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22살 밖에 안 된 나였지만, 더 이상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기 힘들었다.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친구들도 나에겐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간 군대에서도 갈굼당하는 게 일상이었고, 대학에서도 친구는 사귀어 보지 못했다.

주변에 좋은 사람이라도 있었더라면 어떻게든 버텼겠지만, 그런 사람은 내 주위에 없었다.

 

한 마디로, 내 세상에는 나 혼자뿐이었다.

그래도 참고 견디면 성공할 수 있다는 헛된 희망에 어떻게든 버텨 보려고는 했었지만, 헛된 희망일 뿐이었다.

 

결국 나는 이 22년간의 무의미한 삶을 끝내려 수중에 있던 돈을 털어 서울로 츨발했다.

 

아마 내가 마지막으로 타는 버스일 것이다.

 

한숨 자고 일어나 서울에 도착했다.

 

나는 나 자신에게 그래도 이런 인생 속에서 어떻게든 버티느라 수고했다는 의미로,

마지막 만찬을 즐기기 위해 호화 식당으로 들어갔다.

사실 어떤 식당을 들어가도 상관은 없었지만, 어차피 돌아오지 않을 테니 남은 돈을 다 써야 했다.

 

식사가 나왔다.

고급 재료로 만들어진 코스 요리를 한 입 먹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 식당의 고급 요리들은 내 혀에는 황홀감을 주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 뇌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마음이 편하지 못해 생각에 잠겨 맛도 제대로 음미하지 못하고 식당을 나섰다.

 

서울의 거리를 걸어다니며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이윽고 밤이 되자, 지나가는 택시를 타고 한강대교에 도착하였다.

다리 밑에 있는 강물을 바라보니, 문득 여러 생각들이 내 머리를 스치기 시작했다.

'나 하나쯤 죽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더욱 슬퍼진다.

 

밤은 더욱 깊어져만 가고, 이제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 듯 하다.

내 선택이 과연 옳은 선택일지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마음을 굳혔다.

포기하고 돌아가 보았자, 나를 맞이하는 것은 반복되는 이전의 삶일 뿐이다.

이런 무의미한 삶이라면 차라리 끝내버리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우선 남아 있던 두려움을 떨쳐 내기 위해서 심호흡을 한 번 했다.

그런 다음, 내가 알고 있던 모든 사람과의 작별 인사를, 

마지막으로 의미없던 내 인생에 작별을 고하고 한강으로 몸을 던졌다.

 

첨벙.

 

내 몸뚱아리가 힘없이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한강 물 속은 한밤중이라 그런지 꽤나 차가웠다.

이제 나한테 남은 것은 죽음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몸에 힘이 점점 풀려가기 시작한다. 점점 으슬으슬해진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것처럼 행동해왔던 나였지만, 막상 그 순간이 다가오니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솔직히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이 두려웠다.

어느새 나는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이대로 죽기에는 뭔가 찝찝해.'

 

발버둥을 치던 와중, 내 발이 무언가를 누른 듯 했다.

돌멩이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강에 버려진 쓰레기도 아니었다.

무엇일까 생각하고 있었을 때, 내 몸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발버둥도 통하지 않는다. 이제는 완전히 체념했다. 

내 몸은 수면 아래로 완전히 가라앉았다. 

더 이상 숨을 쉬기 힘들어졌다.

 

내 의식이 완전히 끊어지기 직전, 내 발이 건드렸던 것이 무엇인지 알아냈다.

 

버튼이었다.

 

왠지 후련한 느낌을 받음과 동시에 내 숨은 완전히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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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대충 휘갈겨 썼습니다.

연작이니만큼 백일장에는 해당 안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