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5화




"후, 후아..."


방에 들어오자마자 헝클어진 머리를 거칠게 쓸으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푹신한 느낌덕분에 조금은 진정된다...


"남자가 이런걸로 죽을상 하지 마라."

"줄 없는 번지점프는 죽을상이 아니라 초상이죠...!"


그녀는 콧방귀를 꼈다. 뭐라 더 말하고 싶지만 그녀는 아예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까 악마를 벨때도 느꼈지만 정말로 차디 찬 녀석일세.




"미안해. 도로가 먼 곳이라서 학교까지 너를 들고 올 수 밖에 없었어."

 

회장은 들어오자마자 곁의 소녀가 내려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커피를 내려준 학생은 검은 단발을 한 작은 소녀였다. 거기까지 여성진이 셋이다. 


그리고 남성진은... 


"남자는 없나요." 

"그러게 됬네. 학생회 회장인 나와, 부회장인 레이나, 회계의 주아와 문예의 서현이까지 전부 여자니까. 여초 학교라 어쩔 수 없잖니?" 

"남학생도 1할 7푼은 되는데요." 

"그렇다면------ 네가 여기 성비의 균형을 맞추는데 협력해주지 않을래?"




회장은 미소를 지으면서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보고 학생회에 들어오라------는 건 표면적이겠지. 분명 그 이상한 마법사 페어에 들어와 손을 빌려달라, 뭐 이런 소리라는 것은 당연히 알 수 있다.


문제는...


"어째서, 저한테 그런 말을 하시는거죠...?" 


이거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아니 외모는 둘째치고 행동은 그리 튀지 않도록 생활하고 있는 녀석이다. 체격에 비해 운동신경은 좀 뛰어나지만, '마법사'의 눈에 띌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


만약, 내가 마법사의 눈에 들 '눈에 띄는 이유'가 있다면...


"잠깐, 이야기 좀 할까?"


최악의 경우에는... 



===== ===== ===== =====



"다시 자기소개를 할게. 학교에서의 내 이름은 서지은. 하지만 원래 이름은 에인 아가레스라고 해. 마법사지."

"연세열이에요. 에인이 이름이라면... 아가레스?" 

"어머, 짚이는 게 있니?" 


내가 오컬트에 대해서 따로 조사를 한 적은 없다. 하지만 판타지 소설에서 많이 본 이름은 귀에 바로 걸렸다. 


"72위 악마에서 서열 2위... 였나." 

"그런 걸 다 외우고있는 아이는 드문데."

"다 외우지는 못했습니다?" 

"그래그래. 아가레스의 이름은 수천년전, 내 선조가 72마리의 악마 중 1체를 쓰러트린 공적에서 따온거지. 그 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나중에 또 이야기하자."


나는 곤란하다는 인상을 했고, 그녀는 손짓으로 금발검사를 가리키며 소개를 이었다.


"너를 구해준 이 아이는 레이나라고 해. 나와 똑같은 3학년이지."

"이 나라식의 이름은 이예린이야. 학교에서 부를때는 그쪽으로 불러."


이름은 알지만 첫 통성명이다. 그래서인지 예린씨는 자세를 고쳐 절도있는 인사를 했다. 무심코 나도 일어서서 받아 인사를 돌려주었다. 살짝 놀라는 눈치지만, 그녀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침착한, 어른스러운 대응을 좋아하나보네. 아니면 아이를 싫어한다던가.'


어느쪽이든 불편한 기색을 넘어서려면 좀 고생할 것 같다. 




"그리고 이쪽이 윤주아야. 2학년에서 회계를 맡고 있는, 주술사."

"...잘 부탁드려요오..." 

"응... 주술사?" 

"인터넷 게임이라던가 많이 해봤지?"

"아... 네..." 


그래도 마법사의 본직일텐데 굳이 RPG 게임의 직업과 비교하는 것은 어떨까 싶었지만, 당사자는 별 신경 안쓰는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서기가 있지만, 오늘은 만나지 못하겠네. 학생회 치고는 인원이 참 적다고 생각하지 않니?" 

"빨리 인원 보충이 필요하겠네요. 표면적으로는." 


나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표면의 이야기는 별 문제 없다. 학생회에서 업무를 맡는다?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하라고 하면 뭐 못할거야 없다. 심드렁함은 빨리 본론을 듣고 싶다는 무형의 표현이다. 그것을 눈치챈 지은 선배는 웃으면서, 


"잘 시간에 너무 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실례였네. 그럼 네가 좋아하는 오컬트이야기를 하자."

"좋아한다고는 한 적 없어요..."

"어제와 오늘, 네가 만난 악마들은 이계에서 온 존재야. 그들은 인간의 마음을 먹고, 재액을 퍼트리려고 하지."

"어째서죠?" 

"인간의 영토를 마계화하기 위해." 




그녀는 딱 잘라 말했다. 그 속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각오는 상당했다. 악마는 자신이 살고 있는 마계에서 와서, 인간의 영토, 지구를 마계화 시키려고 한다------ 마치 정복전쟁같은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 마법사들은 그 마족들과 싸우는 것을 업으로 삼는 자." 

"오..."

"뭐어 우리처럼 마력 이외에도 성력, 영력, 기력등의 힘을 사용하는 대부분은 마족과 싸우는 일을 하고 있어." 

"성력, 영력, 기력... 상당히 많네요." 

"상당히 많지. 사용자들의 수가 꽤 될거고, 덕분에 마족 퇴치를 등한시한 채 살아가는 마법사들은 꽤 있어.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아." 

"..." 


그 기백은 내가 건드릴 수 없는 것이었다. 속에서는 [마족하고 이야기라도], [위험하지 않은가요]같은 말이 올라오려 했지만 자연스럽게 사라질 정도다. 


"우리는 마족이 우리 세계로 넘어오는 이유를 알아낼 거야. 그리고 두 세계를 잇는 악의 고리를 끊어낼거고."




그렇게 진지하게 말을 하던 지은 선배는, 별안간, [짝!]


"그래서 여기에서부터가 본론이야!"

"에? 에...?"

"너에게는 힘이 있어. 내 마력에 저항한 힘, 무기없이도 마족의 몸이 상처를 낸 힘."

"윽...!"

"그 힘을 이끌어내서 우리와 함께 해 주는 것. 그것이 나의 제안이야." 


갑자기 파고들어와서 놀랐어... 그보다 그 상처, 작지는 않아도 별로 눈에 안띄는 곳에 냈는데 쉽게 들켰네. 


"대, 대가는요...?"


뭐라는거야 내 입은. 이 와중에 대가 운운하냐? 좀 뜬금없었는지 선배의 눈이 살짝 커졌다. 한순간 그러더니,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스윽 다가온다...?


"글쎄... 원한다면, 나라도 줄까?"


...이거, 분명 대가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는 뜻이겠지. 그게 아니라면 눈 앞의 상대가 사실 악마라거나 둘 중 하나네.


'아, 아니구나. 나 방금 습격당해서 목숨을 구함받았지.'


소설에서 보통 목숨을 건지고, 구해준 사람에게 [힘을 원하는가]같은 물음을 받으면 분위기에 타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뭐, 이야기는 잘 들었다.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지만, 일단, 


지금까지의 설명에 대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 설명, 전부 틀렸어.'



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