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라라라라라~♪ 이히히히히히히힛~♬


언제나 환한 웃음-흐흑-이 우릴 반겨주네


웃음이 멈-읏-추지 않는 떠들썩한 우리 마을


새들도 지나가다가 미소로 반겨주네


웃음은 슬픔의 신마저도 기쁘-으읏-게 해주는지


여인들이 항상 찾아와


아이들과 매일 -흐흑-같이 즐겁게 놀아주시네


꽃도 활짝 웃음꽃도 활짝 반겨주는


향기-윽-로운 이 마을 정다운 이 곳


매일같이 웃으며 오늘도


모두가 우리 마을에 모여 열심히-으읏- 살아보세 


랄라라라라라~♪ 이히히.....



밖에서 울려퍼지는 뛰노는 아이들의 노랫소리. 하지만 저게 즐거워서 매일같이 들려오는게 아니였다. 사실 저 노랫소리가 마을을 감추기 위한 수단과 더불어 혹은 나 때문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왜냐하면 이 시간정도 되면 매일같이 여행자분들이 일어나 활동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난 그때마다 홀로 지하에 갇혀 내가 여깄다고 찾아달라고 오늘도 계속 계속, 대신 그분에게 들리지 않게끔 약간씩 아주 약간씩 소리를 내본다. 허나 소리를 내다보면 갑자기 올라오는 눈물 때문에 나도 모르게 소리가 커질때가 있었다. 아마도 그때 한번 들키고 혼난 이후로 아이들에 노래소리로 내 목소리를 묵살한것이라 나 혼자 생각했다.


그때 마지막이 몇일전, 그러니까 밤이 가까이 다가올때쯤 모두의 소리가 죽은 시간, 나는 홀로 여기에 앉아 웅크리고 있었다. 소리를 낼수도 없다. 아마 그분이 지금 어딘가에 있겠지. 두렵다. 그때였다. 방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가 나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방 어딘가에서 들리는 쪽을 살펴봤다. 아무도 없었다. 불안감에 잔뜩 긴장을 한 상태에서 누군가 내게 말을 걸었다. 뭐지.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갑자기 눈앞이 아득해진다.



“드디어 내 목소리가 들렸구나.”



난 내게 걸어오는 목소리에 눈을 떴다. 언제 잠이 들었던거지? 하지만 눈을 떴을땐 내가 있던곳은 어둡고 무서운 방안이 아니었다. 내가 마주한곳은 어느 초원, 어디서도 본 듯한 이 곳. 지금 꿈을 꾸는건가. 그리고 내앞에 서서히 누군가에 그림자가 점차 드리워서 어떤 여성의 모습이 비췄다.



- 안녕, 초아야~ 정식으로 인사하는건 오래간만이지. 혼자 잘있었어? 물론 잘 있지는 못했겠지만 (웃음) 


- 당신은 설마....



“제나 언니?!”



왜 이 언니가 내 꿈속에 있는거ㅇ....



- 네 생각에 끼워들어서 미안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여긴 꿈속이 아니야. 내가 영력으로 방금 막 네 정신에 빙의해서 그렇게 보이는거야.


- 뭐라고요?


-  한마디로 네가 보고 있는건 머릿속 풍경의 일부일거야. 그러니 안심해도 돼. 물론 정확한 상황은 모르지만. (웃음)


- (그게 안심될 부분인가?) 아니, 그렇다치고 언니가 왜 여기있어요?! 분명히...


- 말투를 보니 너도 다 알고있었구나. 초아.


- !


- 이거 나도 몰랐는걸. 초아도 알고 있었다니 말이야. 그래서 나를 이렇게 만든거?



할말이 없었다. 언니가 지금 말한게 사실이었으니까. 제나 언니라면 지금쯤 위에 갇혀있으니까.



- ......죄송합니다....


- 에 뭐라고?


- ....죄송하다구요....어쩔수 없었어요.....(울먹) 


- 뭐라고 하는지 안들리는데? 원래 목소리가 이리 작았나? (웃음) 


- 저때문에 그렇게 되신거 사과할게요..... 마을을 위해서 어쩔수없었어요.......


- 저기요. 안들리는데요? 뭐라고 했는지 한번만 다시 얘기 해주....


- 죄송하다구요!!!! (버럭) 그치만 제가 이러고 싶어서 저지른게 아니란 말이에요!!!! 이러지 않으면 저뿐만 아니라 마을사람들 마저 다시 지옥같은 곳으로 돌아가고 만다구요....! 저만 희생하면 모두를 구할수 있다고 그분이....(울먹) 


- 이제야 솔직히 말했네. 그렇담 나도 솔직히 털어놓을게. 실은 나도 대충은 눈치채고 있었어. 마을주민들도 그렇고 아주머니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행동이 조금 의심스럽더라. 나중에 아주머니가 들어간 방을 몰래 살펴보다가 결국 이 신세가 되버렸네. 어서 용사가 구하러 와줘야 되겠는걸? 후훗(웃음) 


- .....지금 그런 신세가 되셨는데도 왜 웃으시는 거죠?


- 왜냐고? 그건 너랑 마찬가지야. 정말 모르겠어?


- 마찬가지라뇨?


- 지금도 너, 내가 나타나줘서 엄청 안심하고 있는걸. 안그래? 이래도 정녕 모르겠어? (웃음)


- !


- 나도 계속 믿고 있거든. 용사가 나를 구하러 외준다고 말이야. 너도 안됐지만, 나도 같은 처지니까 당연한거지.


- 용사님께서.....구하러 와주신다고요.....하지만 여태까지 그리 믿어왔지만 아무도 날 구하러오지 않았는데, 무엇을 믿고....


- 믿는다는건 앞을 향해 바라볼 희망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증거야. 봐봐.










“지금도 앞에 무언가 보이지?”







그때였다. 누군가 괘종시계를 열고 들어오는 소리때문에 그 환상에서 깨고 말았다. 누구지, 이 시간에. 그분이 들어오신건가? 설마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지른건가? 싫어. 오지마. 난 더이상 이러고 다시 맞고 싶지 않아—



“초아야!!!”



그때 들려온 내 이름을 부른 소리는 그 분에 것이 아니었다. 그 목소리에선 화난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거기에서 느낀건 애타는 말투로 나를 부르는듯. 마치 이런 나를 걱정해주는것 처럼.


그리고 웅크리고 있던 허리를 펴고 떨구던 고개를 들자 나를 보고 안심의 미소를 짓고 있던건 다름아닌— 











용사님이셨다.








제 9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용사







[현재. 숨겨진 지하실 안] 


“.........”



이장님은 더이상에 할말을 잃었는지 털썩 주저앉아 한참을 죄가 많이 묻은 방의 천장을 응시한채, 한곳을 바라보고 계셨다. 그렇게 진실은 전부 밝혀졌고 사건은 일단락 되었다. 하지만 그가 저지른 죄는 결코 용서받지 못할것이란걸 난 알고있다. 어린소녀의 마음을 짓밟고 마을사람들을 이용해 희생당한 사람들의 목숨을 마왕군과 거래를 하며 자신의 욕심만 채우고 있던 모습은 마왕군과 별개로 이미 악마와 다름 없었다. 그리고 현재. 이장님에게 남은건 지난날까지 벌인 죗값의 후회와 탄식, 그리고 모두를 향한 속죄뿐.



- 다 끝났습니다. 이장님. 이미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여태까지 만행을 모두에게 사과하시죠. 

 

- ........(침묵) 


- 그런다고 달라지는건 없습니다. 어서 일어나셔서 당장....




우우웅— 우우웅——




그렇게 말하던 도중 어디선가 쇠붙이의 진동소리가 내 귀에 들려와, 말을 잠시 멈추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들려오는 진동은 점점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들었고, 이내 아주머니 주변에서 울린다는것을 인식했다. 근데 정작 아주머니는 고개를 힘없이 떨구신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울음을 멈추고 내 품에 안겨 겨우 안정을 찾은 초아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나한테서만 들리는 소리? 점점 소리가 커져갈수록 내 머리 어디선가 익숙한 경험이 떠오른다. 전에도 이런적이...그때 분명히.....










검은 그림자(이장님)가 내게 다가왔을때 ‘단도 『한배검』’에서 났었던 소리. 아직도 느껴진다. 그땐 분명 위험해서 내게 알리려고 신호를 보낸거라 생각했다. 끝났는데도 울리는걸 보면 이장님이 계셔서 난 것인가? 아니 잠만, 분명 이장님이 다가왔을때 소리였다면 왜 지금에서야 나는 거지? 뭐가 어떻게 된거야. 그때였다.



- 요....용사님...!



품에 안겨있던 초아가 고개를 내밀고는 다급하고도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었다. 점점 얼굴빛이 안좋아져갔다. 대체 무슨일이지.



- 왜 그래 초아야? 이제 다 끝났어. 그러니 안심해도....


- 그게 아니에요. 다...다가오고 있어요.


- 다가온다니...?


- 지금 여기에......



“그분이 다가오고 있어—(!)”



그러자 초아는 무언가를 본 겁먹은 눈으로 갑자기 털썩 주저앉더니, 이내 일어나선 얼른 내 뒤로 숨어서는 귀를 틀어막고 웅크린채로 몸을 덜덜 떨리는게 등을 타고 느껴졌다. 또한 단검의 소리도 같이 커져간다는 것을 느꼈다. 뭔가 잘못됐어. 그리고 나는 초아가 바라본쪽을 향해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그러자 주변에 어두운 그림자가 이장님 곁에서, 자세하게는 이장님 몸속에서 새까만게 새어나오고 있었다. 마치 이장님에게서 품어져 나오는 검은 그림자가 마치 이장님을 조종하듯, 그러자 이장님은 어느순간 일어나 나를 아니 뒤에있는 초아를 노려보며, 목소리를 점점 높혀져 간다.



- 초아야... 그러니까 내 말을 잘 들으라고 했지.... 왜 말을 안 들어서 이런 사태까지 만드니? 너만 잘했어도.... 네가 실수만 안했어도....!



“이런 일 없었을거 아니야—!!!!!!”



이장님은 괴성을 지름과 동시에 이쪽으로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순간 놀라 나도 모르게 피하려고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뒤에 초아가 있다는 사실에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다. 맨몸으로 막아내려고 자세를 취했지만, 이장님한테서 느껴지는 거센 오라에 눌려 나도 모르게 움츠려 들었다. 이때 단검만 있어도...! 


그때였다.



“이제 그만하세요!!!”



아주머니는 내 앞을 막아서서 손에는 반지와 맞바꾼 단검을 치켜들어 이장님을 향해 소리쳤다. 그제서야 이장님은 달려오던 발걸음을 멈춰 세우곤 단검을 든 아주머니 모습을 보고는 놀란듯, 아주머니를 더욱 노려보며 입을 땠다.



- 지금 뭐하시는거죠, 아주머니?


- 이장님. 더이상 다가오지마세요. 안그러면....(검을 더욱 치켜들곤)


- 이장님을 막을거에요!


- 아주머니! 어서 피하세요!


- 지금 그걸로 날 막겠다는 건가요? 설마 아주머니도 벌을 받고 싶으신건가요.


- 이제 그만하세요. 용사님 말대로 전부 끝났습니다. 더이상에 죄는 그만 지으세요. 제발요!


- 죄라뇨? 이건 정당한겁니다!!! 실수를 저지르고도 혼자 저렇게 떳떳이 있는데, 벌을 받는게 당연한게 아닌가요! 생각해보세요! 저 애만 잘했어도 우리마을은 금방 예전에 평화와 영광을 되찾았을거에요. 쟤만 잘했어도 금방...


- 그건 오직 이장님의 생각이시잖아요! 아무도 이장님처럼 과거에 영광을 찾지 않아요. 우리가 진정 바라는건 더이상에 상처는 남기지 않는거라고요! 지금 이장님께선 초아에게 또 상처를 주려고 하시잖아요!


- 고작 저런 아이의 상처때문에 모두에게 피해를 입히자는 건가요?!! 제정신이세요! 당신, 진짜 이 마을을 배신할건가요 지금! 어서 비키세요!! 다치기 싫으시면 당장!!!!


- 이장님께서 지금까지 얼마나 힘드셨는지 잘 알아요. 하지만 마왕군의 잔꾀에 휘말려서, 한 아이에게 고통을 남기는건 더이상 봐 드릴 수 없어요. 특히....












“자기 자식에게 만큼은 안됩니다. 이장님!”



갑자기 등에 있던 초아는 웅크려있던 몸을 펴고 일어나선 아주머니를 바라봤다. 나는 그땐 빨리 눈치채지 못했다. 뒤늦게 알았다.

이장님과 초아는 사실 친가족이였다는 사실을. 그런 초아는 입을 열어 아주머니에게 눈물 섞인 목소리로 말하였다.



- 유모....


- 초아 아가씨는 마을사람들뿐만 아니라 이장님까지도 깊이 생각하셨습니다.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도 여태까지 견뎌낸겁니다. 전 그런 힘들어하는 아가씨에 모습을 보며 저도 여태껏 모녀 연기를 해가며 도와드렸죠. 근데 이장님께서 돈에 눈이 멀어 여행자들뿐만 아니라 하나뿐인 자식을 해치려고 하다니....결코 이 앞을 비켜줄순 없어요!!!


- 이젠 정체까지 까발리시겠다. 좋습니다. 아주머니도 마찬가지로 벌을 주도록 하죠!!



“아빠! 이제 그만 정신 차리세요!”


“!”



초아는 이장님의 흉악한 모습을 보고 다급히 소리쳤다. 초아는 그런 이장님을 보고도 숨지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검은 그림자는 아직까지도 이장님 곁을 감싸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자신의 앞에서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는 초아를 보면서 이장님은 굳어있었다. 그때 이장님의 무서운 그림자속에서 잠시 당황한 기색과 처참한 몰골이 같이 엿보였다.



- 아빠. 이제 그만둬요! 저만 아픈걸 잘 견뎌내면 다른 사람은 다칠 일이 없다고, 아빠가 말했잖아요! 그래서 전 버텨왔어요. 근데 아빠는 그 손으로 죄없는 사람마저 아프게 하려고 하고 있어요...!


- .....초아야.


- 전 그에 부응하려고 노력했어요. 아빠가 마왕군의 술수에 넘어갔다는 것도 알고서도 꾹꾹 참아왔어요. 왜냐면 처음에는 싫은데도 억지로 황금을 받아들고 있던 아빠의 모습, 기억한다구요...!


- .......


- 아빠는 마왕군에게 엄마를 잃으시고 많이 힘들었다는거, 다 알아요. 그래도 아빠는 그걸 숨기시고 마왕군에 맞섰다는것도 전부..... 아빠. 전 이런 아빠라도 싫지 않아요. 지금도 그 어둠속에서 헤어나오시지 못하는 거 뿐이잖아요. 여태까지 딴 사람들에게 몰래 도움을 요청한건 잘못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용사님께서 우릴 구해주신다고 약속했거든요.


- 크흑....!


- 엄마도 그렇게 믿고 있을거에요. 아빠는 내게 상처를 줬지만, 누군가 우리 마을을 구하러 와주면 또한 아빠도 예전의 다정했던 아빠로 돌아오신다고.....그래서 믿고 있었어요. 지금도 믿고있어요. 아빠...!



초아의 마음속 깊은곳에서 우러나온 진심이 밖을 타고 이장님께로 그대로 전해줬는지, 이장님은 한참을 괴로워하는 목소리를 부여잡고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륵, 이장님의 목을 타고 흘렀다. 이장님에게서 더는 어두운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단검의 소리도 그에 맞춰 사라지는 듯, 잔잔해져가는 소리가 초아 가족의 누그러진 마음을 대신 얘기해주는 거 같았다. 누군가에게 조종당한듯 생기없던 눈동자는 초아를 비추자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초아를 안아주며 서로를 향해 울부짖었다. 이제 무사히 다 끝났구나....

















우우웅—! 우우웅—!



그 둘의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갑작스런 검의 울음소리가 터져 끊이지 않았다. 그러자 형태가 없었던 검은 그림자는 점차 형상을 띈 검은 물체로 서서히 밝아져가는 동시에 소리가 들려왔다.



- 역시 인간은 영 쓸모가 없—네. 하암~


- 쓸모가 없어졌으니 없애도 되겠지?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건 아까 전 어두운 그림자와 대비해 하얀 피부에 은빛깔 머리칼을 가진 한 남성이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란 초아 부녀를 향해 반짝이는 무언가, 그것은 저번 밤에 나를 해치려고 했던 칼이었고 그대로 휘두르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그걸 보고서 아주머니 손에 있던 단도 『한배검』을 급히 쥐어들고, 가족을 해치려고 드는 저 악마를 향해 단검을 힘껏 던졌다. 적중했는지 주춤하고는 뒤로 물러섰다.



- 이런. 용사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게 생겼네. 마왕님께 뭐라 말씀드리—지?


- 넌 대체 누구냐?!


- 아, 소개도 해줘야 하나? 귀찮네. 저는 마왕군 제 2부대 간부이자 마왕님께 총애받는 충신, ‘에멜 무지로’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지금 무슨짓을 하려고 한거야! 초아 부녀에게 무슨짓을 벌이려고 했냐고?!!!


- ㅇ? 내가 무슨 잘못했나? 그저 쓸모없어진 쓰레기를 제거하려고 한거 뿐인—데? 쓰레기는 그냥 놨두면 냄새 나잖아. 재활용도 못할거 같으니 처리하는게 당연하—잖아?



이이상 말이 통하지 않는다. 아무생각이 없어. 거리낌 없이 부녀를 휘둘렀던 칼을 버리더니, 나를 향해 아니 혼잣말로 들으라는듯이 말을 내뱉는다.



- 가베도 용사한테 당했다고 들었는데, 『영혼기병체(靈魂奇兵體) 프로젝트』인가 뭔가를 내가 영혼을 모으는거 보고서 생각했다는데 말이—지. 걔때문에 재미삼아 기껏 모은 영혼들을 이젠 못 보내잖아. 흥 깨지—네.


- ....너 뭐라고 했어?


- 음? 뭐—가?


- 취미삼아 모았다고? 여태까지 영혼들을?


- 어 맞아. 용사가 나타날것을 대비해서 마을을 기껏 점령해놨는데 널 기다리는동안 마을사람들을 굴리는것도 싫증이 나기도 해서, 재미로 영혼을 모아서 평생 노예처럼 부려먹으려고. 영혼은 불멸이잖아? 갖고 놀다가 망가질 일도 없고. 마침 그때 가베가 프로젝트를 펼친다고 해서 그걸 핑계로 마계쪽으로 영혼을 옮기고 있었지—뭐.


- 뭐...뭐라고....


- 쟤(이장님)한테 마을사람들을 영혼을 가져가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그게 싫다고 하길래, 인간들이 좋아한다는 황금을 몇번 쥐어주면서, 대신할 영혼이라도 바치라고 했더니 말을 잘 듣더라고. 이것도 나쁘지 않고 직접 영혼을 모으지 않아도 되서 그냥 그렇게 해왔—....



“네가 지금까지 무슨짓을 해왔는지 몰라서 말하는거야?!!!”



- 왜? 그러면 안—돼?


- 너때문에 모두가 얼마나 상처 받아왔는지 몰랐던 거냐고?!! 너의 재미삼아 했다는 그 짓이 딴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어왔는지, 정녕 모르는거냐고!!!


- 인간따위 감정을 내가 왜 신경써야돼? 우리보다 훨씬 나약하고 미련한 종족은 밟히는게 당연한—데? 인간들도 마찬가지잖아? 뜻대로 안된다고 자기보다 약한 자식을 때리고 욕하고 괴롭혔는데 나는 하면 안돼? 


- .....!


- 이제 이렇게 노닥거릴 시간따위 없어. 다 들켰으니 이 마을에 있을 필요도 없겠—지. 너만 처리하면 되지만 마을 하나 없어져도 상관 없겠지?



그러자 그 ‘에멜 무지로’라는 악마는 한 팔을 위로 뻗고 무언가를 읊더니 손에서 검은 구체가 생겨났고, 점점 크기가 커져가고 있었다. 저걸로 마을사람 모두를 말살시키려고 한다는 사실을 재빨리 눈치채고, 나는 발을 급히 옮겨 아까 던져서 악마 주변에 떨어져있던 단검을 잡으려는 순간, 악마는 나의 행동을 보고는 뻗던 팔을 유지한채 뻗으려던 내 팔을 발로 걷어찼고, 그만 힘에 밀려 뒤로 내동댕이쳤다. 한번 걷어찬거 뿐인데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윽! 대체 얼마나 강한거야...!



- 용사님!!!


- 이런이런, 방해하면 안되—지. 어라? 근데 약간 친거 뿐인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네. 용사인데도 이렇게 약한게 세상에 있었단 말이야? 뭐야. 괜히 쫄았었네. 이렇게 약한데 그때 도망치지말고 공격했어도 이겼겠네. 정말 김새게 하는군. 그래도 고맙게 생각해.


친히 이 흑살옥(黑殺玉)으로 마을을 통채로 없애줄테니—까. 이거 꽤나 마력이 많이 들고 오래걸리는 기술이거든. 그사이에 네가 방해하면 안되니까 (다른 손을 뻗어 마법으로 단검을 띄우고는) 고작 이런 도구로 날 방해하면 안되니까, 이건 내가 가지고 있....(!) 




“으아아악——!!!”




단검을 잡자마자 악마는 괴성을 지르며 재빨리 단검에서 손을 때어냈다. 악마는 괴성을 멈추고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그 손은 단검 때문인지 하얗던 손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그러더니 약간 몸을 움츠리더니 자신의 손을 다시 재생시키려고 하는 그 순간, 떨어뜨린 단검을 위험을 무릅쓰고 초아가 대신 집어들어 쓰러져있던 내게 가져다 줬다. 나는 초아가 준 단검을 받아들자마자 몸에서 전에도 느꼈었던 엄청난 힘이 내게 흘러들어와 몸을 간신히 일으켜 세웠다. 나는 뒤로 물러난 악마를 바라보며 천천히 앞으로 다가갔다.



- 으윽...! 뭐야 그 검은? 이거 너무 아프잖—아.


- 이제 알겠어? 네가 여태 저질러왔던 그 더러운 손에서 느껴진 사람들의 아픔을 말이야.


- ㅎㅎ 아마도 이 무기로 가베를 쓰러뜨렸나 보군. 어차피 그 무기한테 기대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잖아! 그러고도 날 쓰러뜨린다—고? 결국 너도 나약한 인간과 다를바 없어.


- 맞아. 이 검이 없었다면 난 그때 죽었을지도 몰라. 단검은 작았지만 무척 강했거든. 하지만 넌 한가지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어. 초아도 약했고 작았지만, 내게 마음이 전해졌기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고 초아가 내게 검을 주었기 때문에 너에게 다가갈 수 있었어. 이래도 모르겠어?


- 크크킄....뭘 말이냐....


- 지금 약하다고 단정지은 것들에게 넌 보기좋게 당했다고.


- !


- 잘 기억해둬. 겉모습만 보고 네 멋대로 세상을 단정짓지마. 네가 생각한것보다 그들은 훨씬 강하니까. 마찬가지로 넌 내게 마지막을 볼거다.



“네가 생각했던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용사인 나에게 말이다!”



그러자 악마는 나의 기세에 눌렸는지 한참을 꼼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악마에게서 이렇게 당당히 다가올 수 있었던건 검이 있어서가 아니다. 뒤에 있는 나를 믿고있는 사람들 덕분에 난 서있을 수 있었다. 이제 정말로 마을의 원흉을 향해 마지막을 지을때다. 



“이렇게...허무하게.....끝날 수는 없지!”



그러자 그 악마는 등뒤에 숨겨져 있던 거대한 날개를 펼치고는 지하실 문 바깥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고 외친다.



- 예상외지만 보기좋게 당해버렸—네. 네가 이겼어, 용사. 하지만 끝났다고 생각하지마라. 언젠가 널 쓰러뜨린다. 이 ‘무지로’가 널 반드시! 그럼 잘있어라. (펄럭) 


- 안돼! 기다려!!



나는 도망치려는 악마 ‘무지로’를 향해 달려갔다. 저번에는 넘어져서 잡지 못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무조건 잡는다! 만약 여기서 놓치면 돌이킬 수 없다고 또 다른 피해자가 나타날것이라 난 생각했고 악마를 향해 힘차게 검을 뻗는다. 그리고 그 검은 날개에 감돌고 있는 그림자에 휩쓸렸다. 날개 주변에 돌던 어둠과 함께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벗어나 검게 짙어있었던 마을에 끝자락조차 더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 






마을은 이제 평화를 되찾았다. 마왕군에게서 완전히 벗어난 마을 안에서는 거짓으로 웃던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진정으로 흥겨운 웃음소리와 마을사람들의 소란스러운 소리가 이를 대신하는 거 같았다. 하지만 여기에 유일하게 웃지 못하고 있는 단 한사람. 마을사람들에게 엎드려 잘못을 고하고 있었다.



“여태까지 제가 지은 죄를 용서해주십시오.”



이장은 모두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엎드려서 자세를 낮추고 있었다. 하지만 쉽게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마을사람들의 야유와 함께 살갑지 못한 눈으로 바라본다. 여태까지 지은 죄로 인해 고개는 더욱 들수없을 수 밖에. 모두가 이장을 욕하고 탓하고 있을때쯤, 그 사이에서 누군가 말했다.



“모두에게 용서를 구하기전에 우선, 딸에게 먼저 정식으로 사과하세요.”



그러자 이장을 욕하고 있던 마을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봤다. 거기에 있던것은 바로 ‘리내’였다. 그 말을 들은 이장은 리내를 바라보고 이내 리내 곁에 있던 자신의 하나뿐인 딸 ‘초아’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마을사람들 사이를 지나 곧장 초아에게로 다가갔다.



- 초아야, 여태까지 미안했다. 악마의 유혹의 넘어가서는 맨날 널 구박하고 학대하고...아버지로서 자격이 없구나....


- 아니에요. 아빠, 괜찮아요. 지금이라도 정신 차려서 다행이에요. 이제라도 이렇게 대화 할수있어서 기뻐요. 아무리 나쁜 아빠라도 저의 하나뿐인 아빠인걸요. 앞으로 사람들을 위해 힘쓰는 아빠 모습, 정말 자랑스러울거에요. 히힛.


- 나같은 못난 아빠라도 받아줘서 정말로고맙다...! 으흑...!!!



이장은 이제서야 고개를 들고 앞에서 있는 작지만 많이 어른스러워진 딸에게 감격과 화해의 눈물을 흘렸다. 이장으로서가 아닌 한 아이의 부모로서 자신의 딸에게 줬던 상처들을 보듬어주는 순간이었다. 그런 현장을 보고있던 마을사람들도 이제야 초아 부녀를 보면서 박수갈채를 끊임없이 보낸다. 마을의 진짜 행복이 찾아온것이리라.



- 근데 제나. 그러고보니 이 중요한 순간에 변태용사가 안보이네? 어디간거야?


- 후훗. 참 빨리도 물어보네. 이장님께 듣기로는 간부와 함께 사라졌다고 하더라고. 아마 마왕군의 간부를 따라간 모양이야.


- 뭐?! 변태용사가?! (당황) 마을이장님이 자신의 딸에게 죄를 지은것도 너한테서 처음 알아서 놀랐는데, 용사가 마왕군 간부를 따라갔다니....우리도 뒤쫓아야 되는거 아니야?!!


- 내가 그럴줄 알고 이민이 자는 사이에 미리 추적기를 몰래 붙여났지. 붙이는데 꽤나 어리광을 부리더라고. 후훗, 그때 좀 귀여웠지 (웃음) 


- 뭐??!!!! (화들짝) 나 몰래 둘이 무...무슨 짓을////!


- 그러니까 괜찮을거야. 용사 말이야. 약하긴 하지만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강하거든. 분명 따라가서도 잘 버텨낼거야. 왜냐면......










용사님(주인공)이시니까.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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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광활한 하늘 저편 어딘가] 


나 이민. 악마를 놓치지 않기위해 필사적으로 쫓아 마왕의 간부 무지로를 잡는데 성공하긴 했지만, 눈을 떠봤을땐 이미 나는 하늘 높이 날고 있었고 한손에는 단검을 들고, 다른 한손에는 간부의 다리를 간신히 부여잡고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 손을 놓치면 아래로 떨어지게 생긴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 정말 끈질기—군! 너 같은 철거머리는 처음 보—네. 그 이상한 검 때문에 날아갈 힘도 없다고. 그 상태로 버틸 생각이야?


- 너를 처치하기 전까지는 절대 놓아줄 수 없어!


- 이런. 그렇다면 어쩔수없—네. 이 방법을 쓸수밖에.



그러더니 간부 무지로는 급격히 회전을 시도했다. 점점 회전 속도는 빠르게 돌아갔고 그럴수록 나는 손으로 계속 버텨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안돼! 정말로 떨어지고 말아! 겨우 버텨내고 있던 나를 바라보고는 간부는 뭔가를 생각해냈는지 입을 연다.



- 아. 칼로 내 다리를 잘라내면 되겠구나. 어차피 재생시킬수 있으니까. 좀 불편하겠지—만.


- 뭐?!!



그러더니 악마는 내가 움켜잡고 있던 자신의 오른쪽 다리를 반짝이는 칼로 잘라냈다. 나는 당연한 얘기지만, 잘라져버린 다리와 함께 땅으로 곤두박질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후에 생각은 끊겨있었다. 아마도 그때 기절한 모양이다.



















으윽....!


신음 소리를 내며 간신히 눈을 떴을때, 이미 어딘가로 떨어져서 쓰러져 있었던 상태였다. 얼마나 기절해 있었던거지? 나는 쓰러져있던 몸을 겨우 일으키곤 주변을 둘러 살펴봤다. 일단 마을은 아니었다.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걸 보면 숲 같은 곳에 떨어진거라 짐작했지만, 주변을 자세히 볼수록 점점 미궁에 빠졌다. 빽빽히 서있던 나무들은 거의 다 썩어있었고 나무 주변에 펴있던 꽃들의 색깔과 모양도 해괴망측 할 뿐더러 하늘도 파랗지 않고 붉은색깔이 일렁거렸다. 이세계 어느곳에도 본적 없는 곳이였다. 아마도 여긴 인간이 사는 곳이 아니라 설마... 그때 뒤쪽 숲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오, 하늘에서 뭔가가 떨어졌어.”

“뻥치지마. 하늘에서 뭐가 떨어져.”

“멍청아. 내가 분명 하늘을 바라보다가 뭔가 떨어지는걸 직접 목격했거든! 떨어지는 소리도 같이 들렸다고.”

“어라? 그럼 왜 난 못들었지?”

“넌 자고 있었잖아, 등신아! 어쨌든 어서 찾아봐. 분명 이 부근에 떨어졌을거야.”



그런 소리와 함께 점점 내게로 다가오고 있다는걸 인지하고, 서둘러 나무 위로 올라가 숨었다. 그렇게 다가오고 있는 무언가에 긴장한 상태로 숨을 작게 쉬며, 나무 아래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숲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 등신아. 너가 잘못 본 거 아니야?”

“어라. 이상하네? 분명 이 부근이 맞을텐데.”

“재미없어. 나 다시 자러갈래.”

“그래. 그냥 가야겠다. 분명 여기서 들렸는데, 정말로 이상하네?”



그리고 그 말과 함께 천천히 멀어져 갔다. 하지만 난 그들의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왜냐면 방금 서로 대화를 나누던 그 두명은 인간이 아니었다. 머리에는 뿔이 하나씩 나있고 피부도 거칠거칠하니 마치 돌 같았으며 무엇보다 크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나무랑 거의 닿을 정도였다. 나도 모르게 몸을 움직여 나무에 내려가려는 그 순간, 그만 지탱하고 있던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말았다. 결국 나무에서 거대한 소리와 함께 뚝 떨어지고 말았다. 



“뭐야. 지금 방금전에 소리가 났어!”

“진짜네. 아까 있던데서 들린거 같은데?”

“그럼 어서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그러더니 빠른 걸음으로 내게로 다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벌떡 일어나 다른 나무로 잽싸게 올라가 숨을 참고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뭐야. 없잖아. 우리가 잘못 들은거야?”

“진짜네. 헛것을 들었나? 왜 그러지?”

“없으니까 돌아가자. 안 보이는데 굳이 찾을 필요 없잖아. 아마도 나뭇가지가 꺾인거 같애. 봐. 나뭇가지 혼자 떨어져 있잖아.”

“그렇네. 나무가 오래되서 그런가보네. 아까전에도 나무때문에 그런건가?”

“(이제 그만 가라. 제발!)”



“와! 인간이다!”



그때 내 뒤 가까이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와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며 아래로 다시 떨어졌다. 이번에는 아무것도 없었던 주변에 태어나면서 여태까지 보지 못한 생명체들이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아까 그 흉측한 뿔 거인과 각종 괴물들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방금전, 내 뒤에서 소리를 낸것으로 보이는 한 괴상망측한 새 한마리가 소리를 내며 내 쪽을 바라보고 외쳐댄다.



- 인간이야. 인간! 아까 하늘에서 떨어졌던 인간이다!


- 진짜네. 네말대로 떨어져 있었어. 그것도 인간이! 그런데 마왕님께서 인간을 발견하면 즉시 어떻게 하라고 하셨지?


- 바보야! 마왕님의 명을 금새 까먹었냐! 당연히——



“즉시 보이는대로 죽여서 잡아오라고 하셨잖아!”



그러자 나를 보던 눈빛이 달라지더니, 이번엔 나를 죽이려는듯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모습의 난 검을 꺼내들고 일어나 그들을 향해 검을 겨눴다. 그랬더니 주변에 있던 괴물들은 내가 들고있던 조그만한 단검을 보더니 일제히 헛웃음을 지었다.



- ㅋㅋㅋ 쟤 봐봐, 쟤 지금 저걸로 우리랑 싸울려고 하나봐! 되게 귀엽다!”


- 아마도 뭣도 모르고 마계(魔界)에 처음 발을 들인 민간인인가 본데ㅋㅋㅋㅋ 


- (여기가 마계라고?!) 


- 그래도 아까운걸. 난 인간 진짜 오랜만에 보는데...좀만 갖고 있다가 바치면 안되나?


- 이건 마왕님의 어명이야! 어기면 가차없이 우리에게 벌을 내리실거야!


- 그건 그렇네. 그렇다면 어서 잡자!!!



그러자 주변에 있던 괴물들은 일제히 나에게 달려들어 공격을 퍼부었다. 무자비한 공격속에서 나는 검을 든채 끊임없이 다가오는 괴물들을 피하며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격은 잦아들지 않고 오히려 더욱더 거세질 뿐이었다. 처음에 싸웠던 상대보다 약해보였지만 수가 많아서 그런지 반격할틈도 없이 정신없이 피해다녀야만 했다. 아마도 예전의 제나에게서 받은 특훈 덕분인지 왠만한 공격은 다 피할 수 있었다. 그때 뿔 거인들은 자신들의 공격을 전부 피하는 나를 보며 찌푸린 표정으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 뭐야. 쟤 왜이리 잘 피해! 이러면 잡지 못하잖아! (짜증) 


- 그럼 그 방법을 쓰자! 어이 테캐이논! 한방 날리자!


- 부으응~!



그러자 뒤에 있던 들소와 비슷하게 생긴 괴물이 울부짖으며 앞으로 다가오더니, 입을 벌리고는 무언가 에너지 기체가 입안으로 점점....



- 테캐이논의 캐논 한방이면 쟤라도 피할수 없을걸?


- 오! 똑똑하네! 캐논 한방 쏘면 이 숲도 송두리째 날아가겠지. 물론 우리들도 사라지겠지만, 그정도는 마력이 넘쳐나는 마계에선 우린 금방 재생되니까 상관없겠지!


- 뭐?!!


- 그럼 잘가라. 곧 사라지겠지만, 시체만큼은 남겨둘게. 마왕님께 바쳐야 되니까 말이야. 자 어서 쏴버려! 테캐이논!


- 부으으으응~!!!



괴물들은 그 말과 함께 소의 입안에 모여들고있는 에너지원을 쏘아서 이 숲과 함께 나를 없애려고 하려는 모양이다. 아까전에 무지로하고의 대전에서는 무지로가 내 검을 잡아들었기 때문에 마을을 통채로 날려버리는건 간신히 모면할수 있었지만, 이번 상대는 손이 없을 뿐더러 주변에 괴물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막고있어 도망칠수도, 만약에 도망쳤다해도 괴물들 말대로 숲을 한방에 날린다고 했으니 이 넓은 숲속을 빠져 나가기엔 역부족일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 처해있는 상황은 절체절명의 위기. 사면초가였다. 하지만 여기서 죽을순 없어! 어떻게든 빠져 나갈거야. 아직도 누군가 고통 받고 있을지 모른다고! 그렇다면—









“내가 할수있는 일은 그것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