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잊을 때도 되지 않았을까.

자꾸만 그날의 기억은 잊혀지지 않은 채 머릿 속을 왔다갔다만 하고 있다.

생각할수록 미칠 것만 같다. 대체 왜 이렇게 되어 버린 걸까.

그래도 돌이켜보면 썩 나쁘지만은 않았던 추억이었는데. 

사실, 아직도 실감나지가 않았다. 그녀가 이미 내 곁을 떠나 버렸다는 것이.

작년 봄이었던가? 아마 그때 그녀랑 처음 만나게 되었을 것이다.

처음 본 그녀는 누구보다도 상냥해 보였고, 미의 여신이라는 아프로디테보다도 아름다워 보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 정도로 콩깍지가 씌여 있었던 걸까?

대학교에서 처음 만난 후, 술자리에서 본격적으로 말을 텄던 기억이 난다.

서로 처음에는 수줍어 말도 제대로 못 꺼내고 있었지만, 어느샌가 마음에 담긴 말을 터놓고 있었지.

그 날 어느새 우리를 취하게 만들었던 것은 술 몇 잔이 아니라 서로가 아니었을까?

어느새 다정한 연인이 되어 있었으니...

그녀와 함께 찍었던 사진들을 정리하기 위해 폰으로 보던 중, 한 사진을 발견했다.

영화관에서 같이 찍었던 사진이었다.

아마도 처음 손을 잡았던 날이었던가. 그날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둘이서 자신 있게 공포영화에 도전한답시고는 정작 무서운 장면이 나오자 나한테 안기던 모습.

그럴 때마다 항상 그녀의 눈을 가려 주곤 했었다.  

그리고 바로 그 날이었던가. 함께 집으로 같이 갔었다.

서로의 가정사에 대해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었지.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아무에게도 이야기하면 안 돼."

그렇게 말하던 게 엊그제 같았는데...

1년을 그녀와 함께 보내며, 굳게 믿고 있던 말이 있었다.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고. 필연적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악연으로 끝나버릴 줄 누가 알았을까?

한때는 서로 꼭 붙어다닌다고 주위에서 자석이냐는 말까지 듣고,

서로 마주보던 거울 같던 우리들은, 어느새 각자의 일로 서로에게 소홀해져만 갔다.

자석의 극이 반대로 되어 서로 밀어내는 것이었다.

그렇게 사소한 것들로부터 시작된 싸움은 늘어나기 시작했고, 사이는 벌어져 가고 있던 때,

지난 주, 그날도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살던 나에게 다가온 것은 씁쓸하게 닥쳐온 이별 통보였다.

"시간 있어? 오랜만에 공원에서 만나자."

그녀가 나한테 메시지를 보내왔었다.

별 생각 없이 알겠다고 답장을 한 후, 그녀가 만나자고 한 장소로 걸어 갔다.

그녀는 먼저 도착해 있었다.

"...왔구나?"

"미안, 내가 늦었구나. 뭐 원하는 거 있어? 사 줄게."

"...됐어. 일단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하자."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우리 그만 사귀자."

"...왜?"

"미안해. 솔직히, 이젠 아무런 감흥도 느껴지지 않아. 예전처럼 손을 잡아봐도 두근거림은 없고, 서로 같이 있어도 어색한 공기만 맴돌아.

감정싸움만 하다 지쳐 가기도 하고. 이러다 서로에게 씻을 수 없을 상처만 줄 바에는 차라리 지금 끝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뭐라 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나는 그녀를 떠나 보냈다.

그때 붙잡았어야 했을까.

그 다음날이었다. 잠에서 깨어난 나는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려고 하다, 그녀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젠 진짜 혼자구나...'

어떻게든 견디려고 시도했다. 잠을 자 보고, 게임에 열중하거나, TV나 책을 보면서 어떻게든 그녀를 잊고 싶었다.

하지만 끝내 잊지 못했다. 샤워실에서 그녀의 흔적을 발견하고 말았던 것이다.

겉잡을 수 없는 감정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집에는 나 혼자였다.

결국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그제서야 쏟아낸 나는 그대로 지쳐 잠이 들었다.

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 충격에서 헤어나오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약간이나마 나아졌다고 해도, 시간은 더 걸릴 것만 같다.

이 쓸쓸함을 조금이나마 달래기 위해 잠깐 밖으로 바람을 쐬러 나가기로 하였다.

서울의 밤 거리는 휘황찬란한 빛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문득 무언가를 생각하면서 하늘을 보았는데, 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정말 별 볼 일 없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이 노래를 모티브로 써 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