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헤헤"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백지와도 같았던 시절, 나는 아주 어린 아기였다.

어느 날 내가 문 밖으로 나와 거실에 들어섰을 때 그곳에서 우리 부모님이 나를 반겨주셨다. 그리고 부모님은 나를 등 뒤에 업어주시면서 방을 한 바퀴 돌아주셨다. 그리고 거실에서 작은 미끄럼틀이 하나 있었는데 그걸 타면서 즐거워했던 것도 아직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걸음마를 떼기 시작하자 나의 움직임은 보다 더 활발해지기 시작하였다. 공부도 해보고 벽에다 그림도 그려보고 어린 동생에게 젖병을 주기도 하였다.

세월이 흘러 나는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다. 여러 동아리 가운데 나는 축구 동아리를 선택하였다. 아무래도 축구가 가장 무난하니까.

그리고 학교에 들어서면서 나는 학교 내에서 여러 친구들을 사귀기 시작하였다. 물론 몇몇 애들하고는 친하게 지내지 못했지만 대부분은 졸업한 이후로도 나의 베스트 프렌드로써 끝까지 남아주었다. 교실에서 친한 애들끼리 모여서 말뚝박기를 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학교를 다니면서 평범한 회사원에서부터 축구선수, 의사, 화가, 가수, 대학 교수까지 여러 가지의 꿈들을 떠올려보았다. 그리고 12년 동안 고민해본 결과 배운 게 별로 없던 나는 그나마 자랑할만한 나의 가창력을 살려 가수가 되기로 결정하였다.

가수가 된 뒤 음악을 하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것은 좋았지만 평소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싫어하는 타입이라 그런지 나는 음악을 하면서 점점 그 흥미를 잃어가기 시작하였다. 첫 공연때 최대한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실수를 너무 많이 하여 무대를 망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주변에서 심한 질책을 받아 많이 힘들었지만 친구들의 도움으로 이를 견딜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결혼해야 할 시기가 다가왔다. 무명가수라 돈이 없었던 나는 꽃다발 하나만 들고 나의 여자를 기다려보도록 하였다. 그러다 나에게 첫 번째 기회가 왔고 나는 첫 번째 여자에게 고백을 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나의 고백을 거절해버렸다.

한번 큰 시련을 겪은 나는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한번 더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두 번째 기회를 잡았고 바로 두 번째 여자에게 고백을 하였다. 그러자 그녀는 나의 고백을 수락하였고 이렇게 하여 우리 둘은 커플이 되어 마침애 결혼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비록 우리 둘 사이에 자식은 없었지만 나름 괜찮은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나도 어느덧 중년 가수가 되었다. 이전보다 경험이 많아지면서 점점 실력이 늘고 있다는 소릴 좀 들었지만 이제 음악에 별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건지 큰 감흥이 없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공연한 날 관객들은 모두 환호를 하였지만 그럼에도 나는 큰 감흥이 없었다. 그리고 그저 평범한 인디밴드의 멤버였던 나에겐 돈이 별로 없었고 그렇게 나는 허름한 집에서 남은 여생을 지내게 되었다.

허름하고 낡은 주택에서 살면서도 나름 살아갈만했지만 아내가 항상 불쌍하였다. 그렇게 여생을 지내던 어느 날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났고 나는 홀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추운 겨울. 나의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나는 편안히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서 그동안의 추억들을 떠올렸다.


"모두들... 사는 동안 정말 고마웠어..."

"여보. 부족하지만 그런대로 괜찮게 살았어... 그치?"

"대중 앞에 서는 게 싫었어. 배운 게 노래밖에 없어서 먹고살려고 배운 거지."

"그저 할만큼만 했어... 남들도 할만큼."

"애초 우린 연이 아니었던거야."

"신인이 무대 위에서 약간 실수할수도 있는거지..."

"이제 가면 우린 언제 한잔하냐? 더 자주 볼것을..."

"넌 정말 변하지 않는구나..."

"내가 축구를 좋아했던 적이 있었나? 기억이 흐릿흐릿하네..."

"엄마 아빠... 제가 잘 살았던 걸까요? 후회되는게 너무 많아요..."




'그는 가난한 가수로 살았다. 취미를 하기엔 빠듯하게 살았고 가끔 친구의 넋두리를 들어주었으며 차가운 도시 남자지만 아내에겐 따뜻했다. 그는 사람들이 멋진 사람으로 기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