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는 그저 그렇게 살아간다. 무엇이 지도자를 그저 그런 존재로 만들었을까? 바로 국민들이다. 시민 지도자는 투표를 통해 선출되어, 하루하루 빈둥거린다.

역사적으로, 시민 지도자는 통치자가 된적이 거의 없다. 그래도 그런대로 살아가는듯 하다.

시민기관 지도자는 복도를 걸어갔다. 땅의 감촉, 공기의 신선함을 하나하나 느끼며 걷던 지도자는, 복도에 아무도 없음을 깨달았다. 아니, 몇몇 지휘자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들이 입은 푸르거나 붉은 정장은 말을 거는것을 꺼리게 만들었다.

지도자는 그냥 걸었다. 일을 하는것이 몹시 싫은듯 잉여와 다름없는 모양새로 걸었다. 잉여인간 이었다. 그러나 시민기관 지휘자는 모두들 이렇게 살아가기에 별 문제는 없었다.

지도자는 화분을 발견했다. 화분에 자라난 식물은 먹을 수 있는 것이었다. 지도자는 잎을 뜯지도 않고 얼굴을 가져다 대고는 잎을 물었다. 지나가던 행정 인도자가 한심하다는듯이 쳐다봤지만, 지도자는 식물을 계속 먹었다.

지도자는 잎의 3할을 먹고 나서야 다시금 걸어갔다. 

지도자는 각 부서에 1명이 있고 인도자는 100명이 있으며 관리자는 10만명이 있다. 방금 지나간 인도자는 그저 행정기관의 100명중 1명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지도자는 그 인도자의 이름도 신경쓰지 않고 걸어갔다. 어느덧 이런 일탈이 15분을 넘어가자 문자가 왔다. 시민 지도자의 보좌관이 보낸 업무 독촉 문자였다. 원래 지도자들은 저 잠깐의 일탈조차 가질 수 없으나 시민기관 지도자는 예외었고 꽤나 늦게 독촉문자를 받은것이다.

시민기관 지도자는 한숨을 내쉬고는 곧 갈거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구겨진 부적을 꺼내고는 찢었다. 부적을 찢는것이 작동의 방아쇠인듯 지도자는 빛을 방출하며 업무실로 전송되었다.

시민기관 업무실은 원래 넓었으나 공학기관에서 강제로 컴퓨터를 들여놨다. 그 넓은 공간에서 놀기만 하지 말고 일을 좀 하라는 것이었다. 결국 컴퓨터로 인해 업무실은 7할의 공간을 잃었다.

그래도 효과는 있는듯 시민기관의 직원들은 가끔씩 업무를 했다. 시민기관이 무슨일을 하는지는 잘 알려져있지 않았다. 다만 일을 몹시 안한다는 악명은 모든 기관에 퍼져있다.

시민기관 지도자는 컴퓨터를 키고는 게임을 시작했다. 시민기관의 직원들은 각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잡담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등 업무를 했다. 댓글공작을 하는것은 아니다. 그저 정부부처와 국민들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것이다.

이런 대국민 친화 업무는 시민기관만 수행하며 그 때문인지 시민기관은 국민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다른 기관들은 무기를 만들거나 식량을 보급하는등 실용적인 업무를 하며 쉼 없이 일한다.

그러나 다른 기관들의 사정은 알바가 아닌듯 그들은 놀면서 일했다. 노는게 곧 일이었다. 시민기관 지도자는 1만2000시간의 게임플레이 시간이 헛것이 아니라는듯 17연승을 하고서야 컴퓨터를 껐다. 시민기관의 직원들은 지도자의 승리를 열렬히 축하해주었다.

지도자는 꽤나 심심해졌기에 공학기관으로 갔다. 문을 열고 업무실에 들어가자 공학기관의 직원들이 열심히 업무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새로운 물품의 설계도를 짜고있는듯 한데, 시민기관 지도자는 몰래 현재까지 설계된 설계도를 USB에 담았다. 그리고 전원 플러그를 뽑았다.

공학기관 직원들의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컴퓨터가 왜 꺼졌는지를 알고자 했고 지금까지 13시간동안 설계한 설계도가 날아갔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그리고 시민기관 지도자를 발견했다.

그들은 시민기관 지도자가 플러그를 들고있는것을 보았다. 그리고 시민기관 지도자를 욕하기 시작했다. 시민기관 지도자는 임명직이 아닌, 국민이 직접 뽑는 선출직이지만 그들은 그저 욕했다.

시민기관 직원들이 일을 안한다는 사실을 먼저 욕했고 지금 잃어버린 설계도의 중요성을 설파했으며 시민기관이 쓸모도 없는 폐급 기관이라고 말했다.

시민기관 지도자는 그저 너털웃음을 흘리며 손수 컴퓨터를 다시 켜주었다. 그리고 USB에 담긴 내용물을 업로드하자 공학기관 직원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지도자는 즐거웠다고 말하고는 다른 기관으로 놀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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