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아테네, 카르타고, 베네치아, 에스파냐. 패권을 잡은 이들의 손아귀에는 언제나 바다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바다에서 멀어지는 순간, 헤게모니는 바다를 장악한 또 다른 이에게 넘어갔다.


그러나 나의 조국은 그러하지 않았고, 않을 것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1588년에 칼레에서 간악한 구교도들의 함대를 멸절시킨 이후 조국이 신교의 수호자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하는데 일조하였다. 1805년에는 감히 황제를 칭하는 나폴레옹의 탐욕을 트라팔가르에서 분쇄하였다. 넬슨 경의 헌신에 신의 축복이 임하길!


그 이후 우리의 조국은 번영을 거듭하였다. 일개 왕국은 곧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 되었다. 조각만하던 동남아시아, 극동아시아, 아프리카, 서아프리카,  오세아니아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게 되었다.


제국의 번영 곁에는 언제나 우리가 있었다. 우리를 내달리게 하던 것이 어느새 바람에서 석탄이 되었고,우리의 몸은 나무조각에서 강철이 되었으며 기껏해야 1km밖에 미치지 못하던 포는 10km는 우습게 날아가게 되었다. 시대가 바뀌었으나 우리는 변치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세계의ㅡ곧 제국의 바다를 쉬지않고 내달렸다.


허나 동방에서 들려온 소식은 우리가 왕좌에서 끌어내려지리라는 전조와도 같았다. 그래서 우리의 아버지ㅡ피셔 제독ㅡ는 순순히 끌어내려지기 전에 스스로 혁신하기로 했다. 먼저 새로운 세계를 열기로 했다. 그렇게, 나와 나의 자매들이 탄생했다.


세계 해전사, 아니 세계사를 다시 썼으며


지금까지의 모든 군함을 과거의 망령으로 몰아넣었고


두려움 없이 나아가 적들을 공포에 떨게 할 새로운 대양의 여제ㅡ


나의 이름은 드레드노트(Dreadnought)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