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사는 식물들에게 물을 준다. 그것은 정해진 섭리. 정원사를 고용한 귀족은 항상 말했다. 정원사는 물을 주기 위해 태어난거라고.

그러나 정원사가 식물들에게 물을 주는 날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정원에는 선인장만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습기가 스며들지 않도록 정원을 좀더 여맬 뿐이었다.

그러나 귀족은 정원사를 고깝게 보았다. 정원사가 물을 주는 모습을 통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선인장이 뭔지 잘 몰랐던 귀족이지만, 저렇게 느리게 자라는건 분명 물을 주지 않아서라고 생각했다.

오늘도 귀족은 정원사에게 정원사의 의무를 설파하지만, 정원사는 물을 주지 않는다. 이것은 4개월 정도 반복되었다. 그러나 그간 4개월은 사업이 잘 풀렸기 때문에 귀족은 화를 누그러트릴 수 있었다.

그러나 어젯적에 사업이 망해가고 있다는 보고를 들었기에 귀족은 화가 많이난 상태였고, 결국 정원사를 내쫓았다. 

쫓겨난 정원사는 정처없이 떠돌다가 자신의 친구를 만나러 갔다. 그 친구는 대장장이였는데, 귀족이 토법고로를 지어서는 그곳으로 파견을 보냈기에 대장장이는 토법고로에서 철을 녹이고 있었다.

그시각 귀족은 사업이 망한 이유가 뭔지 생각해보았다. 영주는 흙으로 만들어진 용광로인, 토법고로를 곳곳마다 지어서는 가동시켰다. 그러나 토법고로에서 나온 철은 질이 안좋았고, 사업은 망했다.

귀족은 마침내 결론을 냈다. 토법고로에서 일을 한 노동자가 일을 대충 한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생각한 귀족은 채비를 챙겨서 토법고로로 가기 시작했다.

정원사는 토법고로에서 일하는 대장장이와 대화를 나누었다. 대장장이는 철을 녹이는것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이어서 저런 흙덩이에서 철을 녹이면 온갖 이물질이 들어가고 열은 곳곳으로 빠져나간다고 말하며 귀족의 무식함을 설파했다.

정원사 역시 대장장이의 주장에 동의했다. 귀족은 정말 멍청해서 일을 제대로 하는법이 없었다. 그나마 돈을 많이주기에 할수없이 일하는것 뿐이었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고있는데, 귀족이 왔다. 귀족은 대장장이에게 분노가 가득찬 말을 했다. 토법고로는 설계상 아무런 문제가 없을터인데 대장장이가 대충 일하고 일부러 이물질을 넣었으며 땔감을 횡령해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긴다는 것이었다.

대장장이는 억울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날 대장장이와 정원사는 일자리를 잃었다.

정원사는 너무 아쉬웠다. 한달만 더 일했으면 빚을 갚을 수 있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아쉬움을 뒤로하고 정원사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