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12월 1일

기록: 1

 

내 글 솜씨가 끔찍하다는 것은 충분히 자각하고 있다. 책이랑 인연이 없고, 공부도 못해서 중학교 때 퇴학당할 정도인데, 무얼 기대하겠는가. 그러나 이 기록일지들은 나의 작문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쓰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저 사적으로 기록한 글일 뿐이다. 절대 여학생들이 쓰는 풋풋한 일기장들과 동일시하지 마라. 나는 그들과 거리가 아주, 아주 멀다. 

이 기록은, 충족에 의한 것보단, 공공의 필요에 의해 쓴 것이라 해도 되겠다. 이 아래의 기록은 나중 세대의 사람들이 혹시라도 명을 부지하고 있으면 꽤나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일들을, 특히 매우 중요시되어야 할 사건들을, 기록하겠다. 몰론 사이사이에 내 사생활이 불필요하게 껴 있다면 나의 필력을 탓하라.

서론이 조금 길어진 것 같다. 일단 오늘은 눈만 조금 내렸을 뿐이고, 보초를 선 이들도 하나 빠짐없이 출석하였다. 주변 구역의 간섭은 일체 없었다고 보고되었다. 오늘의 기록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다.

 

 

20xx년, 12월 3일

기록: 소문

 

지난 며칠간 우리 행정구의 주민들은 옆 구역이 신무기를 개발했다는 소문에 벌벌 떨고 있었다. 육안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 초소형 기계인데, 대상의 두뇌 신경계를 자극하여 장애를 일으킨다는 것 이었다. 그러나 분단 사태 이후 서로간의 기술 교환이 거의 없는 지금, 그렇게 빠른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이 사실을 아는 나로썬 그저 터무니없는 소문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행정부도 만만찮게 멍청했나보다. 그 소문의 진위를 알기 위해 주변 구역과 서로 전령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그렇게 도출한 결론은 결국 공개되지 않았다 – 우리 방위군에게도 말이다. 이를 안 방위군은 행정부에 대한 회의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안 그래도 이렇게 혹독한 환경에서 굴리는데, 그런 것 마저 알려주지 못하면 우리는 그냥 집 지키는 개인가?’ 하고 말이다. 나도 동의한다. 그러나 어쩔 수 있겠는가. 그런 멍청한 이들이 지붕이 됨으로 우리가 비를 피하는데, 춥다고 징징거릴 판이냐는 말이다. 사태는 날로 커져가고 있다. 나는 그들 속에서 침묵을 지키기로 했다.

 

 

20xx년, 12월 10일

기록: 군사

 

오늘 이른 아침에, 행정부가 발표하기를, 오늘부로 여군을 구성하여 현존하는 군대와 병합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방위군은 순종하였다. 아니, 순종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명령은 절대적이었고, 어기면 어떻게 될 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들은 사람들은 입을 모아 그러한 정책의 허점을 잡아 반박을 시도했으나, 유효하지 않았다. 행정부에선 사병 몇 명을 뽑아 광장에서 희망지원자를 모으라고 시켰다. 그 중 하나는 불행히도 나였고, 이번에도 순종하였다. 일주일 간 희망지원자를 모집할 것이라는데, 정말 그럴 사람들이 있을까. 행정부도 나랑 생각이 비슷했는지, 여군 신청 시 혜택을 조금 준비하였다고 한다. 그 내용은 잘 모른다.

 

 

20xx년, 12월 16일

기록: 벌써

어째선지 가장 걱정이 되던 희망지원자 부족 문제는 나타나지 않았다. 희망지원자 수가 예상 지원자 수를 훨씬 뛰어넘었다. 행정부는 이를 미처 준비하지 못했는지 각 지원자에게 특정 시험을 시켜 고득점자 몇몇을 뽑으라고 지시하였다. 그 시험을 감독하는 사람들은 지원자 모집을 담당한 이들이 맡기로 하였다.

그들이 제시한 시험은 팔굽혀펴기, 달리기와 같이 간단한 것들과 기본 총검술 수학 능력, 암호학과 같은 것들도 있었다. 그들이 그 뒤에 위로하듯 덧붙이기를,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합격자들은, 우리가 그랬듯이 혹독한 육체 단련과 정신 교육 과정을 몇 개월 간 거칠 것이라고 했다. 몰론, 전혀 위로되지 않았다.

아마 며칠간 시험 준비를 위해 이 기록은 접어두어야 할 것 같다. 명단에 올라온 이름수만 해도 몇 백 단위니, 내년이 되어야 돌아올 듯싶다. 이제서야 네 장 째인데, 더 못쓰는 것이 한으로 남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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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라에서 처음으로 글 써봅니다. 후하후하

여태 눈팅만 하다가, 생각해둔 설정 한번 풀어봤어요!

제발 앞으로 설정오류만 없어라..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