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드릿테!”

멀리서 파올라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드릿테는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보았다. 가까이 다가온 파올라는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또 성서 읽는 중이야?”

파올라가 말했다.

지겹지도 않아? 방금 전까지 전도사님이랑 실컷 이야기하다 왔잖아!”

드릿테가 말했다.

잘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어서 그래. 여기 이 부분을 잘 보면...”

지금 그 말이 아니잖아! 또 네가 하루 종일 책이나 보고 있으면 나는 옆에서 뭐하냐고오오!”

드릿테는 피식 웃었다. 그들의 마을은 꽤 외딴 시골이었다.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출신을 말해주는 것은 좋은 자기소개가 되지 못했다. 대부분은 그런 마을을 듣도 보도 못했다는 내용을 돌려, 혹은 직접 말하기 때문이다. 즉 이 마을엔 사람, 새로운 일, 놀 거리, 다른 아이 등 어린이들이 좋아 할만한 많은 것들이 부족했다. 드릿테와 파올라는 이 마을에 많지 않은 아이들 중 한명이었다. 파올라와 드릿테는 거의 반 강제적으로 친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몇 없는 친구인 드릿테가 심심하면 성서 혹은 그림이나 그리고 있으니 파올라 입장에서는 분명 답답할 것이다. 그녀는 같이 놀만한 무언가를 원했다.

그리고 드릿테도 그 점을 십분 이해하고 있었다. 드릿테는 책을 덮으며 말했다.

알았어. 놀자. 뭘하고 놀까?”


2.

네드 러드는 이 시대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청소년이었다.

그러니까, 8각으로 된 낡은 갈색의 빵모자와 거뭇한 때가 묻은 셔츠, 여기저기 헤진 감색 조끼, 엉덩이가 쳐진 바지를 입은, 그리고 동생이 한명 있는 작은 노동자다.

하는 일도 그다지 특별하진 않았는데, 비록 거리에서 신문을 팔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고된 일, 즉 공장의 부품으로 일했다.

그는 부품이 되는데 중요하고도 흔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바로 그의 덩치였다.

그 나이대 아이들이 성인보다 작은 것은 당연하지만, 그는 또래들과 비교해도 평균에 못 미치는 크기였다.

네드의 역할은 기계의 특별한 '부품'을 위해 마련된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기름이 닳은 곳을 덧칠하는 것이었다.

아침 6시에서 저녁 6시까지 공장 내의 기계들을 돌면서 회전하는 톱니들 사이로 팔을 집어 넣는 것이 그의 일과였다.

물론 기름칠만 12시간씩 하지는 않는다. 고장이 잦은 부위에 투입되어 문제가 생기는 즉시 수리하기도 했다.

네드가 이 역할을 맡기 전에 수많은 소년,소녀들이 부품이었고, 이들은 길지 않은 주기로 교체되었다.

네드는 물론 그 이유를 눈치채고 있었다. 누구보다 생생하게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날은 평소보다 더 잘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