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홱 돌린 시즈오카 씨의 헬멧을 맞은 총알이 안드로이드의 습격 개시를 알리는 듯한 청명한 소리를 내며 튕겨져 나갔다. 총알은 바닥에 떨어지며 작은 폭발을 남겼다.

 

그로부터 몇 초 채 되지 않아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리와인더가 피해를 막으려고 했던 의정부 지진이었다. 아마 안드로이드들은 지진에 의해 우리들의 몸이 마비되기를 노렸을 것이다.

 

지진과 함께 땅이 요동치자 주차되어있던 자동차들이 요란하게 경보음을 냈고 백화점의 외벽이 부서졌다. 대로 너머의 아파트도 먼지바람을 내며 형체가 일그러졌고, 잠실역 출구의 천장이 내려앉았다. 5.4 규모의 지진인데 이 정도라니 놀라웠다.

 

그리고 리와인더 대원들의 말대로였다. 롯데월드타워는 진동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내리기 시작했고 아쿠아리움 바로 밑에 있는 변전소가 부서지며 잠실 일대의 전기와 불빛이 모두 꺼지기 시작했다. 가짜 폭탄테러를 취재하러 왔던 기자들과 특파원들, 경찰들은 모두 혼비백산하며 대규모의 붕괴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고, 그 장면을 생방송으로 촬영하고 있던 방송국 카메라와 조명은 마천루 최후의 기록을 남긴 채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주위에 암흑과 먼지바람이 가득했다. 백화점과 호텔도 형체가 일그러져있었다.

 

시즈오카 씨가 대혼란에 넋을 놓고 있던 나에게 순식간에 가방을 열어 권총을 쥐어주고는 시위용 헬멧같이 생긴 안전모를 만져 조작했다. 뭔가 딸깍하는 소리가 나더니 적외선 감지기와 통신장비가 켜졌다. 이 안전모의 기능을 처음 알게 된 순간이었다.

 

나는 서둘러 최은준 씨가 준 안드로이드 추적기를 켜보았다. 잠깐의 로딩 끝에 안드로이드들의 위치가 홀로그램 상에 떴다. 대충 7개 쯤 되어보이는 점들 중 눈에 띄는 것 하나가 있었다. 남쪽 방향 110m, 델프트 대학교 국방용 안드로이드 3세대 45980018호.

 

바로 안전장치를 풀고 사격준비를 하였다. 어차피 방탄이랑 방검 기능이 있는 옷, 헬멧, 장갑, 신발로 무장하고 있으니 괜찮겠다 싶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안드로이드가 시야에 들어왔다. 외형은 유럽계 남자였고, 은색 옷을 두르고 있었다. 한 손에 든 것은 검으로 추정된다.

나는 반사적으로 접착물질을 쏘는 총을 쐈다. 시즈오카 씨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2개의 총알이 같이 나갔다. 그러나 안드로이드는 그것들을 모두 피하더니 한 곳을 노리며 돌진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내 오른쪽 발목을 노리고 있었던 검을 피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지난 달부터 가입한 무술학원이 도움이 되었다.

안드로이드는 곧바로 방향을 틀어 시즈오카 씨를 향했다. 시즈오카 씨가 바로 자세를 틀어 어깨 쪽을 노리던 검을 재빨리 피했다. 나랑 시즈오카 씨가 같이 총을 쐈다. 그러나 총은 센서를 빗맞고 가슴 쪽에 맞아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안드로이드가 잠시 후퇴했다. 우리 둘은 서둘러 3번출구 구조물 뒤에 몸을 피했다. 갑작스런 상황에 정신없던 와중에 시즈오카 씨가 말했다.

"저 검, 전기가 흐르는 검입니다."

"아..."

헬멧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저번과는 다른 전투가 될 것이라고 짐작했다. 방탄, 방검복을 입고 있으니 전기로 지지겠다는 의도 같았다.

안드로이드가 지진으로 기울어진 가로등 위로 뛰어오르더니 그 위에 무언가를 놓고 갔다. 

"그러면 어떻게 대처해요?"

"저 검에 맞지 않도록 주의하면 됩니다. 맞는 순간 최소 기절입니다."

안드로이드가 땅에 착지하더니 아파트 쪽으로 후퇴했다. 시즈오카 씨가 헬멧의 통신장비를 통해 다른 대원들과 통화했다. 내 헬멧으로도 들려왔다.

"We're attacked by Android nearby Exit 3. It's using electric sword.(3번 출구에서 안드로이드에 의해 공격당했다. 안드로이드가 전기검을 사용한다.)"

"Here, too. It's attacking with chemical here.(여기도 그렇다. 여기는 안드로이드가 화학용액을 사용한다.)"

캐슬골드 쪽의 푸르니에 씨가 답했다.

"Okay. We'll go and protect Ms.Miyazaki and Ms.Han.(우리들은 가서 미야자키와 한혜림을 보호하겠다.)"

롯데호텔 주차장에 있는 첸 슈어 씨가 답했다.

 

안드로이드가 아파트 쪽으로 물러나자 나는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시즈오카 씨가 말했다.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안드로이드가 이렇게 간단히 후퇴하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저기 가로등 위에..."

시즈오카 씨가 기울어진 가로등 위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잠시 놀라더니 바로 마음을 다잡고 물었다.

"저거 설치한 지 얼마나 됐습니까?"

"대충 50초 정도...?"

"くそ。(젠장.)"

시즈오카 씨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위험을 직감하고 동전지갑을 꺼내 가로등 쪽으로 집어던졌다. 동전지갑의 지퍼 부분이 가로등 위에서 나온 전기에 의해 번쩍였다.

"저건 대체 뭐에요?"

내가 놀라며 물었다. 시즈오카 씨가 대답했다.

"저건 -이름은 잊어버렸지만 아마도- 낙뢰생성기입니다. 1분에 한 번씩 번개가 내리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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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세세한 전개상의 실수가 꽤 많았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2화에서의 기자와의 만남 파트를 계획된 만남이 아니라 우연한 만남으로 했어야 개연성이 더 맞을 것 같고, 1부에서 주인공이 순순히 린장 시까지 간다는 것도 약간 이상하고... 4부까지 끝내고 나중에 싹 갈아엎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