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채널

어린 시절

영생. 영원히 사는 것

죽음을 피할 수 있고

오래 살 수 있으며

살아있는 동안 하고싶은 거 다 할 수 있으니

무조건 좋다는 철없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

영생. "나만" 영원히 살고, 나머지는 그렇지 못한 것.

분명 신의 영역이지만, 엄밀히 말해 신은 아니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세상 모든 것의 피어나고 짐을 목격할 수 있다.

나를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 내 후손, 정치, 국가, 행성, 천체...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과의 이별을 반드시 봐야 하며,

처참한 마음에 자살도 못한다. 영생을 해야 되니.


더 나아가 내가 태어난, 그리고 나를 길러준, 나를 키워줄 이 세상이

어떤 식으로든 없어지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우주에 나 홀로 남게 된다면

신이 아닌 나는 절대 버틸 수 없을 것이다.


끝없는 공허에 허우적댈 바에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죽음과 수면의 공통점은 무의식.

끝없는 공허함도 느끼지도 못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