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주혁이 너는 요즘 뭐하면서 사니? 취업은 했고?"

 지난 설까지만 해도 이 질문이 나오면 고개를 숙이며 대답을 피했다. 취업이라니.. 설이나 추석같은 명절에 나오는 기사들은 '청년들은 취업에 대해 묻는 질문을 불편해한다.'고 떠들어대지만, 신문도 읽지 않으시는지 명절마다 하시는 질문이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니다. 나는 올해 4월 1일, 즉 만우절에 취업한 직장인이다. 그러니 당당히 입을 열고 말해야한다.

 "네! 저 외국계 기업에 취직했습니다!"

 하지만 말이 나오질 않는다.. 외국계.. 외국계라.. 물론 맞는 말이다. 본사가 캐나다에 있으며, 전세계 200여개의 모든 국가에 지사가 있는 매우 거대한 기업이지만, 입이 좀처럼 떨어지질 않는다.

 벌써 친척분들은 나를 바라보며 내가 취직은 했는지, 했다면 어디인지에 대해 매우 궁금해하고계셨다.

 말해야한다.. 말해야.. 그래.. 하자!

 "취직했어요.. 외국계 기업에.."

 말을 꺼낸 큰어머니는 놀란 표정을 지으셨다. 나를 바라보던 다른 친척분들도 마찬가지셨다. 모두들 이야기 나누기를 멈추고, 매우 놀란 표정으로 나를 지켜봤다.

 침묵이 약 2초간 지속되고, 화산이 분출하듯 질문이 쏟아졌다.

 "축하한다, 주혁아! 근데 사명이 뭐니?"

 "어느 회사니? 외국계면 큰 회사일텐데.."

 "장하다 주혁아! 연봉은 얼마야?"

 "어떻게 취직한거야? 힘들었을텐데.."

 쏟아지는 질문에 아차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였다.

 그렇게 질문이 쏟아지던 중,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이신 할아버지께서 친척분들을 다 조용히하게 하시고, 나에게 다가와 물으셨다.

 "장하다. 우리 가문에 이런 수재가 나오다니.. 이 할애비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 그래.. 어느 회사니?"

 상황이 단단히 꼬였다. 대충 둘러대야겠다.

 "그.. 무역업 비슷한데.. 약간 이벤트 사업의 느낌도 있고.. 그러니깐.."

 그러자 할아버지는 기다리지 못하겠다는 듯 말했다.

 "어서 말해봐라. 회사 이름이 뭐니?"

 젠장.. 젠장.. 말해야한다.. 어쩔 도리가 없다..

 "산타 주식회사 대한민국 지부입니다!"

 

 부장이 책상을 내리치며 말했다.

 "정신이 있으십니까, 없으십니까? 그걸 말하시면 어떡합니까?"

 부장은 흥분한 듯 얼굴이 달아올라 있었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부장이지만, 이번 사안은 너무나도 심각했다.

 "사규에도 나와있지 않습니까? 산타 주식회사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은 자신이 산타임을 밝히면 안된다. 이걸 어기시면 어떡합니까? 가족들이 농담으로 받아들여서 망정이지, 믿어버렸으면 어쩔뻔했습니까?"

 나는 죄인이나 다를바 없었다. 회사 내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규정을 어겼으니.. 해고가 되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부장은 거친 숨을 내쉬며 화를 다스렸다. 이후 그는 관자놀이를 누른채로 방에서 나가라고 손짓했다.

 조용히 문을 닫고 나오자, 직원들이 모두 나를 쳐다봤다. 이번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안 것이였다.

 나는 그들의 눈길을 받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컴퓨터에는 대한민국의 지도가 켜져 있었다.

 "부장님이 화 많이 내셨어요?"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나와 동기인 이주혜 사원이 걱정되는 표정으로 있었다.

 "네.. 잘못하면 잘릴 수도.."

 내가 한숨을 쉬며 말하자, 그녀는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게 왜 그걸 말하셨어요.. 아무리 물어봐도 입 꾹 다물고 취업준비생인 것 처럼 하거나.. 아니면 저처럼 위장직업을 하나 만드시던지요.. 그게 훨씬 편한데.."

 "어쩔 수 없었어요.. 나이도 어린 편이 아닌데 아직까지 취업 준비한다고 하면 무시받을 것 같고.. 또 저는 아직 위장직업을 가질 수 없어서.."

 위장직업은 신입사원들에게 회사가 주는 직업이다. 사규에 나와 있듯이, 직원들은 자신이 산타 주식회사에서 일한다고 말할 수 없다. 따라서 정체를 숨기기 위해 회사에는 위장 직업을 고르도록 했다.

 직업들은 거창하진 않았고, 어느 중소기업의 과장이나, 어느 작은 식당의 요리사, 아니면 학원 강사 등이였다.

 그녀는 'WE 엔터테이먼트 매니저'라는 위장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 엔터테이먼트가 어디냐고? 없다. 이 세상에 없는 유령 기업이다. 물론, 위장 직업 중에는 실제 기업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런 유령 기업이다.

 만일 들키면 어쩌냐고? 그럴 일은 전혀 없다. 산타 주식회사는 세계 1위 규모의 대기업이다. 전세계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유명한 대기업도 산타 주식회사에는 발끝 만큼도 따라오질 못한다.

 유령 기업 관리는 '기밀 유지부'에서 하는데, 정말 유능한 해커들과 기술자들이 모여 있다. 따라서 홈페이지 만드는건 정말 기본 중에 기본이고, 사진을 합성하거나, 기사를 합성해서 그 기업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 처럼 만든다. 나도 처음에는 실제 있는 기업이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이 위장직업을 얻으려면 일정기간 회사에서 근무하거나, 실적을 쌓거나, 혹은 입사 시 상위 20% 안에 들어야 한다.

 이 3가지가 모두 안된다면, 일정 금액의 돈을 지급하고 구매할 수 있다. 물론, 어떤 직업이냐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그녀는 유능한 인재라 상위 20% 안에 들어갔다. 따라서 무료로 위장직업을 얻었지만, 난 상위가 아니라 하위권이였고, 올해 4월 입사한 신입사원이였고, 아직까지 쌓은 실적도 없다. 그러자고 돈을 주고 사기엔 너무 비쌌다.

 회사에 나같이 위장직업이 없는 사람들도 꽤 있었지만, 그래도 위장직업을 얻는게 편하다. 사회에서 인정도 받고, 정체를 숨기기에도 편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동기끼리 서로 의지해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 둘은 서로 힘든 점에 대해 공감하며 회사 생활을 했다.

 "일 합시다 일.. 그래야 저도 위장직업을 얻죠.."

 그러자 그녀는 알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컴퓨터 화면에 집중했다.

 나도 화면에 있는 대한민국 지도를 빤히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자아.. 아이들이 오늘은 또 어떤 선물을 원할까..?"

 

 창소챈에 처음 써보는 소설이네요.. 필력이 좋지 않아서, 여기저기 허술하고 재미가 없을지 모르겠는데.. 부족하지만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편은 아직 결정되진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