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의 벽에 둘러쌓여 나는 차가운 공기들의 위협을 받았다. 위를 싸매도 아래가 추워서 결국 도망쳐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옷을 더입어충, 담요를 들고다녀충들에게 충고하나 할 수 밖에 없다. 강의실 돌아다니면서 에어컨들 부셔버리기전에 너희들이 담요를 대신 들고다니라고. 누군가가 춥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담요로 그 사람을 말아준다면 멋진 세상이 될 것 같다. 그만하라고 말할 때 까지 계속 담요가 더 추가되겠지. 기분이 좋을 것 같다.

미나도 그러한 사람 중 한명이다. 미나는 내 이상형에 근접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사람이고 친구도 많지만 더위를 잘 타는 사람이다. 미나는 휴게실 한쪽 편에서 동료들과 떠들고 있다. 더위를 타는 자와 추위를 타는 자 사이의 대결은 항상 일어나지만 승리는 다수의 편이되곤 한다. 아니면 교수님의 편이 되거나. 하지만 생각해보면 오히려 교수님들은 생각보다 합리적인 선에서 에어컨 온도를 맞추시곤 한다.

미나가 나에게 다가온다.

"춥니?"

"......."

"괜찮아."

그녀는 에어컨으로 가서는 온도를 더 낮추었다. 그리고 나에게 다시 다가와서 말했다.

"이제 더 추워질거야. 즐겁겠지?"

나는 가방을 들고 휴게실 밖으로 나간다. 알다시피 나는 추위를 타는 파이다. 추위를 타는 파는 더위를 타는 파를 이길 수 없다. 자존심은 조금 상하지만.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린다.

따스한 햇살에 나와있으니 몸이 따뜻하게 녹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하늘에서 접시들이 폭포처럼 내려오기 시작했다. 접시를 소환하는 마법진들이 초기에 정리되지 않아서 너무 많이 증식된 차였다. 나는 재빨리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접시들이 깨지면서 날카로운 조각들이 튀어나왔다. 손등에 생채기가 나는것이 느껴졌다. 긴 바지에 긴팔 아웃터를 입고 있어서 망정이지. 나는 어느 건물 안으로 대피했다.

빌딩 안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접시들이 내는 굉장한 소음이 귀로 들리기 시작했다. 길거리의 자동차들은 전부 생채기가 났을 것이다.(차유리가 깨지는 경우는 잘 없다) 벌써 접시들이 무릎 높이까지 쌓였다. 접시들은 10분정도 그렇게 더 내렸다. 나는 빌딩안에 있는 사람들이 잡담을 하거나 창문 밖으로 접시들이 떨어지는 풍경을 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접시들이 떨어지는 현상이 포착된 것은 일주일이 조금 안된 것 같다. 그 사이에 정부가 조사팀을 투입하고 군과 공권력이 개입했지만 접시들로 인한 피해가 잦아들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접시들이 떨어지고 난 뒤에는 치우는 것도 문제였다.

 접시들은 꿈을 꾸고 있었다. 무한한 우주의 꿈을. 은하의 저편에는 또 다른 은하가 있다. 방 위를 떠다니는 필통에는 수백개의 별들이 있다. 나는 적어도 연상정도는 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때 놀이터에서 놀던 때에 그곳은 나의 우주였다. 혼자서 노는게 적어도 마음은 더 편했다. 하지만 곧 하나라는 사실에 외로워했다. 접시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땅바닥 위에 쌓여가면서 말이다. 정말 시끄러운 접시소리.

  갑자기 빌딩 안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무슨 일인가 해서 사람들을 밀치고 창문 밖을 보았다. 접시는 다 떨어진 뒤였다. 그런데 공중에 접시조각들이 부유하고 있었다. 접시조각들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었다. 아래에서 바람이 불고있는 것도 아니였다. 저 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빌딩 위 상공까지 접시들은 스스로 떠오르고 있었다. 나는 접시조각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나도 떠오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