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집 앞 큰길 사거리에서 한 가게가 태수의 눈길을 끌었다. 말랑 애견.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휴대폰 가게였는데. , 요즘은 워낙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영세 상인들이 장사하기 너무 힘든 시대다. 저 애견 샵은 얼마나 가려나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가던 길을 가려는데 간판에 쓰인 문구가 태수를 붙잡았다. 홀린 듯 태수는 다시 간판을 바라봤다.

분양, 미용, 호텔, 웨딩

분양과 미용은 애견 샵에서 당연히 한다. 또한 요즘은 워낙에 혼자 사는 인구가 많고, 이웃들과 가깝게 지내는 문화가 없다시피 하니 갑작스럽게 먼 곳에 출장 간다거나 해외여행이라도 가버리면 혼자 남겨질 애완동물들을 위해 일부 애견 샵에서는 동물들을 호텔처럼 맡아 주는 서비스가 있다고 들었다. 태수의 눈길을 끈 건 웨딩이었다.

웨딩이 뭘까. 강아지도 결혼식을 해준다는 뜻일까? 그럼 강아지도 웨딩사진을 찍고 신혼여행도 간다는 뜻인가? 신혼집은? 주인들이 돈이 많으면 애견 샵에서 고르고 주인이 돈이 없다면 철물점에서 검은색 외벽에 와인색 지붕이 올라간 집을 고르려나?

, 간단히 생각하면 웨딩이란 뜻은 교배를 시켜준다는 뜻이겠지. 그런데 단순히 교배시키고 주인들끼리 새끼를 나눠 가지는 게 웨딩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건 당사자인 강아지들의 동의를 구한 행동이 아닐 텐데. 아니 애초에 결혼 후에 혼후순결을 지키며 살아가는 부부가 얼마나 많은데 웨딩은 교배다라는 명제가 올바른 것일까? 생각은 꼬리의 꼬리를 물고 태수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하긴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정작 나는 결혼도 못 한 노총각인데. 자기도 못 한 결혼, 개들이 한다는 생각에 잠시 넋이 나간 거라고 태수는 생각했다.

태수는 다시 집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사거리를 지나 골목길로 들어간 태수는 초록 불빛을 내뿜는 편의점 옆 빌라로 들어갔다. 계단을 올라 그의 집 문 앞에 서서 비밀번호를 누르는데, 주변이 고요하다. 평소 같았다면 미친 듯이 짖어대는 놈이 있었는데 이젠 없구나. 시끄럽던 개 짖는 소리가 새삼 그립다고 태수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