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우리가 처음으로 향한 곳은 첫 번째 자살ㅡ혹은 살인이 발생한 곳이었다. 이곳에서 다시 한 번 마법을 시전한 나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위화감이 드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역시 이상하군."


"그렇습니다. 목을 매는데 동요가 없어요. 이건 확실히 약물에 의한 환각작용일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아직 확신하진 마세나. 일단 이거부터 확실하게 하고 가지. 가장 주변에서 얻기 쉬우면서 의심받지 않을 식물이 뭐가 있겠는가?"


"흠.... 양귀비만한게 없지 않겠습니까? 식민지 쪽에 있는 물량을 가져오지 않더라도 본토에서도 충분히 키우는 거니까요. 게다가 독특한 돌연변이라면 그걸 양귀비로 인지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좋아. 자네는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경찰서에서 인력지원 받아서 기숙사 수색 시작하게. 수색은 그들에게 맡겨두고 자네는 증언 수집하고 피해자 신상 정보 정확히 알아와. 나는 신임 교장을 면담하고 오겠네."


"예, 각하."


* * *

 

교장은 60대 정도로 보이는 사내였다. 둥근 안경을 끼고 있었는데, 그 안경도 남자의 날카롭고 사나운 눈매를 숨길 수 없었다. 옷에 매우 신경을 쓰는 듯 했지만 약간 바랜 듯 한 것은 숨길 수 없었다.


"사립 칠링워스 여학교에 방문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각하. 어제는 너무 늦은 시간이라 제대로 마중하지 못한 것을 용서하십시오."


"자네 출근할때 주로 어떻게 오나?"


"예?"


"출근할때 무엇을 타냐고 물었네."


"아, 2인승 마차를 주로 이용합니다."


"그렇군. 어제도 여기 있었는데 마중나오지 않은 건 대충 넘어가도록 하지.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


당연한 거였다. 이 지역에는 며칠 간 비가 계속 내려 곳곳에 물웅덩이가 있었다. 2인용 마차를 주로 탄다면 구두나 코트에 진흙이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허나 교장의 구두, 코트 어디에도 진흙자국은 없었다. 방을 둘러보니 여분의 코트나 구두는 없었고, 그것을 따로 두는 가구도 없었다. 그러니 집에서 출근했다는 말이 거짓일 수 밖에.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각하. 개인적으로 급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알겠소. 시간이 없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최근에 학교 주변에서 마법이 시전된 적이 있는가?"


내 물음에 교장이 아주 찰나의 순간에 움찔했고, 난 그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아... 이 학교가 과거 귀족가의 저택을 개조한 것입니다. 아마 그 흔적이 깊게 남은 게 아닐는지 합니다만.."


"최근에, 라고 했네만."


"제가 알기론 없었습니다."


그때였다. 방 앞에서 문틈 사이로 6~7살 정도 되어보이는 여자아이가 보인 것은. 겉으로 보이는 학대의 흔적은 없었으나 입고 있는 옷의 질이나 아이의 몸이 마른 정도는 그렇게 좋은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귀여운 아가씨군. 사탕 하나 먹겠니?"


아이는 사탕을 처음 보는 듯 잠깐 망설였으나, 그것을 입에 넣고 이내 미소를 지었다.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미소였다.


"네가... 네가 왜 여기있느냐! 어서 나가지 못해! 어딜 감히 이곳에 들어와. 당장 나가!"


"교장! 내 앞에서 뭐하는거요! 아가씨, 조금 있다가 볼까? 잠시 나가있으렴."


막 우려는 아이를 안아 달랜 후, 나는 아이가 가는 길을 배웅했다. 교장은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은 포정이었으나 겉으로는 그것을 진정시키려 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무례요?"


"죄송합니다, 각하. 어린 나이에 천한 허드렛일이나 하는 아이가 불쌍하여 잠시 챙겨줬더니 주제를 모르고 기어오르는 모양입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주의하도록 하시오. 이번에만 넘어가도록 하겠소."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그나저나 '도망쳐'라.. 무슨 의미였을까 그건.


* * *


면담을 하고 나온 나는 이상한 피로감에 휩싸여 있었다. 자료 수집을 끝내고 수색까지 마친 칼이 들어온 것은 그때였다.


"발견되었습니다, 각하!"


"양귀비 말인가?"


"예! 그것 외에도 수상한 점이 많습니다."


"우선 신상정보와 말해보게."


"이름은 줄리아 스팬서.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집안의 압박이 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섭식장애가 있어 깡마른 몸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마법의 흔적은?"


"제가 만나보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지금 가보도록 하세."


* * *


줄리아 스팬서를 면담한 것은 그녀의 방 안에서였다. 최근에 앓아서 몸이 약해졌다고 하기에 방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스팬서는 잠들어있는 상황이었다. 우리와 함께 온 사감이 당황해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곧 깨워서 준비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소. 단순히 확인만 하려는 것이니."


우선적으로 확인한 것은 양귀비였다. 나는 칼에게 양귀비를 챙겨놓고 그 양귀비가 정확히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아보게 했다. 그 다음에 살핀 것은 스팬서였다. 혹시나 마법을 사용한 흔적이 남아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음? 이상하군. 마법의 흔적이 있긴 한데 이건... 남을 해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이진 않는데.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피해가 가는 듯 한... 쿨럭!"


지각할 새도 없이 기침나오는 것을 손수건으로 막았다. 손수건에는 붉은 피가 흥건하게 묻어있었다.


"각하!"


칼이 소리치는 것을 들으며, 나는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