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10화



"죄송해요..."

"아니, 이제 괜찮으니까."


나와 비슷한 또래처럼 생겼다고 해도 한참이나 아래 나이일 것이다, 서화는. 그런 내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계속 사과만 하는 모습은 차마 보기가 힘들었다.


"그래. 덕분에 요력에 대한 내성도 쌓이기 시작했으니, 전화위복이겠지."


굳이 따지자면 그건 제 3자가 말할 사자성어가 아니지만, 회장은 외국인이니까 뭐 그럴 수 있지. 참고로 화상은 주아 선배가 조용히 나서 고쳐주었다. 마력 내성인지 뭔지 때문에 저급한 마법으로는 좀 오래 걸릴거라고 하는데, 문외한인 내 입장에서는 1분만에 흉터도 안남기는 그 저급한 마법조차 신기하다.




"그래서 이 아이는 결국 누구에요?" 

"힌트를 모아줄게. 적갈색 머리카락과 눈동자, 나이에 비해 작은 체구, 네가 얻은 내성은 요력. 그리고 네가 맞은 공격은 여우불이야."

"마지막에 다 나왔네요!"


...여우 요괴라는 뜻이리라. 음... 맞겠지? 자연스럽게 오컬트 쪽으로 사고가 움직이는 내 자신이 무섭다. 뭐 그쪽 방면의 가장 극단에 있는게 나라고 하지만. 


"어, 근데 나이에 비해 작은 체구라면... 혹시 저와..."

"어려. 한참이나."

"...로리콘?" 

"죄송합니다." 


3초 룰이 마법사 세계에도 있으면 좋겠네요. 그러니까 로리콘 딱지는 제발 거둬주시죠 주아 선배. 여기에 없지만 레이나 씨가 있으면 얼마나 매도했을지 모르겠다. 




"아, 아가레스 언니...!"

"괜찮아. 이 녀석도 우리쪽 사람이니까. 서화야, 혹시 마나 과적응 체질이라고 아니?"

"마나 과적응 체질이요?" 


서화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생각보다 유명한게 아닌가? 


"아, 너에게는 요력 과적응 체질인가? 혹시 아무 요술도 듣지 않는 사람이라던가..."

"음... 어... 아! 그러고보니 예전에 할머니가 옛날 이야기를 해준 적 있어요." 


마나 과적응 체질이 엄청 가끔 나온다고 하더니, 이쪽도 이야기가 꽤 멀리 거슬러올라가는구나.




"예전에는 부하 여우들이 사람을 너무 많이 잡아먹하면 아무 요술도 듣지 않는 무서운 암행어사가 퇴치하러 온다고... 헉 설마..?"

"응 맞아."

"응 아니야." 


일단 암행어사가 그런 직업은 아닐텐데. 그리고 난 아냐. 뭐가 어쨌든 난 아냐.


"모, 못알아봐서 조, 죄, 죄송합..."

"...야."//"히익!"


아니 히익거리지 말고 내 말좀 들어봐. 눈만 마주쳐도 눈물이 맺힐것 같은 인상에 나는 일부러 고개까지 저리 치우고 필사적으로 서화를 설득했다.


"사람을 습격한 적 있어?"

"없어요...!"

"내게 여우불이 통했지?"

"그건... 으으... 네..." 

"그럼 날 무서워할 필요 없네."


남자들은 어린애고 꼬마들의 영웅이 되는 것이 로망일 텐데, 왜 나는 어린 여자애에게 자신의 무능함을 필사적으로 전파하고 있는가. 아, 제발 주제 빨리 넘어가라. 


내 부탁이 담긴 눈빛을 읽고, 회장님은 자연스레 이야기를 끌었다. 




"그럼 구슬을 꺼내줄래?" 

"네에..." 


서화는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몇번 접힌 복주머니를 꺼냈다. 그 안에서는 절대로 들어갈 크기가 아닌 주먹만한 구슬이 나왔다. 


"어케 꺼냈냐." 

"요술이야. 마법으로도 비슷한건 가능하지." 


아 그렇습니까. 


"공간 수납 아이템은 수요가 많아 비싸지만 구할 수는 있어. 어때?"

"...나중에 같이 생각해볼게요."

"편리한데. 뭐 그래. 신중한 남자는 좋지." 




그렇게 말하면서 선배는 구슬을 받아 주아 선배에게 넘겼다. 선배는 구슬을 든 채로 한쪽 책장으로 걸어가... ...열었다? 


아, 저거 비밀문이었구나. 매끄러지게 열리는 책장 뒤로는 옆 교실의 모습이 드러났다. 쓰이지 않아서 항상 문도 창문도 막혀있는데, 이렇게 들어가는 거였구나. 


"근데 이거 결국 벽을 뚫은거..."

"쉿해야지 세열아."


네. 주아 선배는 구슬을 한 손에 든 채로 다른 손에는 어디선가 꺼낸 기다란 나뭇가지를 들었다. 나뭇가지 끝에는 보라색 빛이 머물고 있어 움직이는 선배의 손의 궤도를 스스로 보정하며 차례대로 그리고 있다. 


만들어진 것은 몇겹의 원과 도형. 선배는 다시금 알 수 없는 말을 읊었다. 그러자 도형의 둘레에 알 수 없는 문자가 빼곡히 그려졌다. 지팡이를 거둘 즈음에는 이미 만화나 애니에서나 보던 마법진 하나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작동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보여?" 


라는 회장님의 질문에 나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가느다란 실뭉치가 이끌려져서 회전하고... 구슬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네요... 덕분에 구슬의 색이 밝아졌네요."

"그렇구나. 그건 나도 보고싶네." 


그 목소리에 묻어나오는 아쉬움은 진짜였다. 마법진은 모두가 보이는 모양이지만, 거기에 이끌려 모여드는 '요력'의 흐름은------ 정말로 나만 느낄 수 있는 거구나...


그래도 나는 확인차 회장과 서화에게 똑같이 물었다. 무엇이 보이냐고.


"나에게는 그저 구슬과 자색의 마법진이 밝게 빛나는 것만 보일 뿐이야."

"저도 마찬가지에요. 오빠는 정말 대단하네요...!"


...으음 그렇구나, 예상은 했지만. 


예상한 그대로의 답이 돌아왔음에도 나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저, '나 빼고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라는 사실에 살짝 실망하고, 안도하고, 슬퍼하고------- 그리고 각오를 다잡았을 뿐이다. 




그 마법은 불완전했다. 마력을 소모해서 마법진을 그렸고, 그걸 움직일 시스템 문자를 새겨넣었지만 원래라면 실패했어야 한다.


이유는 나도 정확히는 몰라. 하지만 그 마법진은 원래 거기 둥둥 떠있는 것 밖에 할 줄 아는게 없어야 했다고. 왜냐하면 동력이 없었으니까. 


...아마도 생명력이 부족한게 아니라, 처음부터 생명력을 소모한다라는 개념이 빠져있었을 것이리라. 콘센트도 건전지 투입구도 만들어놓지 않은 가전제품을 만들어 스위치를 누른것과 같이 말이다.




["------술법들의 리스크로서, 그쪽 세계는 생명력을 잃고 삭막해져."]


내 머릿속에서 며칠 전에 들은 말이 롤백되었다. 그게 이런 뜻이었군요. 연희 선배. 네. 결국 마술을 직접 관찰하고 나서야, 잘 알게 되었고, 잘 와닿게 되었어요. 


제가 두 세계의 연결고리를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는 것을.



1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