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위화도 회군을 한 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1388년 요동으로 가기 전 위화도 앞에 선 5만의 요동 정벌군은 우군도통사 이성계의 명을 앞세워 수도 개경으로 진격했다. 요동 정벌군이 고려 가용 전력을 박박 긁어모은 병력이었던 탓에 기껏해야 8천의 병사로 방어전을 시도한 중앙군은 곧 패배하고 만다. 그렇게 고려의 500년이 지게된다. 


내가 물어보고 싶었던 건 이거다. 당신이 이성계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고려의 충신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조선의 군주가 될 것인가? 내 대답은 이거였다. 

ㅡ되는대로 놔두자 그냥.

이 결정을 내린 가장 큰 이유는 최영의 존재였다. 원 역사에선 쫄보 옆에 붙어있던 역전의 노장이 우리와 함께 출전했던 것이다. 나는 내 목숨이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밤에 칼침 맞고 죽고 싶지는 않았다. 최영이 눈을 부라리고 있는 와중에 애들을 빼낼 자신도 없었고. 

그리고, 운명의 날이 왔다.

1388년 2월. 원역사보다 몇 달은 빠르게 고려의 5만 군사는 압록강을 도하하여 요동으로 향했다. 

나하추의 잔당과 소규모 교전이 벌어지던 일대는 곧 고려군에 의해 평정되었다. 심왕의 영지인 심양이 우리 손에 떨어졌다.

그래. 여기까지면 됐다고. 이제 우린 명하고 협상해서 집에 가면 돼.

"이제 남은 군세를 이끌고 반도의 끝으로 향한다. 이의는 받지 않겠다."

예? 장난해 지금? 겨우 5만으로 요동을 꿀꺽하겠다고? 어이, 저기 지금 명 최정예 15만이 곧 온다니까?

어떻게든 굴러가면 되겠지ㅡ라는 안일한 생각의 지금까지의 나와는 달리, 이번에는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제발 장군, 안됩니다. 우리가 저들보다 뛰어난 것이 뭐가 있습니까. 여기서 사신 보내서 협상 하시죠. 아니면 15만 정예군을 상대로 싸워야 합니다, 제 얼굴을 봐서라도 장군, 예?

그러나 나의 간절한 청을, 최영은 시크하게 "자네 꿈꿨나? 15만에 달하는 적들이 온다는 것을 어디서 어떻게 알았는가?"라 일축하며 데꿀멍시켰다. 하긴 그러네. 내가 적의 정보를 어떻게 알았겠어. 

어쨌거나 1883년 3월. 우리는 명의 남옥이 이끄는 대군과 조우했고, 곧 교전에 들어갔다. 나는 열심히 활을 당기며 불리해지면 토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장군, 적이 후퇴합니다!"

"적장을 놓치면 아니 된다! 우군도통사 이성계는 무엇하는가? 어서 추격하라!"

나도 우리가 이길 줄은 몰랐지.







"장군, 그런데 적의 군세가 5만 언저리인 것은 어떻게 파악하셨습니까?"

"그대가 말해준 바에 따르면 적의 병력은 15만. 그것도 공격군이었네. 즉, 당장 다른 적이 쳐들어오면 필연적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말일세. 더구나 이곳 요동은 저들이 정복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땅이 아닌가? 그렇다면 더더욱 군을 물려야겠지. 하지만 모든 군사가 모조리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하네. 후방의 적들이 어떻게 공격을 해올지 모르는 노릇 아닌가. 그렇다면 적이 나뉜 것은 필연적이었다 볼 수 있지."

더럽게 논리적이네. 할 말 없게.

"그렇다면 적의 군세가 본디 15만이라는 저의 말은 어찌 믿으셨습니까?"

"음? 그거야 내가 어떻게 고려 충장 이성계의 말을 허투루 넘기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