촤악!



“크으악—!”



검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그 사이에 있던 난 그만 놀라 눈을 뜨고 말았다. 지혜의 신, 혜움이 날 어디론가 멋대로 보내버린 기억만이 끝자락에서 어렴풋이 어른거릴 뿐이었다. 이후에는 잠이 든것인지 아님 잠시 의식을 잃었던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갑자기 눈이 떠진걸 보면 의식이 없었던것은 지레 짐작할 수 있었다. 근데 뭔가 자다가 깨어난 느낌이 아니었다. 몸을 일으키고 깨야 정상이지만 지금 현상황을 인식해보니 몸은 이미 서있는 상태에서 두 손으로 단검을 부여잡고 있었고, 뭔가 자세를 취한 상태에서 검을 앞으로 내밀고 있었으며 나도 모르게 혼자 숨을 급박하게 쉬고 있는 중이었다. 뭐지, 이 상황은?



- 말도안돼! 고작 이런 약해빠진 용사에게 마왕계를 통치하는 이 짐이 일격으로 당하다니...! 으윽...대체...어떤 수를 썼기에...!


- 에...? 잠깐만, 그게 무슨소리야?



난 뒤쪽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와 동반한 의문의 대사에 몸을 돌려 살펴봤다. 뭐...뭐야 저건? 뒤를 돌아보니 거무스름한 망토에 거대한 갑주를 온몸에 둘러매고 머리에는 커다란 뿔이 양쪽에 나있는것도 모자라, 얼굴은 날카로운 송곳니와 엄청나게 큰 언월도를 한 손으로 몸을 간신히 지탱하며 다른 한손으로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 거대한 육체를 지닌 자가 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뭐냐고, 이 최종보스 같은 분위기를 내뿜는 이 생명체는?



- 영혼기황갑주화(靈魂奇兵皇甲冑化) 각방태세(各防態勢) 제 66주혼 『리벨리온 배리어』를 단숨에 뜷고, 짐의 옥체를 단칼에 베어내다니 지금도 믿기지않아...어떻게 해서...윽!


- 그게 무슨 소리야?! 난 아무짓도 안했다고?! (당황) 


- 너야말로 무슨소리냐...? 네가 우리의 주요 군사 세력들을 전부 쓰러뜨리고, 내가 있는 곳에 멋대로 쳐들어와 전투를 벌여 날 고작 그런 검으로 일격에 베었으면서 어찌 변명을 늘어놓는 것이지...큭...!


- 내가 그랬다고?!! 그러고보니...잠만 여긴...! 



말을 다 들은후 주변을 살펴보니 전에 마왕군의 간부들과에 대전 현장이 아니었다. 현재 보여지는 광경은 무슨 검붉은 기체들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었고 흩날리는 흙먼지와 그 사이사이로 부대끼는 메마른 풀들, 또한 성 내부가 아닌 바깥에서 이러고 있고, 하늘은 당장이라도 천둥이 몰아칠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니 마치 무슨 마지막 결전을 짓는거같은...(!)  



- 잠만, 그렇다는건 설마 당신이....마왕?!!


- 왜 그러느냐? 이 짐을 허무하게 이겨놓으니 의혹마저 드는것이냐? 하아... 그러하겠지. 나도 너의 실력에 의심이 가는건 매한가지니까.


- 그럼 정리해보자면, 내가 이미 당신네들의 군사를 전부 처치하고, 당신이 있는곳으로 찾아가선 전투를 벌이고, 내가 단숨에 당신을 쓰러트려서 이기고 있던 상황이란 뜻이야???


- 아니, 내가 이미 진거다. 이제 힘이 전부 사라졌으니 네가 이긴 싸움이 되겠군...


- (대체 간부 전투장면은 왜 스킵한거야;;)


- 이제 네가 승리를 거머쥐었으니, 좀 있으면 너의 뜻대로 ‘새로운 세계’가 찾아오겠군.


- 음??? 그건 또 무슨소리야? ‘새로운 세계’라니? (그저 너희가 벌인 짓을 단절시키러 온거 뿐인데?)


- 우리가 서있는 이곳, 세계의 중심축을 지키고 있던 나 마왕을 쓰러트렸으니, 너희 인간들과 천상계가 바랬던 이상의 세계가 곧 찾아온다. 자, 이제 짐이 사라짐과 동시에 잠시후면 두 세계는 부딪힐거다. 그럼.....(털썩)



“이세계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도록 할까.”



마왕이 알수없는 대사를 다 뱉던 그 순간! 주위가 점점 요동치고 우리를 감싸고있던 검붉은 기체가 서서히 걷혀지더니 내가 서있던 곳에 숨겨져있던 무언가가 모습을 점차 비춘다. 비춘건 다름아닌 푸른색과 초록색으로 감싸여있는 거대 구체...설마 내가 보고있는게 우리가 살고있는 지구?! 하지만 정작 그게 문제가 아니다. 내가 보고있던 지구는 그자리에 멈춰 있는게 아닌 나에게로 아니 모두에게로 가까이 다가오더니, 거대한 소리와 함께 이후에 내 기억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그날, 세계는 충돌했다.











제 11화. 래버력











원래 ‘현세계’와 반대편에 평행하게 있던 ‘이세계’가 서로 공존하고 있었다. 사실은 이 이세계에서는 두개의 거대세력이 자리잡고 있었다. 하나는 현세계와의 교류와 통합을 추구하고 변화를 원했던 ‘천상계(天上界)와, 그와 대비해 현세계와의 통합을 거부하고, 현재 이세계의 룰의 붕괴를 막기위해 두 세계를 가로막고있던 『세계의 축』을 보호하며 대항하던 ‘마계(魔界). 이 두 세력이 세계를 평정하고 있던 어느날, 마계의 우두머리이자 끝없는 분쟁을 일으키던 상대 천상계의 천상대제(天上大帝)와도 막상막하로 견줬던 그 마왕을 인간계에 살고있던 ‘용사’라는 자가 마왕성을 직접 찾아가 단숨에 그를 절명시키니, 지키고있던 세계의 축마저 같이 사라지면서 단절됐던 두 세계는 서로 부딪혀 하나의 세계로 합쳐져 새로 탄생하였고 이를 ‘신세계’라 칭한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세계가 서로 부딪히며 사이에 개변도 일어나 새로운 힘까지 같이 생겨나게 되니 신세계에서는 이를—



‘LV(래버력)이라 부른다.’



“용사...! 어이, 이민...!”



누군가 나를 애타게 부른다. 자꾸만 뭔가가 내 이름을 외쳐대길래 무의식적으로라도 그에 부응하려 애를써봐도 몸은 미동도 하지않았다. 무슨 가위눌림이라도 당한듯이, 아님 내 몸의 힘들이 다빠져 나간듯이 감고있던 눈마저 뜰수없었다. 대체 무슨일이 일어난걸까? 아무리 혼자 물음을 답하려해도 내 머릿속은 거의 백지상태. 하지만 점점 내게 울려퍼지는 그 소리가 커져가는가 동시에 의식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듯한...



“당—장 일어나라——고옷!!!! (고함)” 

“으아악!”



나도 모르게 들려오는 고함소리에 놀라 같이 비명을 지르며 누워있던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눈이 바로 떠지지 않길래 눈을 부비적거리고나서야 간신히 뜰수있었다. 얼마나 오래 누워있었길래 몸도 이리 뻐근하지? 어지간히 오래 자기는 했나보다하고 앞을 바라보니 드넓은 초원 한가운데에 한 소녀가 나를 향해 주먹을 치켜세우며 노려보고 있고, 옆에 같이있던 한 여성이 들고있던 창으로 소녀를 막아서며 마치 화난 강아지를 진정시키는 듯한 상황이 내 앞에서 연출되고 있었다. ....ㅇ? 



- 잠만, 근데 나 왜 여기있지?


- 오, 용사 이제야 겨우 일어났네. 다행이다. 상당히 오래간만♥ (웃음) 


- 제....나? 나 분명 마왕하고 같이 있었는데 어떻게....(윽,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 


- 그건 나중에 설명해줄테니, 우선 리내 좀 진정시켜줄래? 너때문에 얘 엄청 흥분해있거든.


- 야아!! 난 네가 죽는줄 알고 얼마나 노심초사 했는지 알아~!!! (울분) 감히 내가 깨우는데도 벌떡 안 일어나고!!! 너 나 일부러 걱정되라고 안 일어난거지, 그치?!! 이 천하의 바보용사!!!


- 상황이 이렇게 됐거든. 빨리 좀 네가 어떻게해봐. 하나뿐인 소꿉친구씨. (웃음) 



그리고 내가 자는사이에 혼자 화가나서 난리치고 있던 리내에게로 다가가 어르고 달래며, 말리는 사이에도 날아오는 주먹질을 간신히 피해가며, 나중에 그녀의 흥분된 마음을 차차 가라앉히는데 성공. 하마터면 진짜 재앙이 생기는줄만 알았다.



- 미안해;; 리내. 그러니까....내가 어떻게 될까봐 많이 걱정했던 거구나;;;


- 흥///! 그런거 아니거든. 차라리 당장 안일어나길래 흠씬 두들겨패서 완전히 저세상으로 못 보낸게 아쉬울뿐이라고, 흥!


- (나보고 어쩌라는거야;;)


- 헤에— 그건 안 일어난게 아니라 이민을 마구 때려대는 바람에 기절해서 바로 못 일어난거 같은데? 내가 잘못 본 건가. 후훗.


- !!! 그런거 아니거든! 난 분명 살살쳤...!


- (어쩐지 계속 몸이 쑤시더라니)


- 자, 이제 일어났으니 네가 잠든 사이에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걸어가면서 찬찬히 설명해줄게. 혼자서 마왕을 물리치신 이민 용사님.


- 그걸 어떻게...! (깜짝)



나는 리내와 함께 제나가 이끄는 곳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제나는 걸어가면서 내게그사이에 무슨일이 생겼는지 얘기해주었고 그걸 들으면서 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대충 파악은 가능했다. 그러니까 내가 마왕을 물리치는 바람에 내가 원래살던 현세와 내가 떨어진 이세계가 서로 부딪혀 하나가 되었고, 그로인해 두 세계 사이에 있었던 나는 튕겨줘나가  어디론가 떨어졌으며 그때 제나가 내몸에 몰래 부착한 추적기 덕분에 내가 쓰러진 곳을 찾을수 있었고 그렇게 깨어났다는 건가... 흠...


그렇게 혼자 생각하는동안 어느새 한 마을광장에 도다르게됐고 제나는 여전히 그 다음말을 이어나갔다.



- 또, 네 덕분에 합쳐진 두 세계 사이에서 ‘새로운 능력’이 생겨나게 됐어. 어쩌면 너에게 있어 기회일지도 모르지.


- 새로운 능력...?


- 응. 나도 여기와서 처음 알았는데 모든사람들이 전부 그 힘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고. 그러니까...되게 신박한 이름이였는데....훔....이름이 뭐였더라?



“으이구, 답답하네. 「래버력」이라고! 「래버력」!”



- 아, 그렇구나. 래버력이라....응? 잠만 바로 옆에서 소리가 났는데? (휙) 누구....


- “오, 이민 하이. 이제야 알아차렸네.”


- .....에...에에에엨?! (깜짝)



옆을 돌아보니 백발의 긴 머리카락을 옆으로 늘어뜨려서 공중에 둥둥 뜬 상태로 떠들어대고 있던건 다름아닌...



- 혜움?! 너 언제부터! 아니아니, 당신이 왜 여기있어요?!! 


- “지금 눈치채준것도 서운한데, 첫대사가 왜 여깄냐니. 무척 섭섭하게 만드네.”


- 그래도 진짜 이해가 안가는걸 어떻게??


- 아, 저 수호령 말이구나. 첫대면이긴 하겠네. 어서 자기소개해봐. 신출귀몰 유령씨 (웃음)


- “아아! 그렇지.(하마터면 절대신께 들킬뻔;) 안녕, 나는 네가 여행하기전부터 쭉 같이 있었던 너만 바라보는 빠돌이, 용사의 미남 수호령, ‘혜윰’이라고 해. 앞으로 나 많이 인식해주고 잘부탁해. (찡긋)”


- 무슨소리에요, 당신? 당신때문에 내가 얼마나 혼란스러운줄 알아—웁!


- “(소근소근) 너! 지금 상황파악 안되냐?! 지금 소설 진행중이라고! 절대신께서 현재 보시는 앞에서 우리의 비밀을 전부 까발리려고 작정했어?! 내가 분명 말해줬을텐데. 이건 단순한 상황이 아니야! 자, 너의 진짜 목적이 뭐였는지 다시 생각해봐! 얼른!!!”


- 목적? 그러니까....(!)



‘절대신이 세계(소설)를 포기하기전에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는것!’



- “(소근소근) 생각났으면 알아서 처신해. 너때문에 세계가 단번에 날아갈지도 몰라. 알겠어?”


- 전엔 분명 다 끝났다고.... 휴~ 알겠어요.


- 저기, 제나. 쟤 왜 저래? 혼자서 뭐라고 궁시렁 거리는거야? [리내한텐 수호령 혜움이 안보이는 모양]


- 아, 너한테는 안보이겠구나. 지금 이민 옆에 수호령이 하나 붙어있는데, 아마 걔하고 얘기하는거 같애. [직업이 무녀라서 볼수있음]


- 그래?? 그 수호령이란거 어떻게 생겼는데?


- 흠... 글쎄? 저렇게 말이 많은걸 보면. 짖어대는 강아지, 랄까? (웃음)


- 오, 그럼 좀 부럽네. 나도 갖고싶다.


- “야!!! 내가 어딜봐서 강아지야!!! (으르릉)”


- 어머, 미안미안. 어쨌든 이민, 아까말한 「래버력」이란건 간단히 말해서 ‘초인적인 힘’ 같은 개념으로 너의 공격력, 방어력, 속력을 ‘LV 수치’로 보여주지. 수련• 강한 상대와 대련을 해서 능력을 쌓거나, 리내나 나처럼 마력, 영력을 단련해도 LV 수치가 올라간다고 하더라고.


- 그러면 그 ‘LV 수치’라는건 어떻게 볼 수 있는데?


- 그냥 듣기로는 상대방 볼때는 집중해서 바라보거나, 자신을 볼때는 눈을 감고 집중하면 위에 숫자가 뜬대. 또한 숫자가 높으면 높을수록 강하다는 증표라고 그러더라. 후훗. 한번 시험삼아 해볼래?


- (무슨 게임같네)...그러면, 한번 해볼까?



솔직히 한번쯤은 내가 얼마나 강한지 알고싶기도 했다. 모든 남자라면 한번쯤은 알고싶어 하는건 당연한걸지도 모르지. 분명 숫자로 뜬다고 했지. 그럼 우선, 시험삼아 리내먼저 살펴보도록 하기로 했다. 제나말대로 집중해서 빤히 쳐다봤다.



“(오오, 진짜 위에 뭔가가 나타난다!)”



- 뭐...뭐야...! 뭘 그리 빤히 쳐다봐. 변태용사! 【LV.18】


- 18? 제나, 18이면 어느정도야?


- 18이면 양호한 편이야. 물론 너랑 같이 있으려면 더욱 크게 만들 필요가 있겠지만은. (웃음) 


- 뭐, 크게?? -가슴을 가리며- 너 대체 어딜 본 거야?!! 이 변태 저질 용사!!


- 뭐, 난 그냥 네 수치 좀 체크한거 뿐인데?


- 뭐...뭐뭐뭐?!! 수치?! 이 변태 저질 폐기물 용사가!!!



짝!

(무방비로 볼때기를 정면으로 맞은 이민은 몇분간 길목에서 잠시 리타이어. 나중에 자신의 말실수를 깨닫는다) 



- 저...리내야...그건 그 가스ㅁ...아니 그게 아니라; 래버력 체크를 하려한건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 흥///!


- 아, 그러면 다음은 혜움....할게. (계속해도 되나?)


- “오, 이번엔 내 차례인가? 나도 아직 보지않았지만 분명 용사의 수호령이니까 보고 놀라지나 마셔.”



“.....엥?! 뭐야. 이 LV 수치는?”



- “왜? 까무러칠 수준이냐? ㅋㅋㅋ 당연히 수호령이니까 당연히!”


- 고작 15? 리내보다 훨씬 낮은데?


- “에에에에엨?!! 뭐라고?!!! 아아; 그렇겠구나. 난 어차피 용사를 바른길로 인도하고 어려운 상황의 조언을 해주는 그런 역할이기 때문에 래버력이 그리 높지 않은걸꺼...” 【LV.15】


- 한마디로 전투상황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뜻인거네. (웃음)


- 뭐뭐;;;?! (뜨끔) 그럼! 너는 얼마나 높은지 한번 보자! 그 잘나신 웃음이 곧 후회 할지도 모른다고?!


- 그러고보니 이제 내 차례네, 후훗. 용사, 너무 내 얼굴만 쳐다보지말고 되도록이면 바로 밑을 쳐다봐줘. 그렇다고 거기만 빤히 보지말고, 알겠지♥?


- 으...응; (페이스에 말려들지 말자;) 



“ 무녀 제나, LV......무려 43?!”



- “말도안돼...! 대체 왜 너만 이렇게 높은거야?! 밸런스 붕괴 그 자체잖아! 너!!!”


- 글쎄? 아마도 (절대)신을 모시는 무녀라서 그럴지도 모르지. 내 영적인 힘도 오직 (절대)신을 위해 사용해야돼서 높은게 아닐까? 【LV.43】 


- “나도 용사를 지키기위해서 그정돈 힘은....아....용사가 다해쳐 먹겠구나....(급 시무룩)


- 자자, 이제 네 차례네, 용사. 한번 네 래버력도 살펴봐봐.


- 어, 알겠어!



이제 내차례인가. 가장 긴장되는 순간, 내 레버력은 과연 얼마일까? 사실 조금 기대가 되는게, 내 손으로 직접 마왕성을 무너트렸잖아? 분명 대련해서 쌓인다니까 아마 제나보다 높지 않을까, 하며 난 눈을 감고 집중해서 숫자가 떠오르길 기다린다. 오오, 그러자 조금씩 무언가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래. 내 LV 수치는...?



콰당!



그때 난 눈을 감고 걸어가던 상태로 누군가와 세게 부딪혔다. 그러는 바람에 내 래버력도 확인도 못하고 그만 뒤로 고꾸라지며 넘어지고 말았다. 나도 모르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윽고 일어나 앞에 쓰러진 상대를 일으켜야 된다는 생각이 먼저 앞섰다.



- 야, 변태용사! 앞을 똑바로 보고 걸어야지! 하여튼 둔해서는!


- 저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어디 다치신데는 없으세요? 제가 딴데 한눈파는 바람에 그만;; 정말 죄송합니다!


- 허허, 괜찮네. 이래뵈도 내가 젊었을때 훌륭한 전사여서 이정돈 멀쩡해....잠깐! 아닛!!!!!


- ? 할아버지 왜 그러세요?


- 혹시 자네 용사인가? 


- 예?? 그건 어떻게....?(이 세계에도 내 이름이 널리 알려진건가. 좀 부끄럽네) 


- 딱봐도 아무것도 착용하지도 않고 차고있는 검도 단검인걸 보면 이제 모험을 막 떠난 풋내기 용사가 맞구만!


- 예??? 풋내기 용사요?


- “이민, 여기서는 네가 마왕을 무찌른 용사란걸 아무도 몰라. 참고로 이 신세계는 마왕을 무찌른 용사, 너를 존경해서 용사를 지망하는 놈들이 많아. 아마 너도 그중 한명이라 생각하는듯ㅋ”



한마디로 난 초짜로 찍혔다는건가.



- 아주 잘 만났네! 허허, 사실 나는 (척) 처음 모험을 떠나는 용사에게 무기를 공짜로 주는 사람이라네. 자넨 행운아일세. 이런 기회 흔치 않거든!


- 검이라면 이미 있는데....


- 무슨! 아직 초짜 맞구먼. 주변에 무시무시한 몬스터들이 득실득실 거리는데! 그 모습을 하고 나갔다간 바로 끝날걸세.


- “맞아. 신세계에는 이세계보다 몬스터들이 훨씬 다양해졌지. 그냥 무턱대고 나갔다간 살아돌아오지 못한다는데?”


- 그...그렇구나;


- 그러니 한번 이 무기를 들어봄세. 이 무기로 말하자면 자네같은 초짜에게 안성맞춤인 한손검이라네. 들으면 생각이 확 바뀔껄?


- 그렇다면 뭐; 한번 들어보는 정도는.



그러고 나는 할아버지께서 한손검을 내게 건네면서 권유하시는 그 애절한 손짓에 어쩔 수 없이 검 손잡이에 가까이 댔다. 그리고 나는 검의 손잡이를 잡았ㄷ....



튕!



검의 손잡이를 잡으려고 하자 갑자기 검이 튕겨져 나가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대체 이게 무슨일이지? 다시 한번 검을 주우려고 하자 똑같이 나한테서 튕겨져 나갔다. 뭐지?



- 어라? 이상하구만? 이렇게 검이 멋대로 튕겨져 나갈일이 없을텐데. LV가 맞지 않는 이상은.


- LV요?


- 그렇다네. 원래 사용자의 LV 수치마다 들 수 있는 무기가 제각기 다른데, 근데 이상하지. 이 검은 LV.5짜리 꼬꼬마도 들 수 있는 검인데? 흐음...정말 희한한 일일세.


- LV....5짜리?!! (잠깐, 난 대체 래버력이 몇이길래?) 



그말에 당황한 나머지, 나는 눈을 다시 감고 한번도 집중해서 바라봤다. 마찬가지로 숫자가 머릿속에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내 머릿속을 스쳐간다. 마침 숫자가 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LV.....”














“0”



- 엥? 0이라고?


- ㅎㅎㅎ 자네, 지금 무슨 소리하는건가? LV.0라니? 농담이 지나치네. 아무리 LV이 낮아도 그렇지 갓난아기도 태어나지마자 LV.1인데ㅎㅎㅎ



그말을 들은순간 머리에서 발끝까지 전율이 일었다. 갓난아기보다 낮으면 설마 나....



- 저기 혜움, 나 말이야. 잘못 본거지, 그치? 한번 내 래버력 좀 살펴봐줄...


- “말도안돼, 풉! 진짜 0이야! 이거 되게 웃긴데, 푸흡! 제나 너도 황당하지?”


- 흐음.... 이건 나도 모르겠는데. 신에게 질문 좀 해봐야겠네. 잠시만 기다려봐.


- 저기 리내야....혹시 LV.1인 상태로 맨몸으로 몬스터를 마주치면 어떻게 되는거야?


- ㅇ? 몬스터가 LV.5 이상은 기본인데 당연히— 



“살아돌아오는게 불가능할ㄲ...”



“안돼—!”



그말을 다 듣기도 전에 난 냅다 마을 길거리를 박차 힘껏 뛰어갔다. 말도 안된다고! 내가 LV.0라니!!! 말이 안되잖아! 아니야. 분명 어딘가에 내 LV.0짜리 무기도 어딘가에 존재할거야!!! 아니, 존재해야만해!



- 제나, 이민 왜 저리 뛰어가. 내가 뭐, 말실수라도 했나? [‘흥!’하고 있던 상태라 LV 안봄] 


- 아마, 엄청 충격 먹은듯. 그런게 있어. 근데 그 말많던 유령씨는 또 어디로 사라진거지?




•••

그시각. 나는 한 무기상점을 간신히 찾아내 급히 들어갔다. 물론 돈도 안갖고 있다는 상태인것도 모른채.



- 오라, 어서오십쇼! 고객님, 어떤 무기를 찾으시나ㅇ...


- 헥헥...혹시 래버력 0인 사람도 쓸수있는 무기가 있나요? 정말 급해서요!


- 예?? 세상에 그런 무기가 어딨습니까, 손님? 농담은 재밌지만 무기를 먼저...



난 상점 주인의 말씀을 듣기도 전에 얼른 뒤에 무기들을 재빨리 살펴봤다. 롱소드, 팔치온, 투핸드 소드, 할버드, 페이퍼 나이프, 은빛 갑주, 플라즈마 커터... 전부 LV.10 이상이 기본인 무기들과 장비들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럴리가 없다고!!!



- “야, 네가 LV.0이란 사실에 놀라도 그렇지. 왜 갑자기 뛰어가고 난리야! 수호령인 나까지 급작스웠단 말이다!” [수호령=용사의 지박령]


- 진짜....이건 말이 안돼!! 으악!!!


- 저기 호갱님! 자꾸 무기도 안 사시고 소리만 지르실거면....당장 썩 나가. (빠직)



그리고 나는 상점에서 그대로 쫓겨나고 말았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내게 중요한건 어서 내게 맞는 무기와 장비를 찾아내야 돼! 이 상태로 모험하다간 끝장이라고!!! 나는 쉬지않고 혜움의 잔소리도 무시한채 여기저기 무기 상점이란 상점은 전부 뒤지고 다녔다. 하지만 내게 돌아오는건 나를 향한 따끔한 말 한마디와 쫓겨나는 현장만 계속됐다. 결국 찾아내지도 못한채, 마지막까지 상점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아, 난 진짜 망했구나.’



난 지쳐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혜움도 잔소리하느라 지친 모양인지, 무척 조용했다. 아마도 내게 포기한듯, 나도 마찬가지로 찾는것을 관두기로 했다. 그래, 무기•장비 그딴게 없으면 뭐 어때? 그래봤자 효과없는 0짜리 장비들 뿐일텐데...0짜리....하하 난 이제 어떻게 되는걸까나? 



“야야! 그거 들었어! 지금 용사님께서 우리 마을광장에 와 계신대!”

“에이 설마. 그냥 용사 나부랭이겠지.”

“아니야! 분명 마왕을 물리치신 용사님이시래. 지금 그 멤버들도 같이 있대! 얼른 가보자!”



그래그래, 마왕을 물리치긴 했지. 근데 래버력이 고작 0이라니....



“....잠만, 지금 내 얘기하는거야?”



일어나서 뒤를 돌아보니 마을사람들이 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저 많은 사람수가 날 보려고 오고 있다고? 분명 피해야 되는데, 왠지 상처난 내 마음에 위로를 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 난 아무리 약해도 이미 난 모두의 영웅이랬지. 그래요, 여러분. 지금 당신들 앞에 세상을 구했다는 용사가...! (허탈)



퍽!



하지만 사람들은 날 빗겨치고 모두가 내 뒤로 스쳐 지나갔다. 왠지 오늘따라 왜 이리 슬픈거지ㅠㅠ



“어, 변태용사 저깄다. 이민!”



그리고 리내와 제나가 우리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역시 날 위로해줄건 내 동료들밖에...



- 야! 멋대로 가면 어떡해! 괜히 찾아다녔잖아! 진짜 귀찮은 바보용사라니까!


- 아, 미안...(그냥 위로 좀 해주면 안되겠냐ㅠ)


- 변태용사가 있다기에 사람들을 뒤쫓아갔더니 네가 여기있었지. 근데 이상하네? 너 사람들한테 뭔 얘기 안들었어?


- ....날 그냥 스치고 가던데...? (그러고보니 왜 스쳐지나갔지?)


- 그럼 따라가 볼래? 뭔가 재밌는 일이 생길 것 같은데? 후훗.


- “이제 그만 뛰어가, 좀! 멀미 날 것 같애...웁!”



그리고 우리는 사람들이 뛰어간 마을광장쪽으로 한번 발걸음을 돌려 이동했다. 점점 마을광장쪽으로 가까워 질수록 누군가의 낄낄 웃는소리와 함께 마을사람들 소리로 시끌벅적 해져간다. 난 여기있는데 마을사람들은 왜 저기서 웃고있는거지? 그때였다. 낄낄웃던 그 목소리가 소리를 바꿔 우리에게까지 울리는 큰 함성으로 질러댔다.




“그 마왕을 멋뜨러지게 물리친 용사가 바로 저입니다! 하하하!”










[ 1-10화까지 읽어주신 분들만 알 수도 있는]

알려줘! 지혜신 혜움의 Q&A 코너!


Q: 시험적으로 대충 쓴 이 소설의 의문을 오늘 한번 제대로 알려준다! 소설속 장차 주연급 캐릭터가 될 지혜의 신 혜움을 모셔보겠습니...


혜움: 일절만 하지. 그 이상은 사양한다. 후딱 질문하고 끝내! (버럭)


Q: 아...예; 그럼....우선 진행해보겠습니다!(자기가 그렇게 소개하라고 했으면서...)


Q: 그럼 우선 이해가 안되는게 마왕을 무찌른 이민 말인데요. 어떻게 LV.0인데 마왕을 단칼에 무찌른거ㅈ...


혜움: 얌마. 다음 코너시간에 쓸 소재를 지금 쓰면 어떡하냐! 너 주제도 안보고 왔냐? 1–10화 사이에서 질문을 하란 말이다! 이래서 진행자도 함부로 뽑으면 안된다니까!


Q: 죄...죄송합니다;; (그럼 뭘 질문하란거야?)


Q: 앗! 그러면 4화에서 혜움님이 악당역할이 얼추 되셨다고 하셨는데, 그렇게되면 염라대왕님이 마왕 역할이실텐데... 그러면 염라께선 없어지신 건가요?


혜움: 이제야 질문같은게 나왔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만, 둘은 완전 별개야. 생각해봐. 너희들이 작품을 쓸려고 소재를 찾는데 우연히 다른소설에서 너희가 맘에든 소재를 찾았다고 치자. 그때 너희들은 그 소재를 곧이곧대로 갖다붙히냐? 아니잖아. 그건 표절이라고. 


그때 말했던 역할 정하기는 절대신께서 캐릭터의 영감을 받으실때 쓰이는 ‘소재 역할’을 도맡은 거다. 한마디로 염라대왕을 보고 마왕이란 캐릭터를 떠오르게 만드는것이지. 이 작업이 꽤나 간단하지만 자연스레 연결하기 위해 애를 쓴거라고, 이제 알겠지!


Q: 그럼 5화 질문입니다. 이세계로 날아간 이민이 처음에 엄마를 봤을때 엘프라는 설정이었던거 같던데. 지금은 현세와 이세계가 부딪혀서 신세계가 탄생했으면 이 설정은 어떻게 되는거죠?


혜움: 그건 솔직히 나도 궁금하긴 한데, 아마도 둘다 쓸거같아. 반인반엘프 같은 설정으로? 현세에 있던 캐릭터와 이세계있던 캐릭터를 합치려면 꽤나 골머리 앓으실거야. 그냥 나중에 알아서 하시겠지 뭐.


Q: (뭔가 흐지부지;) 그럼 7-8화 질문입니다. 이건 저도 읽다보니 의문이 드는게 ’밖에서 잠그는 창문’에 대한 얘기만 언급됐지만 어디다 쓰는지 안 나와있던데 대체 뭡니까?


혜움: 일종의 ‘맥거핀’——— 같은게 아니라 아마 쓰시다보니까 따로 설명을 못했거나, 아님 다 알거같아서 안하신듯. 그럼 여기서 해석해보자면 “이장이 가둬놓고 멋대로 휘어잡았다.”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네.


Q: 그럼 10화에서 질문! 10화에서 나온 간부들 말인데요. 한번 쓰고 버리시는 캐릭터인가요? 정말 궁금합니다!


혜움: 이건 내가 정한 캐릭터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 다시 재활용할 것 같애. 왜냐면 절대신님은 이름까지 정한 캐릭터는 버리시지 못하는 성격이시거든. 모루, 에멜 무지로, 소마소마, 잇 사갈 말고도 다른 간부들도 이미 생각해 놓으셨는지도 모르지. 진행하면서 차차 알게될거야.


Q: 이번엔 캐릭터에 관한 질문입니다. 혜움님께서 이민을 부르시기 전에 이민은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됐나요?


혜움: 처음엔 그저 한 소년이 소녀를 짝사랑하던 러브 로맨스 소설을 띄었는데, 갈수록 나쁜 사람들을 혼내는 액션장르가 될때도 있었고, 또 갑자기 러브 코미디로 약간씩 쓰다가, 좀 심오한 이야기로 이어나가다가...


아! 아마 그때였을거야. 갈피를 못 잡고 있으셨을때가. 결국 끝에 인류절반사태인가 뭔가가 터졌다고 끝냈는데, 실수로 주요캐(미리내*)까지 같이 없애버리셔서 어떻게 자연스레 이어갈까 하다가 지금 판타지로 결정하시게 되었지. 물론 우리덕분이지만, 아무튼 현재에 이르게 됐다는 말씀! 캬~ 참 파란만장한 여정이었네. 겨우 판타지물로 정착하셨네.


Q: 그럼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의 소설 진행은 어떻게 되는건가요?


혜움: 판타지물로 계——속 이어나가실듯. 왜냐면 이게 가장 쉬운 부류거든. 래버력이란 개념도 넣으신걸 보면 이걸로 울궈먹으실거다. 그럼 제목부터 “노래버력 원스타트”여야 할텐데. 도중에 지으신거라서. 


어쨌든 읽어주시는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먼저 전해야겠지. 그럼 이민과 나, 그외 떨거지들에 활약상 많이 기대해주시라고! 그럼 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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