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병동

 

그녀는 앙상하게 마른 아들의 팔을 손끝으로 쓸어내린다.

 

며칠 동안 움직이지 않고 먹지도 않아 피부가 창백하기만 하다. 얼굴은 광대뼈와 눈알이 두드러지게 튀어나왔고, 통통하던 볼살은 거의 없다시피 한 수준이다.

 

그는 그녀를 오랫동안 쳐다보았으나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병실 밖을 나와 쪼그리고 앉아 흐느낀다. 겨울철 가지처럼 앙상해진 아들의 모습은 그녀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기 시작한 것은 그가 쓰러진 그날이었다.

 

학교에서 전화를 받고 근처 직장에서 바로 달려온 그녀는 정문 앞에 주차되어 있는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같이 갔다. 중간에 깨어났다가 스스로 누워 다시 잠든 그를 보고 그녀는 안심했다. 병원에서는 과로로 인한 기절이라며 푹 쉬라고 진단해서, 아들에게 집에 가라고 말하고 직장으로 돌아갔으나, 집에 도착해 보니 그는 없었다.

 

큰일 났다 싶어 그녀의 남편에게까지 전화에 그를 찾으려 했고, 해가 다 지고, 온도가 영하로 곤두박질치고 나서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공원에서 허공을 바라보며 입으로 무엇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다만, 쉭쉭거리는 바람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작게 소리를 내뱉었다. 저는, 바람이에요. 그게, 마지막이었다.

 

의사는 정신병원 입원을 추천했으나,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분명 아들을 다시 말하게 할 수 있을 거라고, 그녀는 믿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예 입을 열지를 않았다. 지호야 왜 그러니, 왜 그래. 그렇게 말해도, 어떠한 답도 들을 수 없었다.

 

너는 어릴 때부터 입을 빨리 떼지 않았니, 자음과 모음의 조합을 신기해하지 않았니, 그것들로 모양을 만들어보지 않았니, 다른 아이들보다 어휘력이 좋아 어른들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하지 않았니, 그런데 갑자기 왜....

 

4.()

 

아무 것도 말하지 않으니 좋아. 이제 꿈을 꾸지 않아. 더 이상 입술들이 쉭쉭거리지 않아. 나는 바람이 되고 싶어. 그날, 분명 바람이 되는 거였는데, 될 수 있었는데, 되지 못했어. 분명 내가 너무 무거워서 그랬나 봐. 살을 뺄 거야. 더 살을 빼서, 날아갈 거야. 그 때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모든 것들을 스쳐 지나갈 수 있어. 어떤 것도 표현하지 않아도 돼.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돼.

 

그래. 바람이 되는 거야.

봄바람, 스쳐 지나가면 따스함이 느껴지는 봄바람같이.

 

아무도 해치치 않을 수 있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