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끝나고 유미와 함께 시내로 나가는 길이었다. 학교 후문으로 이어지는 좁다란 골목길을 쭉 내려가면 시내로 향하는 지름길이 나온다. 내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유미의 손이 부드러웠다. 그때 유미가 손에 힘을 쥐었다. 나는 ?” 하고 물었다. 유미는 오른손 검지를 펴고 입 앞에 갖다 댔다. 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천천히 지붕을 가리켰다. 창고처럼 보이는 조그마한 임시 건물이었다. 나는 지붕을 자세히 살펴본 후에야 유미의 행동에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몸을 둥글게 말은 고양이가 햇볕을 쬐고 있었다.

 

광합성 하나보다.”

유미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오래간만에 보는 신난 표정이었다. 갑자기 장난이 치고 싶어졌다.

휘익. 휘파람소리가 좁은 골목길에 울려 퍼졌다. 유미가 내 어깨를 내리쳤다. 나는 아픈 표정을 지으며 ! 아파!”라며 유미에게 어리광을 부렸다. 유미는 그러게 잘 자고 있는 고양이한테 왜 놀래켜!”라며 내 등을 한 대 더 때렸다.

어어! 고양이 도망간다!”

어디어디.”

나는 유미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고양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누워있었다.

유미는 나를 말없이 노려봤다. 나도 모르게 입 꼬리가 올라가려는 걸 붙잡고 물었다.

고양이 좋아해?”

.”

그럼 내가 고양이한테 인사 하는 법 알려줄까?”

그런 방법이 있어?”

그럼!”

어떻게 하는데?”

먼저, 고양이랑 눈을 마주치고, 천천히 눈을 깜빡이는 거야. 아니 그렇게 노려보는게 아니라

유미는 이렇게?”라며 고양이와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고양이도 유미에게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우와. 쟤도 했어!”

유미가 잔뜩 신나서 물었다.

근데 이게 무슨 뜻이야? 사실은 또 난 너와 싸우고 싶다같은 선전포고 같은 건 아니지?”

전에 강아지를 만났을 때 친 장난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내가 대답했다.

아니야. 이번 건 난 너에게 악의가 없다.’란 뜻이야.”

유미가 나를 올려보며 아기?”하고 물었다. 웃음을 참고 있는 듯 양 볼이 올라갔다.

유미의 반응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는 유미의 시선을 피했고 유미는 나를 놀리듯이 눈을 마주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래. 아기도 없지.”

그럼 만들러 갈까?”

니가 아주 미쳤구나.”

헤헤. 하고 유미가 나를 올려다봤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손을 붙잡고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