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누구니?"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들으면 어떻게 대답할까?


"바..박ㄱ진우요.."


나는 순간의 혼란과 두려움때문에 조금 떨면서 대답했다. 난 내가 누구인지 물어본 '누군가'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어?


'저건 나잖아???'


"야 너 뭐야?"

"왜 나랑 같은 얼굴을 하는거지?" 왠지 모를 두려움에 신경질 적으로 물음을 던졌다.


"전, 당신입니다."그 사람이 대답했다.

"뭐?"

"자세히 말하면, 이곳은 당신의 마음 속입니다."

"이 뭔 개소리야?" 매우 황당했었다.

"전 당신의 감정과 사고, 꿈을 담당하는 PJW-13입니다. 말 그대로 사랑 전문이죠"

"아니..(콧방귀를 뀌며)개소리 집어쳐. 너 누구냐고"


"박진우님, 이곳은 당신의 꿈 속이고 이 넓게 펼쳐진 초원은 당신의 마음 속이며 때묻지 않은 넓은 초원과 하얀 꽃들이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그..그그래서 뭐"

"그 말인 즉슨 당신은 선한 사람입니다. 당신은 이 세계에 오자마자 지평선을 향해 걸었으며 제가 조금 무서운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무시하고 걸어갔습니다."

"그게 대체 무슨 뜻인데?"

"당신은 육감이 좋으신 분이라는 거에요. 그렇지만 제 생각에 당신은 꼭 선하지 만은 아닌것 같네요."

"뭐?"


"그때 이곳에 처음 들어오실때 개울을 건너다가 물살이 해일로 번져버리고 당신은 떠내려가 죽을뻔 하셨죠."

"맞아.. 갑자기 밤이 됐었어"

"밤은 당신의 평소때와 다른 이면을 뜻합니다. 혹시 하늘에 초승달이 떴었나요 보름달이 떴었나요?"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초승달이었던것 같아."

"왜 조금만 위쪽으로 걸으면 징검다리가 있었는데 개울을 발로 건넌건가요?

"그냥. 귀찮아서. 굳이 얕은데 꼭 징검다리로 건너야하나?"


"귀찮으셨다고요?" 그가 물었다.

"아 그래 뭐"

"당신이 귀찮아하셔서 택시기사분이 죽었습니다"

"뭐??"

"그때 택시기사님은 사고가 나신게 아니에요. 직접 화물차로 돌진했습니다."

"아니야, 그럴리가; 그렇다고 그게 왜 내 책임이지?"

"그때 택시기사님은 아랑곳 하지 않고 당신에게 이야기를 해줬지만, 당신이 처음부터 듣겠다고 했었다면 적어도 극단적 선택을 하시진 않았었을 겁니다."


혼란스러웠다. 아니, 2배 또는 3배로 혼란스러웠다. 내가 사람을 죽였다니. 내가 사람을 죽게 하였다니.


"하나 궁금한게 있네요. 당신은 10년지기 친구 현성씨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마음 어딘가가 측은해져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좋은.. 친구지..."

"당신은 그를 5년째 좋아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냥 좋아하다는게 아니에요."

"그래. 그 PJ 어쩌고야, 나 남자 좋아하는것 같아. 난 정말 그러니?"

"네, 제가 알기론 6년 전부터요."


정말 혼란스러웠다. 난 주변에 여사친들이 많은 편이었다. 그렇지만 왜 나에게 '여친'은 없었던걸까. 주변 사람들이 시켜주겠다는 소개를 전부 거절하고 혼자서 여자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나는 대체 뭘까.


"너무 큰 생각 가지지 마세요." PJW-13이 말했다.

"하아아...."

"당신은 이제 깨어날 시간입니다. 제가 또 언젠간 당신을 부를테니 기대하시죠."

"아.. 야야야 그때 현성이가 나에게 키스한 꿈은 뭐였어..?"

"다음에 또 보시죠"

"야!야!야ㅑㅑㅑㅑ"


'탁!'

"억!"


탁 소리가 나니 억 하고 깨버렸다. 한 30분은 잔 느낌이었는데, 어라 3분밖에 지나지 않았네.?


현성이는 아직도 자고 있었다. 자고있던 현성이의 볼은 빨갰다. 현성이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왜 나에게 기습적으로 그런걸까. 난 현성이에 한쪽손을 집어 들었다. 보이기엔 그저 거칠고 큰 손이었다. 하지만 촉감은 부드러웠다. 난 현성이를 깨워 직접 물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잠에 취한듯 내가 한쪽 손을 들고 있었는지도 모르는것 같았다. 아. 다음시간은 이동시간이다. 과학시간이네.


"현성아. 일어나. 다음 시간 준비해야지"

현성이는 바로 깼다.


"어. 그래 그래야지."


현성이는 교과서를 들고는 나와 같이 과학실까지 나있는 외진 복도를 걸었다. 나는 물어봤다.


"아까 내 볼에 입맞춤한거 뭐였어?"

현성이는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답을 하지 않았다. 30보쯤 앞으로 걸었을까. 난 이 어색함을 끝내고 싶은 생각에 말을 꺼냈다.


"근데 우리 배고ㅍ"

"진심."


현성이는 저 말을 하고서는 혼자서 더 빨리 과학실에 들어가 버렸다. ....나는 가만히 몇분동안은 복도에 서있었다. 사실 가만히 서서 딱히 생각이란걸 한것도 아니다. 그저 가만히 서있었다.



종례시간. 우리 학교는 딱히 야자를 하거나 하는건 아니라서 아무래도 일찍 끝난다. 나는 현성이고 뭐고 잊어버리고 핸드폰과 가방을 들고 교문을 나섰다. 버스를 안타면 먼 거리지만 왠지 버스를 타고싶지 않았다. 얼마나 걸었을까. 조금 외진 곳을 지나가다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다. "윽... "그곳이 내리막 이었기에 조금 땅에서 굴렀다. 다리가 조금 삐었던것 같다. 일단 그래도 일어나 걸을려는 찰나에... 또 넘어졌다.


"악ㄱㄱㄱㄱ"


이번에는 다리를 삔 수준이 아니라 다리뼈가 부러졌던것 같다. 119라도 불러볼까 하는 생각에 핸드폰을 꺼내려 옷 주머니를 뒤지려 하니 다리가 너무 욱신거렸다. 아 씨발. 난 가만히, 계속 가만히 그 자세로 길가에 누워있었다. 몇분이 지났을까, 


"야! 진우야!"

어? 현성이가 멀리서 다가왔다.


"야 괜찮아?"

"윽..."


현성이는 내 몸을 일으켜 세우고 부축해줬다. 그리곤 우린 병원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왜 왔어.."


"아까 점심시간 일은 미안했어. 내가 너 생각 안하고 잠결에 그런짓 해버린것 같아. 부디 잊어주라." 현성이가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널 좋아한데." 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응?" 현성이가 의아해 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난 그냥 말을 꺼내지 않기로 했다.


현성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잘생겼다. 뭐. 미인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고 하지만 이 정현성을 본 99%는 같은 답을 할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런데. 그런데. 왜 그런 사람이 나같은 평범한 사람이 뭐라고 감당 할 수 있는지도 모를 짓을 한걸까. 걸어가는 도중 끝도 없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어"

"어ㅓㅓㅓㅓㅓㅓ!!!!"


..... 현성이가 돌에 걸려 넘어졌다. 이 녀석은 사람을 부축하고 있는데도 바보같은 짓만 한다. 덕분에 나도 넘어지고 한 15배는 더 아프게 다리가 욱신거렸다. 최대한 일어 나보려고 힘을 썼다. 손을 땅에 짚으려 몸을 돌려서 땅을 짚고 땅을 보았다. 현성이의 얼굴이다. 우린 거의 2cm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만 보고있었다.


"쪽."


현성이가 나에게 먼저 키스했다. 나는 매우 놀라서 눈알이 뒤집혀 버릴것 같았다. 난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서 현성이의 얼굴에서 떨어지고 싶었다. 조금 힘을 써보니 현성이가 눈치 챘는지 팔로 내 머리를 자기쪽으로 밀며 내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기분이 정말 별로였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는걸까. 쓰레기 같은 새끼.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점점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그는 점점 혀를 더 도발적이게 내 혀에 낼름거렸다. 정말 현성이를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저항할수도, 움직일수도 없었다. 난 또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