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고 과로가 원인이라는 말을 들었다. 너는 약을 처방받아 집으로 간다. 어머니는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셨고, 너는 혼자 길을 걷는다.

 

그런 너를 나는 조용히 부른다. 나를, 따라와. , 자유로워질 수 있어. 너는 놀란 듯 주변을 둘러보고 말했다. 넌 누구야. 나는 바람이야. 나를 따라와. 이제 너도, 바람이 될 수 있어. 너는 홀린 듯 나를 따라와. 나는 너를 수평선 저 끝까지 데려가. 좋지? . 좋아. 너는 천천히 떠올라. 마치 나처럼. 이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 이제, 저기로 가자. 저기가 어딘데? 세상의 끝.

 

이제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

 

 

3.과거

비가 오고 싸늘해진 가을 밤, 학교 뒤, 가로 폭이 얼마 되지 않는 좁은 공간에 앞뒤로 아이들이 나를 둘러쌌다.

 

나는 돌부리에 걸려 스스로 축축하고 이끼가 잔뜩 낀 바닥에 엎어졌다.

아이들이 나를 바라본다. 아이들의 눈은 번뜩인다. 나는 내 몸을 움츠렸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다만, 분절되지 않은 비명만 나올 뿐이었다.

 

아이들이 나를 둘러쌌다. 그리고는 때렸다. 맞을 때마다 자음 하나하나가 소실되는 것 같았다. 하나, 또 하나. 맞을 때마다 작은 바람 소리가 났다. 아주 짧은 바람 소리.

 

분명, 언어들이 빠져나가는 소리일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비명만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나는 예감했다. 분명 그렇다면 더 좋을 것이다.

 

아이들의 린치는 십여분간 계속되었다. 아이들이 떠난 뒤에 나는 혼자 앉아서 흐느끼며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는 달도, 별도 없었다.

 

말을 잃어버리면 나도 결국 입술만 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