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응모] 조선의 궁궐에 당도한 것을 환영한다 새끼야-2화


조선의 궁궐에 당도한 것을 환영한다 새끼야-4화


커피.... 핫식스.... 몬스터.... 제발 아무거나 카페인 좀 제발...  


조선시대. 살기 그렇게 나쁘지 않다. 뭐 서민들이야 힘들수 있지. 근데 난 공신 가문에 좌의정이잖아? 사는 건 좋아. 근데 문제는 그거다. 커피가 없어 커피가! 물론 제일 좋은 방법은 그냥 자는거지만-내가 그럴 수 있나. 오늘도 호조에서 빨리 지역별 할당량 자료 내려달라고 재촉하고 갔단 말이야. 여기서 일 더 벌리면 진짜 죽을 거 같은데. 기술 개발 언제 해야되지? 


문명5에서는 그냥 1000원만 있으면 도서관 짓고 기념탑 올려서 과학 연구 자동으로 되고 정책도 그냥 채택됐을텐데.... 퇴계 이황 한 장만...


음? 이황? 


내가 너무 일에 치여 살아서 그런지 그냥 빡대가리가 된 모양이었다. 그래! 나만 갈릴 순 없지! 캬캬 조선 위인이란 위인은 다 갈아주마!


그러고 싶었다. 그러진 못했다는 얘기다. 이황? 이이? 태어나려면 백년은 있어야 된다. 조식? 류성룡? 백년 남았다고 시발! 잠만. 생각해보자 생각. 지금 쓸 수 있는 사람이? 


찾았다. 황희 정승하고 맹사성. 김종서 있잖아! 지금 이 분들 나이가... 55세, 58세, 35세. 됐다. 존경하는 여러분, 조선을 위해서 저 대신 갈려주셔야겠습니다. 




"그래서, 나보고 이걸 하라는 말씀이오?"


황희는 눈 앞의 새파랗게 젊은 좌의정에게 물었다. 


"아니죠. 의정부에서 이 정책을 관할하는 겁니다. 호조참판도 빼왔습니다."


안 그래도 체구가 그렇게 크지 않은 그 젊은이는 피로에 쩔어 더욱 작아보였으나, 그 와중에도 반짝이는 눈은 일종의 장난기를 품고 있었다. 


"허허. 우리 좌의정 대감이 그 동안 많이 힘드셨나보오. 이 정도는 해줘야지 그럼."


"아이고, 이 까마득한 후배를 위해주는 건 역시 우의정 대감 밖에 없습니다 그려. 제가 이 은혜는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맹사성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황희는 무언가 께름직한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은 곧 현실이 되었다. 


"허허허. 우리 좌의정 대감이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된다고 했소?"


"28살이라 했지요."


"새파랗게 어린 토끼새낀지 알았는데 1000년 묵은 능구렁이었구만."


관청 안에 그득히 쌓인 자료를 보며 점잖기 그지없던 두 정승이 이를 가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노라-주위를 지나던 내관들은 회고하곤 했다.



아름다운 나날들이었다. 드디어 저 개같은 서류에서 빠져 나왔다! 이제 본격적으로 기술 개발 하러 가야지! 물론 나는 할게 없다. 아니 생각해봐. 게임에서 기술개발 하는데 플레이어가 그 기술을 알아야 하겠어? 고로 나는 군기감에 연구하라고 시키면 장땡이다 이거야! 


"경."


"예, 전하."


"그 일은 잘 진행되고 있는가?"


"예. 곧 관련한 내용을 정리하여 상소로 올려드릴 것이옵니다."


시간이 좀 널널해진 덕분에 영혼을 두배로 갈아넣은 사업계획서라고.


"아니, 그거 말고."


"세법 말씀이시옵니까? 의정부에서 처리하고 있사옵니다만..."


보스는 한숨을 내쉰 후,


"혼인하게."


내 가슴팍에 개발되지도 않은 비격진천뢰를 박아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