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진 초원, 한두명쯤 지나다닌듯 보이는 샛길을 거닐며 지평선을 향해 걸었다. 초원에는 하얗고 하얀 꽃들 수만 송이가 심어져 있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평선을 향해 걸었다. 아니, 걸어야만 했다.


"쿵!"


넘어졌다. 분명 발에 무언가가 걸린건 아닐텐데. 순간 흠칫 하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서는 무언가 음산하게 보이는 사람이 서있었다. 나는 무시한채 지평선을 향해 계속 걸었다. 몇 분을 걸었던걸까, 난 또 넘어졌다. 또 뒤를 돌아보니 '그 사람'이 서있었다. 난 바로 긴장하기 시작했다. '뭐지.. 날 따라온건가?' 나는 걷고 또 걸었다. 점점 지평선 끝으로는 해가 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초원은 끝이 없는 듯 넓었다. 그래도 앞으로 계속 걷는다. 뒤에 누군가 따라온다는 것조차 잊어버릴때쯤 하늘은 어두워져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초록빛 밝은 빛깔이었던 잔디는 온데간데 없고, 말라 비틀어진 엉성한 풀들만이 남아있었다. 분명 끝없이 있었던 꽃들도 사라졌다. 난 점점 두렵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평정심을 가져야 하지만 주위가 너무 음산하다. 그때 갑자기 '그 사람'이 뇌리에 스치자 뒤를 돌아본다. 아무것도 없다. 갑자기 집에 가고싶어진다. 계속 걷다보니 작은 하천이 나의 길을 막았다. 징검다리가 있었음에도 난 과감히 물로 뛰어들어 천천히 건넜다. '엇?' 갑자기 물살이 세진다. 더이상 계곡의 처럼 잔잔했던 물살이 아닌 거친 파도가 나에게 들이닥치고 있다. '죽음' 나의 뇌리에는 이 단어가 스쳤다. 바로 상황을 판단하고 물에서 탈출하자니 시간이 늦은것 같다. 그냥 생각하지 말고 가만히 있자. 급류를 타고 엄청난 속도로 하천을 따라 나는 갔다 아마 떠내려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것이다. 하천에 떠밀려 몇 분 지나니 끝없는 초원은 보이지 않고 하천의 끝에 깊이를 가늠할수 없는 낭떠러지가 보였다. 난 그냥 포기했다. 그리고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생각만 했다. 딱히 죽음이란게 나에게 두려운게 아니다. 자연의 섭리일 뿐이지. 떨어진다 3.2..1.....


"야!"

"깜짝아!"


낭떠러지는 안보이고 시름한 눈 앞에 여러 불빛들이 빛났다. 몇 초 뒤에는 소리가 들린다. 누가 말하고 있는데 들리진 않는다. 매우 시끄럽다. 분명 많은사람ㅇ..


"야 정신차려 박진우!"

"(벌떡 일어나며) 네! 죄송합ㅂ.."

"너 꿈꿨냐?" 


누군가가 물어봤다. 박진우? 그렇다. 나의 이름이다. 아. 이제 알겠다. 내 옆에서 이름을 부른 사람은 나의 친구이다.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 정현성. 그래, 나의 친구 정현성." "너 왜그래? 정말 이상한 꿈이라도 꾼거야?" 저 물음에 대답할 겨를없이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PC방이었다. 내눈앞에 보이던 불빛들은 모니터 화면이었고 시끄러웠던 소음들은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와 키보드를 치는 소리였다.


"너 미쳤냐?" 현성이가 물었다.

"아 그래 그렇지." 난 대답은 커녕 혼잣말만 했다.

"너 지금 PC방 와놓고 4시간을 잤어!"

(흥흥) "이 냄새는 뭐지?" (흥흥)

"야 ㅋㅋ 박진우ㅋㅋ 너 오줌지린거 아니냐 ㅋㅋ?"


순간적으로 손으로 바지를 더듬어 보었다.

축축했다. "씨발.." 이제 무슨 상황인지 기억이 난다.난 친구 정현성과 PC방에 왔고, 시간을 충전해놓고 4시간동안 이상한 꿈을 꾸며 잠들어 있었다. 거기에 축축한 아랫도리까지...


"야 넌 무슨 다른 사람처럼 불렀는데 그렇게 대답을해?"

"아.. 내가 꿈을 좀 꿨어. 이상한 꿈"

"역시 평소 개처럼 사는 사람은 꿈도 개꿈을 꾸나보네ㅋㅋㅋ" 현성이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뭔 개소리야 ㅋㅋ"


나는 확실히 방금 꾼 이상한 꿈이 생시의 나를 혼란스럽게 한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이런 일은 살다보면 한둘이 아니다. 막 자고 일어나면 꿈과 현실을 구분 못하는것 말이다. 예전에 꿈속에서 공부하라고 잔소리한 엄마덕분에 새벽에 헥헥거리며 깨자마자 불키고 공부한적이 있는가 하면, 꿈에서 친구에게 빌려준 돈을 실제의 친구에게 갚으라고 하거나... 어쨌든 꿈이 뭔가 날 가로막는 느낌을 받는건 한두번이 아니다.


"야 근데 너 오늘 부모님 생신이라 하지 않았냐?" 현성이가 말했다.

"난 당황하여 핸드폰 캘린더를 열어 봤다 (4월 27일 아빠 생신) ?!?!?!?"

"아 씨발 좆됬다.. 야 나 먼저 간다" 나는 성급히 의자에 걸려있던 옷을 빼 입으며 말을 던졌다. 현성이는 이게 웃긴지 나를 보며 웃고있었다.


"택시!"


나는 간절히 손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다시 시계를 보니 분명 오늘은 8시 까지 들어가야 했지만 지금은 9시였다. "어? 저기온다." "택시!!!!!"


"끼리이이이익"

"탁"


한 개인 택시가 내 앞에서 멈추고 난 바로 탔다. "아저씨 성현동 유파크 2차요 빨리!" "네에~" 중년의 택시기사는 여유롭고도 부드럽게 말을 했다. (힐끔) 그는 룸미러로 나를 몇초동안 바라보았다. 


"학생?" 

"네?" 

"아 근데 학생인건 어떻게 아신."

"난 보면 다 알아~" 


기사님이 말을 끊으며 말하셨다.

나는 사복을 입고있었고 원래 덩치도 좀 큰편이라 고1답지 않게 많은 사람들이 처음엔 날 어른인줄 안다. 그런데..


"학생, 지금 많이 혼란스럽지."

"네? 아. 네.. 근데 어떻게 아셨어요?"

"네 눈에 눈꼽이 끼어있잖니."

"아...."


나는 부끄러하며 눈을 더듬더듬 만지며 눈꼽을 빼기에 바빴다.


"학생, 내가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해줄까요? 들으면 잠이 좀 깰꺼에요."

"아 괜찮습ㄴ.."

"아 듣고싶다고요? 역시. 청년들은 다들 마음이 곱군요."

'난 조용히 가긴 글렀다고 생각하고 가만히 있었다.'


"있잖아요. 우리 집안에서 전해지는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요... 잠을 자면 몸에 무언가가 깃든데요. 예를들어서 색을 하다가 자면 색귀가 몸에 깃들고, 조상님이 오시면 복이 깃든다고 하네요.. 근데.. 어제 조상님이 나에게 찾아와 같이 가자고 하더라구요.. 참.. "


"꿈 그런거 믿으세요? 에이. 전 안믿어요"


[잠시후, 목적지 부근입니다]


"학생. 내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요 어디보자.. 4700원이네. 그냥 3000원만 줘요."

"아 괜찮아요 그냥 4700원 드릴게요."

"학생. 내가 하루애도 몇번씩 학생 또래 아이들 만나도 이렇게 들어주는 사람은 학생이 처음이에요. 그냥.. 고마워서 그러는거에요.."

"아.... 네.."


나는 3000원을 기사님에게 건냈다.


"철컥"

"탁"

위이이잉~


나는 택시에서 내렸고, 이윽고 택시는 떠났다.




"빠아아아앙"

"쾅!!!!!!"




"어머!!!"

"뭐야?!?!?!"

"119 불러요!!"


나는 당황하여 소리가 난 쪽을 보았다. ..........

아니나 다를까 택시는 수십톤은 되보이는 화물차와 충돌했다. 보나마나... 왠지 방금까지 같은 차를 탔던 사람이 가버리다니. 뭔가 가슴속에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우러나온다. 아참. 이렇게 여유 부릴 시간이 아니다. 어서 집에 들어가야지..


난 집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4... 7..2.3..[삐빅]열렸습니다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뚜벅뚜벅..


"야 박진우!!! 오늘 아빠 생일이니까 빨리 오라한거 기억안나?!?! 오늘 학교 오전수업이라 일찍 끝난다고 했잖아!"


어머니께서 소리치셨다.


"괜찮아.. 화내지마.. 진우야 어서 와서 저녁먹거라" 아버지께서 말하셨다.

"아 됐어요 안먹어요." 버릇없게 말을 해버렸다.

"야 박진우! 너 지금 그게 뭐야!"

"잔소리좀 그만 해요 엄마!"


쾅!


난 괜히 문을 쾅 닫고 방에 들어왔다. 짜증이 난다. 그냥 오늘은 풀리는 일이 없다. 가방을 던져놓고 옷도 안갈아 입은채로 침대에 누웠다. 이윽고 잠이 들었다.


"뚜벅뚜벅"


누군가 나에게로 걸어온다. 어? 현성이다. 

"야 여기서 뭐하냐?"


현성이는 내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에게 걸어왔다. 표정이 여태껏 본적없는 진지한 표정이었다.

"야.. 너 뭐야.. 가까이 오지마...."


난 분명히 경고했지만 현성이는 나에게 다가오고 난 뒷걸음질 치고있었다.


"척"

"읍읍..."


현성이가 갑자기 나에게 다가와 키스했다. 난 정말 더러운 느낌에 현성이를 내 몸에서 때려고 했지만 너무 힘이 쎄서 내가 밀렸다.


'제발.. 제발.....그만...'


"박진우!!!!"

"헉..헉..."


"야! 박진우! 너 학교 안갈거야?"


"아... 그치.. 그게 현실일리가.."

"현성이가 그럴리 없지..."


나는 어서 일어나 머리를 감아야 했다. 그런데 나의 바지는 또 축축했다. 나는 아무일 없다는듯 화장실애 들어가 머리를 감고 그것을 처리했다. 아침밥은 언제나 스킵하고 가방을 들고 집을 떠난다. 엘레베이터에서 거울을 바라보았다. 내 얼굴.. 못생기진 않았지만 잘생기지도 않은 내 얼굴이다. 학교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 이어폰을 귀에 낀다. 학교에 가려면 버스슬 타고도 좀 오래걸린다. 


"툭"


누군가 나의 머리를 살짝 쳤다. 뭐지? 하고 때린 쪽을 쳐다보니 현성이었다. 고등학생 답지 않은 주황색 염색머리 기둥처럼 큰키 간지가 터져나오는 교복핏 그리고 잘생긴 얼굴까지. 모두가 부러워 하는 현성이다.


"야 넌 왜 친구를 봐놓고 인사는 안하고 전신을 훑어보냐 ㅋㅋ 무슨 로봇이야?" 그가 중저음 톤의 목소리로 말했다.

"아.아 안녕"

"어젠 먼저 가서 미안했어"

"부모님한테 혼은 안났냐 ㅋㅋ"

"뭐.. 그다지.."


"어.. 저기"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 동현고 다니세요?.. 저는 명신여고 다녀요.. 근데 그쪽이 제 이상형..."


여자, 아니 여학생은 현성이에게 번호를 알려줄것을 요청했다. 현성이는 익숙한것처럼 여자의 폰에 번호를 눌러주었다.


"감사합니다..! 꼭 연락할게요!" 여학생은 다음 정류장에서 내렸다.


"와.. 아침부터 무슨 번호를 따이냐 넌.."

"야 ㅋㅋ 이정도는 별거 아니지 ㅋ 하루에 5번 저런적도 있는데 뭘 ㅋㅋ"

"그래서 만날거야?" 내가 물었다.

"잘 모르겠다. 솔직히 조금 내 스타일이긴 한데. 음."


[이번정류소는, 동현고, 동현고입니다. This stop is Donghyeon High School, Donghyeon High School.]


"이제 내리자."


[끼익]


매일 아침 아슬아슬하게 교문을 통과하면 매일 오늘은 얼마나 따분한 하루를 보내게 될까 한숨만 나온다.


"하아...."

"왜 한숨을 쉬어?"

"그냥"

"그냥이란게 세상에 어딨어"

"어딘가 있겠지..."


"우리의 뒤를 빛추는 아침햇살은 정말 따뜻했다.


1교시는 음악이다.


"자! 이거 한번 나와서 불러볼사람?"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웅성웅성×20)


"제가 불러볼래요." 현성이가 손을 들며 말했다.


"그래 불러보렴"


~~~~~~~


"좋아 매우 잘했어." 선생님이 현성이를 칭찬하셨다.

이윽고 친구들도 박수를 쳐줬다.


현성이는 음정과 박자를 거의 안틀리고 노래를 끝까지 불렀다.


4교시는 영어였다.


난 너무 피곤해서 졸면서 듣는둥 마는둥 수업을 들었다. 현석이는 일어나라며 나를 볼펜으로 콕콕 찍었다. 나는 자고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래서 그냥 아예 엎드려버렸다. 그러자 현성이는 긴 팔을 나의 등에 계속 문지르며 일어나라고 했다.


그러다 갑자기 현성이가 볼기 위쪽을 만졌다. 그순간


뿌우우웅~


내 그곳에서 방귀가 나와버렸다. 영어 선생은 칠판에서 글을쓰다 말고 바로 돌아봐서 안경을 한번 올려주고 말했다.


"방금 방귀뀐사람?"


난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그저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다. 현성이는 갈팡질팡 하는 내 얼굴을 한번 바라보더니 갑자기 손을 들었다.


"제가 꼈습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론 조절 잘해라"


"ㅋㅋㅋㅋㅋㅋㅋ" 온 교실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현성이는 붉어질대로 붉어진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엎드려 버렸다.


점심시간이 왔다. 현성이는 몇교시째 계속 저렇게 엎드려만 있었다. 나와 현성이를 빼고 모든 반 친구들은 축구를 하러 갔거나 급식을 먹으러 갔을것이다. 나는 현성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크림빵과 우유를 현성이 책상에 올려두고 현성이를 깨웠다.


"현성아?"

"일어나봐. 도대체 몇시간을 잔거야"

현성이는 몸을 뒤적거리더니 드디어 일어났다.


"엥..뭐야 박진우"

"너때문에 쪽팔렸어.."


현성이는 얼큰하게 취한 사람처럼 말을 했다.


"아.. 미안했어. 너가 안그랬어도 됬었는데.."

"빵 가져왔으니까 먹어. 선물이야.."


현성이가 비몽사몽한 말투로 말했다.

"난 딴거 먹을거야"


쪽.


현성이가 나의 볼에 입술을 갖다 댔다.

온몸의 털이 바짝 세워졌다. 현성이는 내 볼에 입술을 댄채로 수십초를 있다가 잠에 취해 골아 떨어졌다.


하늘에서 갑자기 교실 창문을 통해 햇살이 들어왔다. 나는 쿨쿨 자고있는 현성이를 바라보다 나도 잠들어버렸다.


'어? 여기는?'


나는 한번에 이것이 꿈임을 직감했다. 그때 꿈이 나에게 매우 인상적이었는지 아직까지도 다 기억이 난다. 또다시 초원이 펼쳐졌고 나는 지평선으로 걸어만 갔다. 그런데 갑자기 떠오른게 있었다. 현성이가 내 볼에 입을 맞추었을때 난 소름에 끼쳐있었다. 불쾌해서가 아니라 조금 설레여서. 아니 많아 설레였던것 같다. 태어나서 방금전까지만 해도 이성애자로 살아왔던 난 갑자기 내면의 혼란에 빠졌다. 끝없는 초원을 바라보며 생각이 든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존대하는가?

나는 무엇인가?

나는 왜 나인가?


두통이 올 즈음에 누군가 내 등을 두드린다.

뒤를 돌아보니 그는 그때의 꿈에도 등장했던 '누군가'였다. '누군가'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너는 누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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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소설써봅니다. 

개인적인 경험이랑 상상이랑 합해서

쓰다보니까 좀 재미없고 이상해지기 시작하네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2편을 써야겠네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