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못할 걸 알아서, 그래서 치사하게 나한테 맡기고 혼자 갔을까.

 실은 최근에 네 욕을 꽤 많이 했어. 옆에서 다들 그만하라 했지만, 어짜피 너는 듣지도 못하잖아. 막 퍼부었지. 속이 좀 후련해지더라고. 그런데 퍼부은 것들이 있던 자리에, 뭔지 모를 것들이 자꾸 들어오더라? 그래서 다시 후련해지려고, 눈물이라도 쏟았어. 검은 옷이라서 티는 안나더라.

 다들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래. 좋은 뜻에서 해준 말이겠지? 그런데 괜찮아진다는 건 결국 슬프다는 기억을 잊어버리는 거잖아. 그래서 괜찮아지지 않겠다고 했어. 결국은 우주 공간을 떠돌다 식어버리겠지만, 그걸 조금이라도 늦춰줄 우주복을 입혀주려고 말야. 그러다 모든 게 끝나버리면, 그땐 같이 괜찮아지지 뭐. 같이 식어가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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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지, 영안실의 일그러진 너는 너무 차가워서, 저런 걸 너라고 생각할 수 없어서, 고갤 돌리려 했다가, 그럼 저건 무얼까 하고, 진짜 너는 어디에 가있을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