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준이가 내 얼굴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부릅 뜬 두 눈은 마치 사나운 맹수같이 이글거리고 입은 결의에 차 굳게 다물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것일까. 나는 최대한 뜯어말려도 통 알아듣지를 못했던 상준이를 보며 과거를 원망했다. 어쩌면 너무 먼 강을 건너버린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돌려놓을 방법은 까마득히 멀어보였다.


쌍둥이 형제간의 우애가 금이 간 것은 어림잡아 10년 전, 그러니까 고등학생 즈음이었을 것이다. 우리들은 적어도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나름 준수한 형제관계를 갖고 있었다. 반을 장악하고 있던 패거리들이 다른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합심으로 패권을 잃어버렸을 시절에도 우리들은 같이 시련을 나누며 동고동락했다.

그러나 그것이 틀어진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나와 상준이는 반이 갈라지면서 나의 담임 선생님은 영어 선생님이 되었고, 사회 선생님은 내 동생의 반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그들의 교육방식이 문제였다. 인생은 성적순이라는 영어 선생님과 성적이 다르더라도 인생은 공평해야 한다는 사회 선생님의 교육 방식의 갈등은 그들 사이의 승부욕 내지 적개심을 불러 일으켰다. 선생님들 사이의 다툼은 자연스레 아이들에게까지 전파되었다. 선생님을 따르는 아이들도 생겨났고 이에 반감을 품는 아이들도 생겨났다.

두 선생님들의 냉랭한 기류는 결국 사단을 내었다. 2학기가 거의 시작할 무렵, 그러니까 개학식 즈음에 사회선생님의 반 무리들이 우리 반 아이들에게 싸움을 걸어온 것이었다. 우리 두 반은 심각하게 치고받고 싸웠다. 우리들의 반은 선제공격에 의해 밀렸지만, 소문을 듣고 찾아온 아이들이 합세해 우리들은 사회 선생님의 반 떼거리들이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서 전세를 역전할 수 있었다.

전교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했던 이 싸움은 크리스마스 즈음에 겨우 마무리되었고, 선생님들간의 적개심은 심해졌다면 심해졌지 누그러들지는 않았다.

졸업식 날, 나는 혼란스러웠던 학교를 뒤로 한 채 새로운 사회로 진출했다. 그러나 그 시절을 완벽히 지워버릴 수는 없었던 것일까, 동생은 사회 선생님의 사상에 너무 많이 물들어버려 있었다. 반끼리의 싸움에 너무 많이 관여되어 구축된 특유의 난폭한 성격은 대학생활에서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상준이는 물류학과를 나왔으나 자기계발의 미비와 다소 폭력적인 성격으로 인해 사회에서 그리 살가운 대우를 받지 못했다.

한편 나는 의과대학에 진학해 의사가 되었다. 독일 유학 과정을 거쳐 실력을 쌓았고 우리나라로 와서 레지던트 역할도 착실히 해내었다. 병원의 부도 위기도 극복해내어 내 동생 상준이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멀리 떨어져있는 사이 같았지만, 우리들은 속으로는 내심 관계의 회복을 바라고 있었다. 해고당하고 얼마 있지 않아 주식도 날려먹은 상준이를 보면서 하루빨리 우애를 되찾고 싶었다. 불행히도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의 영향을 많이 받은 그는 자존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크고 작은 장난을 쳤다. 나도 그 행동에 화가 나서 역으로 공격한 적도 있었지만, 그 정도로 그만둘 호락호락한 상준이가 아니었다.

하루는 탁구장에서 만난 때였다. 누가 먼저 만나자고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오랜만에 재회하자는 약속에 기대가 나름 부풀어 있었다.
탁구를 거의 다 마쳤을 때 즈음, 내 동생 상준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형, 아직 그 실력주의 사상에 물들어 있는 건 아니겠지? 그 사상 버리는 게 좋을 거야."
아직도 고등학교 때의 기억이 남아있나 싶었다.
"아직 가지고 있지. 그보다도, 동창회 가보니까 너희 반 애들도 슬슬 인정하던데."
"그렇지. 아직 버릴 마음은 없구나."
관계의 회복을 원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아쉬워하는 말투에는 아직 그 사상을 버리지 않았다는 말이 남아있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지. 예전의 형제애로는 되돌리기 어렵겠네. 그러면 강제로 회복시키는 수밖에."
싸움을 걸 듯한 그 말에 나는 그때는 안심하고 있었다. 무술같은 신체적 기예는 내가 훨씬 좋을 뿐 아니라 경제적 지위도 그를 추월한 지 오래다. 그러나 상준이가 꺼낸 말은 나의 예상을 넘어서 있었다.
"총이라면... 가능하려나."
총. 그 어떤 무예를 연마하더라도 방어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최강의 냉병기. 상준이는 힘으로 옛날의 관계를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나는 당연히도 그런 방식으로 화합할 생각은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대로 식겁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 생각은 기어코 뜯어말리려고 했고, 나랑 친분이 있던 다른 의사들도 동조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상준이가 심혈관 질환으로 다른 병원에 입원하면서 일은 미지수로 돌아갔다. 나는 이 즈음 경제적으로 지원해주면 총을 살 생각을 안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침 상준이가 경제적으로 빈곤했던 터라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생각은 마냥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상준이는 처음에는 돈을 잘 받아먹었다. 총을 사려는 마음도 누그러진 건지 말투가 조금 순해졌고 유화적으로 변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마음이 바뀐 건지 자존심이 상했던 건지, 아니면 단순 변심이었던 것인지 상준이는 마음을 180도 바꿔 지원을 스스로 끊고 기어이 총을 구입했다.

그 소식을 들은 나와 내 동료들은 상준이를 더 강한 기세로 뜯어말렸다. 그러나 새로운 사업도 망해 빈곤을 달리고 있는 그에게 잃을 것이라곤 없었다. 우리들은 가끔씩 상준이가 실탄사격장에 들렀다는 소식이 들리면 그때마다 놀라서 뛰어가 억제시키곤 했다.

하루는 상준이가 무슨 독한 마음을 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칼로 내 팔을 그은 적이 있었다. 피가 많이 나는 걸 깨달은 나는 화들짝 놀라서 상준이에게 반격했다. 상준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깨갱하고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그 눈빛만은 변하지 않았다.

올해만 해도 상준이는 사격연습을 몇번이고 했다. 이제 상준이는 나를 진짜로 쏠 기세였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까 했던 나도 문제였지만, 무력으로 그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상준이도 문제였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당장 형제관계를 회복하자고."
상준이가 나를 향해 총을 겨누며 말했다. 나도 받아들이고는 싶었지만 지금 이 방식으로 회복을 하면 상준이의무력에 시달릴 것이 뻔했다.
"아이, 경제지원 해주겠다니까 이러네."
내가 살살 달래면서 말했다.
"그걸 받아들여서 그대로 너한테 종속되라는 거야? 그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상준이가 결의에 찬 눈빛을 여전히 유지하며 말했다. 나는 그 순간 나의 그 제안을 받아들이면 상준이의 말대로 될 것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알았어. 경제 지원은 상관 없으니까 우리 둘 다 평화롭게 가자, 제발."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을 품었다.
"제발, 응?"
"싫어."
상준이가 총신을 더 가까이 들이밀면서 거부했다. 나는 죽음의 위험을 감지하고 죽기 싫어 본능적으로 말했다. 
"아니, 나한테 대체 왜 이러는데?"
상준이가 그 말을 듣고 살짝 움찔했다. 나는 총을 쏘려는 줄 알고 살짝 움츠라들었다. 그러나 상준이가 든 총은 예상 외로 조금씩 내려가고 있었다.
"그치만..."
상준이가 힘겹게 한 마디를 입에서 뱉었다. 그리고마침내 총을 든 손이 허리까지 내려가자 상준이가 말했다. 상준이의 말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그의 진심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치만... 내가 이렇게하도 하지 않으면, 하준이 오니짱, 내게 관심도 없는 걸!"
"손나 바카나! 그럴리가 없잖아! 넌 하나뿐인 내 동생이라구... 그리고... 꽤나 귀엽고 말이지..."
"에에...? 혼또...?
"쓰,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오랜만에 겨울 스포츠나 같이 하자고."
"오니짱!"
하더니 갑자기 끌어안았다죠.(웃음) 흠... 동생녀석 이래봬도 잠재력은 세계 최상위랭크랄까...?


======
본 소설은 학교 평화통일 백일장에 내려다 폐기한 설정을 바탕으로 만들었으며, 후반부 원본은 http://m.humoruniv.com/board/read.html?table=pds&number=755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