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백일장 다니던 때가 생각나네요. 

저는 백일장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별 다른 이유는 없고, 번번히 낙방만 해서 그렇습니다. 고등학교 당시에는 속으로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서 자신을 보호하곤 했습니다만.

고등학교 3년 다니는 동안 1등을 한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그나마 제일 좋았던 실적이 대구대학교 2등상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3년 동안, 그나마 외부에 이야기할만한게 그거밖에 없네요.

낙방할 때마다 스스로를 감싸던 게 습관이 되어서, 지금은 평가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제가 스스로 제 글을 봐도 느끼는 건데, 사실 이걸 누가 읽겠나 싶긴해요. 적어도 불특정 다수가 기꺼이 읽을 글들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 당시에는 그런 것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었고, 방황도 많이 했었어요. 뭔갈 써내도 막 크게 기쁘지 않던 그 시기를 기억합니다.

뭐하고 살아가냐, 취미 말고 특기가 뭐냐라는 질문에 글을 쓰고 있다고 처음 대답했던 게 14살입니다. 지금은 25살이니까, 어느덧 10년이 넘어가네요.

그동안 이것저것 완성했어도 이렇다할 결과는 없었지만, 저는 그래도 무언가를 써낸다는 걸 꾸준히 했다는 거에 미련이나 후회는 없습니다.

쓰지 않았다면, 쓰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면 깨닫지 못했거나 생각하지 못했겠구나 했던 순간순간들이 많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응모할 때 냈던 작품은 17살 때 썼던 글입니다. 글을 완성하고, 글을 가지고 있는 동안 자음 하나 모음 하나 바꾸지 않았습니다.

낡기도 하고 구멍도 숭숭 나 있는 글인데도, 여러 귀찮은 것이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일히 투표해주신 분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7년 전에 이렇게 쓰면 되겠다, 저렇게 쓰면 되겠다 생각했던 것들이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보기에 나쁘지 않았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글이라는 게 많이 쓴다고 느는 것도 아니고, 오래 쓴다고 나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잘 쓰던 사람들이 엉망진창이 되기도 하고, 왜 쓰나 싶은 사람들도 어느 순간 실력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좋은 글이라는 게 뭘까, 잘쓴 작품의 기준이라는 게 뭘까 하는 질문에는 쉽게 답을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그 기준이라는 게 사람마다 확연히 다르긴 하지만, 사실 그 잣대라는 건 글을 읽을 때나 써먹을 만한 것 같아요.

글을 쓸 때는 사실 별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쓴다는 건, 머리를 굴려서 쓰는 게 아니라 실천의 항목인 것 같습니다.

일단 써보고, 써보고 안 되면 접은 다음에, 왜 재미없었나 곰곰히 생각하고 다시 쓰는 것의 반복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는 딱히 방도가 없습니다.

저는 글을 쓰는 거보단 글을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사실 쓴다는 게 정말 어지간히 귀찮은 일이 아니거든요. 써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그것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글을 쓰게 하는 그 원동력은, 뭔가를 완성할 때만 느낄 수 있는, 말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글 한 문단 두 문단 써서 뭐가 되겠나 싶기도 하겠지만, 은근 글이라는 게 정직한 부분도 있습니다.

쓰는 사람들은 딱 써낸 만큼만 알아가고, 그 써낸 만큼만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좀 더 나은 글을 쓰고 싶다면, 좀 더 그럴싸한 문장들을 뽑아내고 싶다면, 고민보다는 그냥 적어나가는 사람들이 됩시다.

 

원래 뭘 만든다는 게 가오를 세우기 위해서 엉덩이를 아작내는 일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열심히 쓰시고, 거기 안에서 원하는 것을 얻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