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처음 저 자리에서 서 있었을때, 나는 너와 눈이 마주쳤지. 너는 나를 그저 하루에도 수천명씩 마주치는 팬들의 눈빛 중 하나로 여겼겠지만 나는, 아니었어. 


 사람들 얼굴을 제대로 바라 본 적이 없었지. 나의 얼굴이 그들의 시선에 닿았을때 1분 1초라도 짧게 드러나는 그 불쾌한 감정선 덕택에.  그래서 나는 머리를 길렀고, 목을 숙였지. 얼굴을, 보지 말아 달라고. 


 하지만 당신은 아니었어. 먼 발치에서도 나와 눈을 마주치면서 기쁘고 또 환하게 웃어주었지. 자그만한 손을 허공에 내밀며 손잡아 보려 애 썻어. 너와 나의 거리가 멀어 비록 그 손이 나에게 까지 닿지는 못했지만. 하지만 그 순간이, 그 손길이 아직도 두 눈에 생생히 남아 있어. 그 모습은 시간이 멈춰버린듯이 고스란히 내 기억에 사진첩처럼 남아 가끔씩 이렇게 우울한 날이 될 때면 머릿속의 서랍을 열어 꺼내어 보곤 하지. 그리워. 그 시절의 너가.


 물론 그것은 나를 위한 미소라 보기 힘들었고, 너를 향하는 수천의 팬들과 같은 미소라 볼 수 있겠지만서도 그러면서도 나는 너가 나를 향해 웃어준 미소를 나의 것인냥 생각하며 지냈지. 처음으로 보았던 너무나도 순수한 웃음이었기 때문인것도 있고 아름다웠던

너의 얼굴 때문이기도 하고. 


 어찌되었건 너는 이 힘겨운 나날을 버텨 나가는 대에 있어서  크나큰 보템이 되었어. 어떻게 일을 하건 뒤통수를 후려 갈기며 입안에 있는 욕이란 욕은 다 뱉어대던 벗겨진 머리의 대표라던가, 먹다 버린 뼉다구는 물론 지네집 개 똥, 지 머리카락에다 지가 술취
하고 토 한 것까지 다 닦아 내라는 403호의 썅년이라던가.  기어코 벌어 온 돈을 술 꼬는데 여자를 껴 앉는데 다 쓰고 염치도 없게

돈 달라고 손을 내미는 아버지 하며. 너를 그리며 간신히 견디어 낼 수 있었지


 하지만, 가끔씩은 너의 그 얼굴이 오히려 나에게 더 큰 고통을 주던 날도 있었어. 늦은 새벽녘, 스스로의 인생을 뒤 돌아보며 술잔에서 넘어 온 취기에 몸을 잔뜩 적시던 때에는. 왜 나는 그리 될 수 없었나 생각하게 될 쯔음에는 오히려, 나의 거친 손 사이에 있는 너의 그 얼굴과 미소는 삐뚤어진 감정선으로 나뉘어 나에 대한 더 큰 혐오를 불러이르키곤 했지. 


나도 특별했음 좋겠어. 나도 너와 같이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았음 싶어. 나또한 나의 이름을 부르고 나의 손을 맞잡고자 순수한

눈빛으로 나에게 손 뻗는 수천의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며 나의 목소리를 듣고 환호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느끼고 싶어. 그 무대

위에서 너가 느꼈던 그 벅차오르는 감정들을.


 하지만, 나는 괴물이야. 나는 아무것도 아니지. 나는  좆같은 병신이고,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머저리야. 여기저기, 널려있는 수많은 불행한 보통의 사람들 중 하나이고 내가 여기 지금 이 자리에서 목 매달아 세상을 끝장낼지라도 누구도 나의 죽음에 대해 오르내리지 않겠지. 나는 ,너가 아니니까. 그럴 때 마다 바깥을 보면 좆같게도, 반짝이는 야경 속 세상은 너무도 아름다워.


 머리를 쥐뜯고 뺨을 후려치며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하지만서도, 술을 마시고 기분이 우울해질 때면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가시질 않아. 왜 나는 너가 될 수 없는지. 아니, 나는 왜 특별한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것인지.  


 특별한 사람이 되어 너의 앞에서서 너가 차마 닿지 못했던 내 손바닥을 내밀며 두 손을 맞잡는 꿈을 꾸곤 했지.  훤칠하게 큰 몸집에 그럴싸한 차림새의 외모가 된 나는 너의 앞에서 손을 맞잡고 너의 얕은 숨소리와 너의 심박소리를 귀기울여 듣는거지. 보드라운

살결과 맞닿고 숨결의 따스함을 거친 피부로 그대로 느끼면서. 


 그렇게 잠들고 일어나면, 먹다 남아 불어 터진 컵라면과 얼큰하게 취한 전날밤의 찌꺼기가 머릿속을 쾅쾅 두두리곤 해. 곧 있으면

알람은 울려오고, 나는 또다시 하기도 싫은 일을 하러 침상을 걷어내야 하지. 아침은 항상 추워. 바람 때문도 그렇고, 씻다 나온

내 몸 때문에도 그렇고.


 나는 뭘 하고 있는거지? 나는 왜 살아가고 있는것일까? 시큼한 걸레 냄새를 맡아가며 지워지지 않는 떼를 밀어나가는 것이 나의

인생이었나? 세상은 너무도 밝고 아름다운데. 나의 세상은 나의 일은 왜 하나도 그러지 못한 것일까.  


 벌 받는거 같아. 나의 죄는 무엇이었을까? 나의 죄가 무엇이었길래 나는 대체 이 알수 없는 사람들에게 시달리며 나의 잘못과는

아무 상관없는 부분까지도 나의 몸과 나의 정신으로 상관없는 일에 대한 나를 향한 비난과 나를 향한 질타를 받아내고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너는 무엇이었길래. 너는 무슨 사람이었길래 아무 상관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아무 사람들에 깊은

환호와 열광을 얻어 낼 수 있는 것일까? 아무나 나에게 말해주었음 싶지만 너도 아무도 나에게 왜  그것이 문제인 것인지 왜 내가

잘못인것인지 말 해주지 않는데 나는 어떻게 살라 하는 것일까?  


 너가 처음 그 자리에서 서 있었을때, 나는 너와 눈이 마주쳤지. 너는 나를 그저 하루에도 수만명씩 마주치는 보통의 눈빛 중 하나로 여겼겠지만 나는, 아니었어.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 질문에  아무렇게나. 그렇게 살다보니까. 나는 결국 너의 앞에 이렇게 섰다. 아무개로서.  하지만 너는 

그 아무것들과 같이 나에게 아무런 대답을 해 주지 않았지. 그저 아무나 좀 구해달라며 소리지르고 도망 쳤을 뿐.  


 처음에 나에게 건냈던 그 상냥하고 바르던 눈빛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이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나는 아무것도 바란 게 없었는데 그저 내가 내민 두 손바닥에 왜 그리 소스라치게 놀라고 있는 것이니?  너가 나에게 건냈던 두 손바닥은 그때의 그 아기

자기했던 그 두 손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니? 


 원망스러운 눈빛을 잔뜩 담아, 머리를 뒤로 넘기며 나는 눈을 마주쳤어. 따라붙은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너의 입을 막으면서. 나를 보지 말아달라고. 하지만 너는 기어코 소리를 질렀고 나는 어쩔 수 없었지. 


 당신도 똑같은 사람이었어. 코앞에 다달아 나와 눈을 마주치니까. 두렵고 공포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밀어냈었지. 자그만한 손을 바둥 거리며 거칠게 손을 맞잡으려 하는 나의 손을 밀어내려 애썻어. 너와 나의 거리가 가까워 비록 그 저항이 나에게 별 문제가 되진 않았지만. 그 순간이, 그 몸부림이,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과 겹쳐보여. 시간은 멈췄음 좋겠는데,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끊임없이 흘렀고  나는 결국 흘러 나가는 시간에 맞춰 너를 멈춰 세울 수 밖에 없었어.  나의 잘못이 아니야 그것은 순전히, 너 때문이지.


 다리 끝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너무도 아름다워. 빌어먹게도, 아름답지. 나를 잡으려 울리는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여기까지 닿아. 심지어 그 모습조차도 이 찬란한 야경 속에서 빛나는게 멋져. 세상은 너무도 아름답지. 나는 이 세상에 전혀 어울리는 존재가 아니야. 있지 말았어야 했는데, 만들어지지 말았어야 맞았는데 나는 전혀 이 세상에 어울리지 않았는데...... 그렇게 나는 나에게 어울리는 세상으로 가고자 해. 이 모습을 마지막으로.


 나도 특별했음 좋겠어. 나도 너와 같이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았음 좋겠어. 나또한 나의 이름을 부르고 나의 손을 맞잡고자 순수한

눈빛으로 나에게 손 뻗는 수천의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며 나의 목소리를 듣고 환호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느끼고 싶어. 그 무대

위에서 너가 느꼈던 그 벅차오르는 감정들을.


 하지만 그건, 힘든 일이겠지? 바람이, 차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