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인가 2017년인가, 겨울이었지 싶다. 핀란드 남학생하고 둘이서 부엌, 화장실 공유하고, 방만 따로 쓰는 식으로 2인용 기숙사에서 산 적이 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쪽 사람들의 명성대로 매너 좋고, 자기 쓰레기 알아서 잘 챙겨서 버리고, 공동 구역 어지르지 않고 여러 모로 최고의 룸메였다.


다만 마지막에 떠날 즈음에 그 친구를 방문한 (곧 여자 친구가 될) 친구가 며칠간 방문 했을 때의 기억 때문에 좀 웃기는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참고로 유럽 기숙사는 혼성 기숙사가 잦아서, 남자 방에 여자 방문객이 와도 괜찮고, 여자 방에 남자 방문객이 와도 괜찮다. 


각설하고, 기숙사에서 주는 침대 매트리스가 솔까말 좆구리고 작은데다, 방 사이의 방음이 거의 안 되는 곳이기 때문에, 190cm이 훌쩍 넘는 (몇 달 만에 만난 썸타는) 남녀 둘이서 행여 그 낡은 침대 위에서 떡이라도 쳤으면, (신음은 둘째 치고) 침대 삐걱거리는 소리가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는데, 간밤에 그런 소리가 없어 꿀잠을 잘 수 있어, 존나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컬쳐쇼크는 이튿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그 둘이서 샤워실에 같이 들어간 것이었다. 히히덕 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이게 시발 빅뱅이론에서나 보던 커플 샤워인 건가 하는 생각에, 대가리를 한 대 후려 맞은 느낌에, 재미는 남이 보고 현자타임은 내가 만끽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오후시간까지도 그걸 잊을 수가 없어서 터키인 친구한테 간단히 상황 설명하고는, '방에서는 안 치고, 샤워실에서 떡치는 이유가 뭘까?' 하니까, 주저 없이 나온 그 친구의 대답이


"콘돔 아끼잖아."


오호라. 세상에 마상에. 그 날 저녁에 화장실 청소를 얼마나 열심히 했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