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회의 주제는 전립선 비대증입니다. 과연 특별 주제는 무엇일 것인가. 가리고 있는 천을 벗겨주세요!"
사회자의 말과 함께 전국학생제육력대회 4강전의 첫번째 대결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가 공개되었다. 전광판을 덮고 있는 빨간 천이 사라지더니 그곳에 뜬 글씨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돼지고기 앞다리살, 뒷다리살, 목살, 삼겹살 사용 금지'
추강찬이 이 주제를 보고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제육력에는 돼지고기 앞다리살을 쓰는 게 보통이었고, 다른 고기를 쓴다고 하더라도 전광판에 뜬 부위들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그 재료들을 전부 다 막아놓았으니, 6가지의 기본재료들 중 한 가지를 거의 완전히 막아놓은 것과 다름없었다.

머릿속으로 이리저리 궁리하고 있던 사이 이미 경기는 시작되어 있었다. 전광판 타이머는 째깍째깍하며 돌아가고 있었고 스포트라이트와 카메라도 그를 향하고 있었다.
추강찬은 생각해내어야만 했다. 확실히 제육력은 고기가 없어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고기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차이였다. 그 때문에 추강찬은 고기를 구해야했다.
추강찬은 할 수 없이 돼지방광과 질경이를 집어들었다. 해당 부위는 주로 재생마법에 사용되는 부재료였지만, 같은 돼지고기이고 전립선 비대증 치료 효능도 있으니까 기본 베이스로 써도 성능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추강찬은 일단 된장, 토마토, 지황뿌리, 검은 콩, 마, 상추, 굴, 달래, 가지, 수박을 집어들었다. 일단은 조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돼지방광에서 피를 빼내고 양념을 살짝 재웠다. 뭔가 느낌은 이상했고 생소했지만 어느정도 결과가 좋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토마토나 지황뿌리, 마, 상추, 굴, 달래, 가지, 수박 등을 손질해 정리했다. 마늘과 대파도 전립선 비대증에 좋은 음식이기 때문에 마법으로 활성화시켜주었고, 다른 재료들도 모두 활성화시켜주었다. 기본재료와 필수양념들은 베이스만 활성화시켜주었다.
양념장에 재운 돼지방광을 센불로 굽고 다른 음식들도 그 안에 넣어주었다. 확실히 앞다리살과는 다른 뭔가 생소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손질한 재료들을 전부 프라이팬에 투하했다. 비주얼은 이상했지만 제육력은 확실한 것 같았다.
외양은 영 별로지만 최대한 예쁘게 플레이팅해주면서 요리의 끝을 장식했다. 살짝 다듬어주니까 그나마 보기 좋았다.

상대방인 조정수까지 플레이팅을 마치자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전문적인 심사가 시작되었다. 여러 명의 심사위원들이 등판했고 여러가지 마법도구를 가져온 만큼 매우 깐깐하게 검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빨리 나오는 이유는 시청자들이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배려었다.
"이번 대결에서 조정수 선수는 고기를 넣지 않고 샐러드 형식으로 만들었으며 추강찬 선수는 돼지방광을 넣고 조리했습니다. 이는 추강찬 선수가 제육력이 훨씬 잘 발현되게 하였습니다. 또한 추강찬 선수가 넣은 재료들의 수가 더 많았습니다. 비주얼은 조정수 선수가 더 높지만 제육력은 추강찬 선수가 더 뛰어났으므로 이번 대결은 추강찬의 승리입니다."
추강찬이 승리했음에 기뻐했다. 이제 김초은을 막는 것에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었다.
그러나 순간 추강찬은 이런 생각을 했다. 그 마도서에 나온 내용대로 추측한 것이 현실화되었으니 정말로 주연재가 김초은에게 패배할까? 추강찬은 은근히 불안해졌다. 그래서 대결에서 이겼음에도 마음편히 자축할 수 없었다.

추강찬과 조정수가 나가고 경기장의 조리기구들이 청소되자 바로 다음 경기인 주연재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전광판에서 천이 벗겨지고 사회자의 말과 함께 주제가 공개되었다.
주제는 변비였고, 특별주제는 불 사용 금지였다. 프라이팬이나 철판 등의 사용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었다.

주연재는 전자레인지를 사용했다. 사과, 바나나, 다시마, 무, 양배추, 알로에, 자두 등을 집은 다음 손질했고 기본재료의 대파를 포함에 각종재료들을 활성화시켰다. 그리고 양념장을 만들고 돼지고기를 손질한 다음 손질한 채소와 과일을 넣고 랩을 씌운 후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4분이 지나면 문을 열어 한 번 휘저어주고 다기 4분동안 돌렸다.
김초은은 전기밥솥을 사용했다. 김초은은 주연재가 사용한 재료들에 더해 보리를 추가로 넣었다. 그리고 적절히 채소, 과일, 고기를 손질하고 고기를 양념에 버무린 후 채소와 과일들과 다시 버무렸다. 그 작업이 끝나고 전기밥솥에 약 20분동안 백미쾌속을 돌려주었다.

둘의 방법론에는 큰 차이가 있어서 대기실에서 주연재를 바라보는 추강찬의 마음은 조마조마하고 가슴이 쫄렸다. 거기에 애를 태우는 사회자의 진행과 추강찬이 마도서를 통해서 한 추측 때문에 더욱 더 불안해져갔다.
둘의 조리가 끝나자 결과가 발표되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김초은의 승리. 추강찬이 얻은 마도서에 나온 내용이 맞았던 것아었다. 추강찬은 이제 조만간 이 마도서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연재는 그 경기가 끝나고 겉으로는 담담했지만 속으로는 마음이 몹시 흔들렸다. 오랜 시간을 같이 지내온 추강찬이 대기실에 돌아온 주연재의 얼굴을 보고 살짝 정신이 흔들렸고 우울해져있음을 깨달았다. 추강찬은 그런 주연재에게 다가가 그녀를 토닥이며 격려해주었다. 조정수는 그들을 보며 임경빈마냥 흐뭇한 마소을 지었고 김초은은 그들을 둘러보며 냉랭한 비웃음을 보여주고는 바로 대기실 밖으로 바로 떠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