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층 세트장의 문이 열리며 모든 참가자들이 사회자의 인솔 하에 차례차례 들어섰다. 참가자들은 사각형 모양의 중앙무대를 둥글게 둘러싼 길을 하나둘씩 입장했다. 순서는 제영력부터 제구력까지 마법 번호 순서대로였다. 그와 동시에 참가자의 발걸음에 맞추어 길에 불이 들어오고 마법으로 만든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며 판타지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추강찬을 비롯한 모든 참가자들이 감탄했다. 어딘가에서 울려퍼지는 나레이션 소리와 신묘한 느낌의 BGM이 분위기를 결승전답게 만들었다. 이 입장식을 지나며 몇몇 참가자들은 카메라를 향해 인사를 하고 손을 흔들거나 이 기회에 세레머니를 표출하기도 했다.
모든 선수들이 가운데를 향해 들어오자 중앙무대의 불도 차례로 들어오며 참가자들을 비추었다. 그리고 주변에 무언가가 떠다니며 분위기를 더욱 자아내었다. 눈꽃같기도 하고 불꽃같기도 하고 연기같기도 한 그것은 무대를 감싸더니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사회자가 있는 곳의 불이 켜지며 입장식이 마무리되었다. 스포트라이트가 사회자와 참가자 쪽으로 모이며 중앙무대를 부각시켰다.
"4강전까지 오신 여러분들,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는 이번 제2회 전국학생마법대회를 맡은 사회자입니다."
사회자가 텔레비전에 생방송을 내보내는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사회자는 마법사 특유의 판타지스러운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육면체가 떠다니고 바닥이 재배치되고 글자들이 떠다니는 신비에 참가자들은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 사회자가 지금까지 있었던 이야기들과 앞으로 있을 대회를 설명할 때에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훌륭한 연출을 선보여주었다.
"제오력 대회 참가자들의 각오를 들어보았으니, 이제 제육력 대회 참가자의 각오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사회자가 질문했다. 제육력 참가자들은 순서 때문에 준비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기 때문에 바로 힘차게 말할 수 있었다.
"꼭 이겨서 우승상품 받아가겠습니다!"
가장 왼쪽에 있던 김초은이 먼저 말했다. 추강찬은 그걸 보고 적개심이 들어 말했다.
"그럼 저는 얘를 이겨 보이겠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연재가 거들었다.
"모두에게 엄청난 화력을 선보이겠습니다!"
조정수가 한껏 열의를 불태우며 말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사회자의 질문은 제구력 대회 참가자에게 넘어갔다. 제구력 대회 참가자들의 각오 멘트까지 끝나자 사회자가 말했다.
"그럼 대진표를 띄워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과 함께 마법이 날아가더니 참가자들이 서있는 공간 위쪽에 글씨가 차례차례 드리워졌다. 그 옆에는 서울의 경기장 위치가 찍힌 지도가 띄워져있었다.
"4강전부터의 대회 장소가 정해지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먼저 1경기와 2경기의 경기장은 랜덤으로 정해집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랜덤으로 정해지게 됩니다. 그러면 지금 경기장 추첨을 시작합니다!"
사회자가 그렇게 말하자 마법으로 만들어진 지도에 새로운 마법진이 일렁거렸다. 마법진은 톱니바퀴처럼 돌더니 지도를 둘러쌌고, 이상한 문양들이 속속들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지도에 삼각형 비슷한 이상한 문양이 8개 새겨졌다.
그렇게 정해진 제육력 대회의 1,2경기 경기장은 강동구였다.
사회자는 계속 생방송 카메라를 향해 멘트를 날렸고 참가자들이 거기에 반응해주기를 수십분. 개막식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모두 해산하였다. 그렇게 추강찬과 주연재 등 모든 학생들은 기숙사로 돌아갔다.


기숙사는 서초지부 근처에 있었다. 참가자가 모두 32명이어서 방이 널널했는지 전부 1인실이었다. 여자 기숙사와 남자 기숙사는 서로 떨어져있는 덕분에 추강찬은 김초은에 대한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짐을 풀 수 있었다.
추강찬이 가방에서 헌책방에서 얻은 책을 꺼냈다. 그리고 오행에 대한 페이지를 펴서 지금까지의 결과에 대입해보았다.
첫번째 경기는 대전이었고 주연재를 이겼다. 두번째 경기는 제부도였고 홍시양에게 졌다. 세번째 경기인 패자부활전은 서초구였고 승리했다. 8강전은 광주광역시였고 전청아에게 승리했다.
추강찬은 그의 성씨 추(秋)를 생각하며 '불 화' 글자가 들어간다는 것을 생각해내었다. 그리고 다른 참가자들의 성씨들도 조사해보았다.
주연재와 전청아와 홍시양과 임경빈과 김초은. 이들의 성씨들 중에서 홍씨는 洪 자를 사용하고, 김씨는 金 자를 사용하고 임씨는 林 자를 사용한다. 여기서 洪자는 水를 포함하므로 물에 속한다고 가정해보았다. 주씨와 전씨는 종류가 여러가지여서 지금으로서는 확인하기 힘들었다.
추강찬은 이를 경기결과에 대입해보았다. 4강에서 김초은이 임경빈을 이겼고, 102강전에서 홍시양은 추강찬을 이겼다. 이것은 金이 木을 이기고 火가 水를 이기는 것과 같았다. 오행이랑 정확히 들어맞는 것이었다.
추강찬은 뒤이어 이를 경기장소에 대입해보았다. 첫번째는 대전. 남한을 기준으로 살짝 남쪽에 있으면서도 서쪽에 가까우므로 火와 金의 기운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치자. 그렇게 되면 추강찬은 같은 火에게 버프를 받았고 김초은은 같은 金에게 버프를 받았다고 하면 경기 결과와 딱 들어맞는다. 여기서 火가 金과 상극이기 때문에 김초은이 추강찬에게 들켰다는 것도 설명이 된다.
추강찬이 전청아에게 이긴 8강전이 열린 곳은 광주광역시. 확실히 남쪽에 있는 도시여서 火를 띄고 있을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같은 火 속성인 추강찬이 버프를 받아 전청아를 이겼다는 것이 납득이 된다.
패자부활전이 열린 곳은 서울 서초구였다. 서울은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무조건 土이다.

추강찬은 흥미로워하며 2경기의 결과까지 지켜본 후에 주연재에게 말해야겠다고 판단했다. 확실하지도 않은 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혼란을 가중시키거나 잘못된 판단으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 마도서대로라면 서울 강북구에서 열릴 대회의 승자는 예상이 되었다. 서울, 그중에서도 동쪽이기 때문에 木의 기운을 조금이나마 띄고 있을 것이었다. 즉, 이대로라면 1경기에서는 추강찬이 조정수를 이기고 2경기에서는 김초은이 주연재를 이길 것이었다.
주연재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일은 나중에 말해주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