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싶다. 그냥, 


죽도록 죽고싶었다.



머리속에서는 제멋대로 비극을 쓰고 


기분 나쁜 생각을 이어나간다. 




들춰보면 실로 역겨운 자기합리화와 미화와 


차마 어쩌지도, 감추지도 못한 자기혐오지만 


네 덕분에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이해는 있으면 좋고 없다면 당연한 것, 


거짓말을 해보지만 이게 최선이란건 변치 않는다. 


생각해보자면 말도 안되는 일이기는 했다. 




자기 설득이다. 살아남기 위함이고, 


언제부터였을까, 사실 처음부터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저 어느샌가 그리 되어 있었던 것을, 


그저 고백할 수 없었을 뿐이다. 




가슴속에 꾹꾹 눌러담아 


이해하지도 못할 상대방에게 


무차별적으로 지껄이는 한탄에 자괴감이 들었지만, 


무구한 반향이 나를 살게했다. 




물론 죽고싶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내 폭력적인 욕구를 도려내고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으나 


아직 멀쩡히 잘 살아있는걸 보니 


내 뻔뻔함에 눈물이 나왔다. 




차라리 좀더 빨리 죽어버리지 그랬나 친구, 


그럼 이리 아플 일도 없었을텐데, 




끅끅끅, 껄껄껄, 크흐흡, 카학하, 크후흐, 하핫학, 하학크, 크하앗, 악윽흡, 흐흑하, 끅끅끅,




거리면서 가슴에 벅차오른 눈물을 소리로 흘려보냈다. 눈물은 모두 웃음이되어 나와서 들키지 않았을거다, 


아마도. 들키지 않았음 했다. 


거짓말이다, 알아줬으면. 




못난 내가 하지못한 말을 알아줬으면. 


죽고 싶을 때마다 같이 있어주던, 


지금은 사라져버린 그 모습이, 


솔직히 당연하고 마땅하고 합치하며 합리적이지만 


사람은 원래 몽상하는 존재 아니던가. 




백일몽에 빠져 허우적대던 나를 


바깥으로 건져올렸으나, 


나를 물고기라 믿는 나는 


숨을 참아 자살하고 말았다. 




물론, 죽지는 못했다. 


항상 실패하는 나는 


꼴사납게 자살조차 실패하고 만것이다. 




죽고싶었다. 죽을 수 없지만, 


순수한 추억 한구석 쥐어뜯어 


온전히 더러운 나로써 죽고싶었다. 




" 비통하게도 고통이 두려운 나는 그조차 하지못하니, 자명한 내 사랑이여 부디 달군 날붙이로 내 목구멍을 꿰뚫어 주시겠소? 아니, 뇌를 휘저어주시오. 마지막 가는길 추하지만 그대 얼굴로써 마감하고 싶소. 이것도 욕심인걸 알지만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한 나를 위해 당신의 꿈결 한구석 꿈 한 조각만을 내어주시겠소, 내 기꺼이 심장을 헌상하리다. 살려놓은 목을 거둬가시오, 내 머리를 씹어삼키시오.


나는 당신의 영원한 기억이 될터이니


저는 아직도 당신을 사모하고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부탁드리건데 내 머리 속 유독 선홍빛으로 빛나는 부분만은 구운 장작속에 태워주시겠소? "


그곳은 내 추악한 상상의 정원이므로 


들키지 않았음 하니까. 


당신의 몸에 남은 내 흔적까지 


모조리 긁어내어 같이 불태워주었으면 하지만 


내가 그것마저는 부탁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네 생각이 거의 나지 않았다. 


그러나 간헐적으로 솟아오르는 모습의 끈적함과 


그 아련함은 한층 더 가열차게 끓어오르고 있었다. 


전화기를 부서뜨릴듯 쥐고 


전화번호부를 뒤지고 던지고 


울면서 찾다가 


벽에 머리를 부딪히고 


주먹으로 내려치다가 


울부짖으면서 잠드는 


잠시간의 시간을 제외하면 


오히려 예전보다 깔끔했다. 


상처가 이제 흉터가 되었다는 증거였다.





변색된 문양에 네가 떠올랐지만 


앞으로 여러번 다른 사람으로 난도질한다면 


그럴 일이 없을거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있다. 




서투른 첫 칼질에 


지저분하고 우둘투둘한 촉감만은 남겠지만 


겉보기에는 알아볼 수 없으므로 그걸로 좋다. 


마음의 색은 갈변하겠지만 


더이상 아프지 않다는 증거로 삼기로 했다.



하지만



"

고통은 사라지지 않겠지요

흉터는 지워지겠지마는

내 사랑,


어디에 있나요?




아직도


내 안에 남아있나요?

...

"



도대체 왜이러는지



아직도 나는 아프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