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 고종대왕 일대기>의 약간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최신화는 아니지만 스포를 원치 않으시면 닫아주세요. 대략 1890년을 기준으로 합니다.

누군가 '세계 최고의 대학이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무수한 답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 질문을 '아주 최고의 대학이 어디인가'라는 질문으로 바꾼다면, 답은 명확해진다. 성균관 대학교. 아주의 심장인 한성- 그 중심에 위치한 성균관 대학교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대학교였다.

그 명성에 걸맞게, 한 해에도 수십명의 강사가 교체되는 와중에도 근 5년째 강의를 진행하는 강사 홍 씨는 분명 독특한 사람이었다. 항상 피곤해보이는 충혈된 눈을 가진 그의 수업은 특출나게 재미있거나 유익하지는 않지만, 폐강되지는 않았다. 학생들은 그것이 그의 신분 때문일 것이라 추측하곤 했다. 교육부 파견 성균관 대학교 행정실무 강사- 이것이 그의 대내적인 신분었다.

"그래서 홍 선생, 오늘은 몇 명이나 데려갈 참인가?" 

전창혁 교수가 말했다. 노구에도 불구하고 정치학 강의를 이어가는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강사에게 말했다. 

"글쎄요? 이번에 내려온 것은 두 명인데, 혹시 교수님이 마음에 두고 계시는 학생이 있다면 4명까지는 될 듯 합니다."

피곤한 듯 얼굴을 쓸어내리며 그가 말했다.

"일단은 이렇게 세명이네만... 에잉... 항상 드는 생각이네만, 내 제자들을 팔아치우는 느낌이 든단 말일세."

"좋은 쪽으로 생각하시죠. 의도가 어찌되었든 결과는 좋지 않습니까?"

"그 '좋은 결과'의 주체는 무엇인가? 제국인가? 아니면 학생들인가?"

홍씨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 둘 다에게죠."


이 무렵 대한제국에서는 여전히 '개천에서 용 난' 학생들을 만들고 있었고, 그는 그 일을 전창혁 교수의 추천을 받아 진행하고 있었다. 물론 그의 정체를 아는 이는 전창혁 교수밖에 없었다.

"뭐 여하튼... 지난번에 보낸 그놈들 소식은 없는가? 전보 한 장을 안보내니 원. 벌써 연락 끊긴 놈들이 10명이 넘었어"

"특별한 연락은 없었습니다만... 혹시 따로 알아봐 드릴까요?"

"아니, 됐네. 어련히 알아서 공부하고 있으려고."

"알겠습니다. 그럼."

그대로 뒤돌아 나오며, 그는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가 서류를 뒤적였다. 

"이번 달 '은혜' 대상자는 둘 뿐인가?" 

보고서를 넘기며 그는 중얼거렸다. 추천받은 이들은 구주의 국가 중 한 곳으로 제국의 장학금- 표면적으로는 그들을 인정해주는 은사의 도움-을 받아 유학을 가게 된다. 이렇게 돌아온 이들은 자연스럽게 제국에 충성하게 되고, 이는 중국 대륙의 분열을 지속시킨다. 이 사업을 위해 파견된 것이 그였던 것이다.

ㅡ전창혁 교수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럼 이번 달 목표는 한 명이군. 큰일이야, 해수구제사업을 한지 1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호랑이라니."

그는 <국가 행정 생산성 제고를 위한 행정적 장애요소 제거>라 쓰여진 강의 계획서를 팔랑거리며 말했다.

그가 항상 피곤해보였던 이유. 

특색없는 강의가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

먼저 간 이들이 전보를 치지 못한 이유.

수많은 이들의 연락이 끊어진 이유.


대한제국 황제폐하 직속 정보국 소속ㅡ 
그의 이름은 홍종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