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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을 쓰러트린 용사라고?”



광장에 모여든 저 많은 군중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의문의 소리가 나의 귀를 한번 더 의심하게 만들었다. 설마 내가 잘못 들은것인가. 아니야. 분명 용사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용사가 될 수 있다고 했지. 그렇지만 마왕을 정면으로 물리친건 나 밖에 없었을텐데.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아아, 사실 어쩌면 진짜 내가 물리친게 아닐지도 모르겠네...(아까 있던 일들 땜에 혼자 현실도피中) 현상태가 LV.0인 내가 마왕을 쓰러트렸다는 것도 솔직히 뭔가 이치에 안맞기도 ㅎ...



- 뭔소리야? 마왕을 무찌른건 변태용사잖아? 제나가 분명 마왕군 간부를 따라가서 해치웠다 들었는데? 【LV.18/마법사】


- 그러게. 아마 저 허풍쟁이가 사람들에게 퍼트린 것 같은데. 후후~ 귀여운걸. 【LV.43/무녀】


- “난 또 뭐 대단한게 있다고. 그저 관심받고 싶어서 수작질 떠는 촌뜨기네 뭐, 딱 봐도.” 【LV.15/용사의 수호령】


- 너...너희들! (이제와서 날 감동시켜도 전혀ㅠ) 【LV.0/용사】



그래도 역시 위로해주는건 동료들 밖에 없구나. 나도 혼자서 너무 낙심만 한 것 같네. 동료들은 내가 어떤 모습을 해도 날 꿋꿋이 세워줄텐데, 내가 괜한 걱정으로 폐만 끼친 것 같아. 이제부터 래버력이 0이든 마이너스든 간에 처음 본 것에 너무 연연하지 말아야겠ㅇ...



“그리고! 제가 활약할 동안 옆에서 거들어 준 제 동료들도 같이 소개할게요. 아마도 이런 멋뜨러진 동료들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걸요? 하하하—!”

“그러고보니 용사의 동료들도 꽤 포스있는 것 같네. (웅성웅성)”

“나도 저런 강한 동료 갖고싶다...”



우르르



그 소리가 들리자마자 쏜살같이 달려가는 나의 곁에 있어줬던 동료들, 물론 혜움은 내곁에 있어줬지만 눈만은 한번 보고 싶다는 눈치로 날 흘끗흘끗 쳐다본다. 빨리 저쪽으로 가보자는 간절한 눈빛으로 말이다. 하... 아까 한말 취소다. 그저 동요해준 것 뿐이었냐. 하여튼 그런 생각들은 먼저 접어둔채 계속해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물론 사람들이 너무 모여있는 바람에 안쪽까지 제대로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겉에 맴도는 못난 동료들에게로 가는거지만 말이다.











제 12화. 가짜용사











어째서인지 다가갈수록 커져가는 그 목소리를 들으면 들을수록 의문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물론 용사이긴 해도 직접 마왕을 대면하지 않았다는건 알지만, 허풍의 정도가 꽤나 큰 모양인지 옆에 듣고있던 리내도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저와 같이 여행한 동료들은 보시다시피 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마녀’와 영혼에서 나오는 자신의 기력을 갈고닦아 선인에 한걸음 다가선 ‘무술가’ 입니다. 엄청나죠? 저와 생사를 함께한 동료들이니까 당연한 거겠죠. 하하하—!”



- 무슨소리야. 마녀라니? 마법사하고 마녀는 엄연히 배우는 것도 다른데 같은 취급을 하다니. 맘에 안들어.


- 뭐, 마녀라 해봤자 약간 비슷하긴 하겠지만... 무술가라니. 무녀와 일절관계도 없는데 말이지. 어쨌든 저 얘기들은 어디선가 잘못 주서 들은 얘기인 건 확실하네.


- “마법사와 무녀를 ‘마녀’와 ‘무술가’로 오역했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건 내 얘기가 없네... 물론 도중에 합ㄹ— 아니 용사도 이제야 내 존재를 알아줬으니 당연한건가...(존재감 없긴했지...)”


- 어차피 전부 거짓말이잖아. 그냥 하는 소리일테니까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우리 이제 그만가자. 여행은 떠나야지; (솔직히 좀 그렇긴해도 그냥 가는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자리에서 떠날 생각이 없는 동료들. 꽤나 어이가 없었나보네. 그래도 저런게 뭐가 중요하다고, 남이 하는 말에 집중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직접적으로 피해 주는 것도 없는데도 꼼짝 할 생각도 없는 모양인 것 같다. 계속 기다려야 하나;;?



“용사의 마법 서포트 담당, 마녀라고 해용♥ 모두들 이미 저한테 빠지셨나용? 꺄악~♥



- 난 말뒤에 저런 이상한 의성어를 쓰지 않는다고. 그리고 저딴 상스러운 말도 안한다고!


- 확실히 다르긴한데 꽤나 연기를 잘하나봐. 봐. 사람들은 이미 빠져드는 눈치인데? (웃음)


- (빠직)


- 제나, 장난치지마.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겠지만, 듣는사람 입장도 생각해보라고;



“하지만 전 용사하고 벌써 혼인한 사이에요♥ 그쵸? 용사님, 꺄악~♥

“하하하—! 이거 부끄럽네. 여기서 그런 얘기를 하면 어떻게? 사람들이 다보는 앞에서.”



그러자 마을광장에 모여든 사람들은 눈앞에 서로 팔짱끼고 있는 두 사람 사이로 박수갈채와 환호성을 지른다. 모두가 그 둘을 축하해주고 있을때 옆에서 무언가 뜨겁게 타고 있는 것 같아 고개를 돌려보니, 리내가 붉어진 얼굴과 같이 단단히 화가난 눈치였다. 이거 어서 이 자리를 떠나야겠는걸. 이러다 불상사가 일어날 기분이...



- 내...내가 언제 저딴 변태용...용사하고 혼인을 했다고///!!!


- 근데 진짜 사람들이 너무 믿는 눈치인걸. 왜들 저러는거지?


- “글쎄다. 한번 가까이 가봐야 알 수 있을지 않을까?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사람들을 이끌리게 만든걸지도 모르지.”


- 그닥은; 여기 계속 있다간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서; (리내를 흘끗보며) 우리 이제 그만가자. 허튼소리에 불과하잖아. 안그래?


- 계속 들어보니 지루하기도 하네. 연기하는걸 보는 것도 이제 별로 재미없기도 하고. 저기 떠드는 애도 무술가라긴 보다 아첨꾼 같고 말이지.



“자자, 우리의 활약상은 모두가 이미 들었으니 다들 알제? 그러니 어여들 보지만 마시고 우리 용사하구 마녀하구 오랜만에 알콩달콩 남은 여생을 같이 살 터이니, 모두들 돈 좀 기부 좀 해주셔이. 마왕하고 힘든 싸움에 땡전 한푼 옶구먼ㅠ 한번만 영웅을 위해서라면 당근—”



- 흐음....


- 그렇지? 그러니까 그냥가자. 자, 리내야. 너도 별로지? 그러니 우리 이만...



그렇게 몸을 돌려 리내가 있는쪽을 실펴봤더니 리내는 그자리에 없었다. 어라? 아까 전까지만 하더라도 있었는데, 그새 어디로 간거지??



- “아, 아까 리내라면 앞쪽으로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던데. 뭐라고 궁시렁 거리면서.”


- 뭐?



그러자 앞에서 어디서 많이들은 목소리와 더불어 아까 전 시답지도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목소리도 같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 앞쪽을 유심히 살펴보려 목을 앞쪽으로 길게 뻗었다. 그러자 이어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하? 이 깜찍한 아가씨는 누구? 왜요. 설마 우리 일행에게 기부를 해주시려고? 그렇담 고맙게 받겠습니ㄷ——“

“너, 입 그만 놀려라. 짜증나니까.”

“예??? 지금 무슨?”

“(리내, 그새를 못참고 저쪽으로!)”



나는 앞쪽에서 저들을 상대로 싸움을 붙이려는 리내를 향해 앞에있는 북적이는 수많은 사람들을 뜷고 들어가 쏜살같이 안쪽으로 들어가 팔짱끼고 노려보는 리내의 팔을 단숨에 낚아채고 리내를 그들 사이에서 빼내려고 시도했다. 진짜 완전 자기 멋대로라니까.



- 리내야. 이만 가자. 혼자서 뭘 하려고;;


- 변태용사. 넌 화가나지 않아? 쟤내들 멋대로 우릴 사칭하고 마왕을 물리쳤다고 거짓행세를 하고있잖아. 그런데도 가만히 두고보라고?


- 예? 저희가 거짓행세를 했다고? 당신들이 뭔데 무슨 근거로 그딴 말을 함부로 하시는 거죠?



그렇게 리내를 말리려고 하고있는 틈에 어느새 리내가 싸움을 붙일려던 상대가 우리 앞에 다가서더니 못마땅한 낯빛을 띈채 우리 일행을 쏘아붙이고 있었다. 그저 분위기를 망쳐서 기분이 상해서 그런건지 혼자 찔려서 괜스레 화가나서 그런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현재 상황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는 사실만은 알 수 있었다.



- 저희가 당신네들께 어떤 실례되는 일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거짓조장을 벌이시려 하시다니. 암만 질투나도 그러시면 안되죠. 나참.


- 뭐라고! 너네들이 먼저 거짓말한거 맞잖아! 이거 우리들을 모함하는 짓 이라고!


- 저희가 무슨 모함을 했다고 그러시는 것인지? 그게 궁금하네요. 하!


- 리내야 그만 가자니까. 괜한 시비로 다툼을 일으키는건 옳지않...


- 당연히 모함이지! 왜냐하면



“여기서있는 이 변태용사가 마왕을 물리친 용사니까!”



리내의 큰 목청에 사람들과 또 앞에 우릴 보고있던 일행들도 나를 향해 일제히 돌아보며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 따가운 시선들이 나를 한번씩 엄청난 것이라도 본 것 마냥, 이리저리 내 전체를 찬찬히 흝어봤다. 그 시선에 나도 모르게 굳어버렸다. 이어서 그 말에 당황해보이던 상대는 이윽고 겨우 입을 열어 삐죽 튀어나온 입으로 우릴 한번 더 쏘아붙인다.



- 에이. 말도 안되는 소리! 장비도 제대로 안갖췄고, 또 용사는 이미 행방불...아니아니; 제가 그 용사인데 그건 말이 안되죠. 이름하여 그 이름도 멋뜨러진 용사 이 ‘그린비’님께서 직접! 마왕을! 흠흠!


- 뻥치지마. 너같이 약해 빠져보이고 뒤에있는 동료들도 전부 이상한데 어떻게 마왕을 처리해!


- 저런, 아직 제 LV 수치를 제대로 보지못하셨구나~ 그럼 지금 당장 한번 봐주시죠. 당신들과 달리 차원이 다를 수준일테니까요!


- (얼마나 차이나길래?)



난 한번 그린비라는 사내에 말대로 LV 수치를 측정해보기위해 상대방 위쪽을 유심히 지켜봤다. 그러자 점점 흐린 숫자가 점점 모습을 뚜렷하게 변하더니 이윽고 숫자가 선명하게 위로 떴다. 그러고 확인해봤다.



“LV.25...?”



리내보다는 높은 숫자이긴 하나, 예상보다는 별로 차이나지도 않은 수치에 불과해 보였다. 하지만 이걸 처음 본 듯한 마을사람들 중 몇몇은 그 수치를 보며 신기한 눈빛으로 그린비라는 용사를 올려다보면서 칭찬 섞인 말들을 해왔다. ‘와, 프로다’, ‘우리마을에 저런 높은 래버력은 난생 처음봐’ 같은 말들이 대부분. 이세계에선 저정도 수치 정도가 적어도 이 마을에선 그리 많지는 않은 듯 해보였다. 그 소리에 한껏 자신감이 차오른 용사는 신나게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 실컷 뽐내며 우리 쪽을 당당히 쳐다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 보셨겠지요? ㅎㅎ 저말고도 제 동료들도 거의 이정도 수준이라고요. 이게 당신들과의 힘의 차이라는걸 이제서야 톡.톡.히. 느끼셨나요?  【LV.25/용사???】


- 흥! 무슨. 너네가 그정도 래버력을 가지고있다 하더라도 마왕을 일격에 쓰러트렸겠어? 너희같은 30미만인 것들이?


- 웃기지도 않은 소리! LV.20을 넘는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시나요? 보아하니 당신은 저보다 수치도 낮으신 것 같은데 용사의 동료가 뭐 이러나요? 그리고 마왕을 일격에 쓰러트려? 마왕이 얼마나 강한 존재인데, 우리가 힘을 합쳐서 겨우 물리쳤다고요.


- 어이가 없네. 너네 흉내낼거면 제대로 하던가. 용사는 자기혼자 마왕의 간부를 뒤쫓아서 마왕군을 전부 해치우고 마왕을 ‘단칼’에 해치웠다고!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 에??? 말도안돼. 이것들이 보자보자 잠자코 들어주니까 우리가 만만하게 보이나. 뭐, 단칼? 웃기지도 않네. 현제 이 신세계를 다스리시는 천상대제(天上大帝)님과도 막상막하로 겨루셨다고 하셨는데, 고작 한명이 마왕을 단숨에...내가 진짜 어이가 없어서. 이런 얘기 계속 이어가야 하나?


- 그렇게 믿기지가 않으면 단숨에 해치운 우리 용사의 LV 수치도 봐보던가. 너희들보단 훨씬 차이날거다!


- (뭐?) 자...잠깐만!


- 구라쩌네. 그래, 그 당당한 태도를 봐서라도 한번 봐주도록 하지. 자, 어디... 



여기모인 모두가 일제히 나를 뜷어지게 보기 시작한다. 아...안된다고. 지금 이상태로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는 없단 말...!



“엥? 저게 뭐냐?”



















“LV.0?”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모두가 나를 보며 빵 웃음을 터트리더니 비웃음이 잔뜩섞인 박장대소로 날 한번씩 얼굴에다 동정의 눈빛을 보내온다. 날 향한 그 웃음소리에 그만 기세에 눌려 난 고개를 힘없이 떨구고 말았다. 옆에보던 리내는 내 래버력에 한껏 놀란듯, 날 보고 또 보는 리내와 비웃음이 더이상 끊이지 않을 것 같은 이 상황이 나를 점점 더 두렵게 만들었다. 나도 리내도 숨이 막혀오는 그 틈에 그린비는 내게 방정맞은 미소를 띄운듯 고개를 떨고있던 내 머리를 향해 소리를 흘러보낸다.



- 풉! 뭐야? 네 동료가 그리 자신만만하게 이야기 하던 그 수치가 고작 0? 아니, 잠시만. 세상에 래버력이 0인 놈도 있었냐? 이 마을에 찾아와서 처음 알았네. 하하하하—! 볼수록 신기하네. 다른 사실에서 말이야.


- .......


- ㅋㅋㅋㅋㅋ LV 수치가 아무리 낮아도 0이 뭐냐? 0이. 막 태어난 몬스터 새끼도 기본적으로 1은 넘는다. 넌 대체 정체가 뭐냐? 응? 궁금해서 그래. 야아!


- 얘, 용사야. 그러며는 막 태어난 갓난애기들보다 약하다는 뜻이 아니감? 뭐 막 태어난 애기가 어리광 부리면 한번에 나가떨어지는 수준이라는 거제, 크흡!


- 듣고보니 그렇네! 갓난아기보다도 약한 놈이라니, 그런 몸으로 어떻게 떳떳이 그렇게 서있는거냐? 네 낳아준 부모도 실망했겠네. 다른놈들은 없어도 밀어붙치기라도 할수 있는데 넌 그러지도 못한 형편이잖아. 아, 그렇게 생각하면ㅋㅋㅋ



“오히려 네가 가짜용사인데. 자라다 만 찌끄레기 주제에 어딜 감히 기어올라—“



불쑥



난 그 새어나오는 말들을 다 듣지도 않은채 고개를 들어 앞에 있는 놈에 면상을 수차례나 노려보고 들지도 못할 주먹을 세게 꽉 쥐었다. 나를 욕하는 저 태도보다는 자신보다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헐뜯고 깎아내리는 저 행동거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이다. 대체 너네들이 얼마나 잘 났길래 남을 그리 쉽게 헐뜯는것인지, 약해빠진 현재의 나라도 결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영웅, 권력자, 대표 어떤것이든 강하거나 우월해야만 인정받는 세상. 아무리 노력해서 목숨을 걸어서 마침내 세상을 구하고 모두를 지켜내도 결국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불완전한 세상. 나에겐 결코 불가능하다는 눈으로만 바라보고 지보다 아래라는 이유만으로 가능성마저 묵살시키는, 마주보는 현실에 대한 불만은 하염없이 커져만간다. 더...더욱더, 더욱더!



더욱...!!



“이제 그만해. 이민.”



그리고 옆에서 살며시 귓속으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난 정신을 차렸고 옆을 보기전, 앞에 있던 상대가 상당히 겁먹은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는걸 인식할수있었다. 그런후, 목을 약간 틀어 고개를 돌려 살펴보니 옆에있던 리내도 놀란 눈과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나도 모르게 옆에 차던 단검을 뽑으려던 내자신을. 어느새 나도 현실에 물들려던 나를 발견했다. 분명 아까 들렸던건 혜움이 낸 건가. 알겠어, 현실에 물들지 않을게. 난 손을 내리고 굴복하기전, 확실히 말하기로 한다.



- 맞아. 네가 보기엔 내가 가짜용사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네가 그 용사라는 증거도 없잖아?


- 뭔 헛소리야? 귀먹었어? 내가 강하다는게 사람들을 통해서 더욱 잘 알게됐을테데. 안그래요? 여러...


- 그렇담 왜 굳이 이 마을에 찾아와서 네 업적을 여기서 폭로하는거지. 굳이 큰 도시를 놔두고 이 작은 마을에 와서 말이야.


- 하! 그건 내 맘이지. 어딜와서 내 얘기를 까발리든, 네가 뭔 상관인데. 응?


- 내가 너한테 듣기로 LV.25를 올리는것도 힘들다 말했지. 이 세계에는 분명 너보다 노력해서 강한 자들도 많이 있을테고 또한 그런 자들도 마왕에게 도전하고도 남았을텐데.



“왜 네가 반드시 마왕을 물리친 용사라고 봐주어야 하는거지?”

“!”



그러자 말을 못하고 얼버무리고만 있는 그린비라는 용사.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마을광장에 모여든 많은 사람들. 보고있던 사람들에 조용했던 상황속에서 모두가 갖가지 목소리를 내며 동시에 웅성웅성 거리는 풍경이 펼쳐진다. 모두가 서로에 말들을 내뱉을때, 그 둘러싸인 주변 안쪽에서 홀로 맥을 못추리고 덜덜 떨리는게 간접적으로 나마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제서야 난 모두가 그를 의심하고 있던 눈초리였단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고 그에 맞춰 점점 가팔라지는 숨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더니 급기야 앞에 있던 용사가 내게 검을 뽑으려던 때, 나는 말을 건냈다.



“용사는 말이지, 정말 별거없어. 남들이 안하는걸 괜히 앞장서고, 자신의 마음이 너무나도 부풀러오는 나머지 눈을 떠보면 모르는사이 부딪히고 있곤하지.


하지만 그랬던 이유들은 하나같이 간단했어. 상처받는게 싫어서, 없어지는게 싫어서, 그래서 도망치기 싫어서. 모두가 될수있는것인데도 모두가 할수있는 일인데도 용사를 우러러 보는지 이제야 알것같아.”











“용사는 상대를 볼때 자신보다 낮다고 생각하지 않거든. 모두와 같이있고 싶어하지. 그런데 넌 모두를 위해 마왕을 물리쳤다 했으면서 어째서 너보다 약한 상대를 깔보고 왜 지금 검을 뽑으려 드는거지?”


“그러고도 네가 용사라고 자신있게 말할수있겠어?”



사람들은 나의 목소리가 끝나기에 맞춰 조용해졌다. 그래도 모두가 우릴 보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물론 그 우리 중에 지금 눈앞에 보이는 상대방과 그의 동료들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그러자 할말을 다한 난 잠시동안 정적이 흘렀고 마침내 가짜용사는 입을 열고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차분해지더니 내게 한가지를 제안한다.



“하! 좋다. 멋뜨러진 용사인 이 그린비님께서 용사라고 자부하는 너에게 한가지, 결투를 신청하지. 제대로 된 싸움도 못할 것 같은 약한 네놈에게 제안하는거야. 결투는 간단하다.”



- 네놈 스스로에 힘으로 이 마을주변에 널려있는 몬스터들 중에 ‘소마’라는 슬라임의 체액을 누가 더 많이 가져오는지 시합하는거다.


- ....시합이라고?


- 그래. 널 생각해줘서 특별히 말해주는거다. 내가 못해서가 아니다. 기한은 단 3일, 장소는 우리가 서있는 마을광장 중앙에서 모이기로 하지. 이정도면 약한 너에게도 괜찮은 제안 아니더냐. 지는쪽이 용사의 길을 접는거다! 자, 어쩔거냐!



이때 모여있던 마을사람들은 더이상 우리에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지 모두가 뿔뿔이 흩어져 간다. 마왕을 해치운 용사치고 너무 시시한 내기를 제안한건지, 아님 더이상 그 용사라 보이지 않는것인지 모르겠지만, 이젠 난 아무렇지 않았다. 모두에게 내 얘기가 통했다는 뜻일지도 모르니까. 이번에는 여기 앞에보이는 상대에게 내 뜻을 전하는거야. 한번 더 바꿔보이는거야. 막혀있는 현실에 대해!




“그래. 그 제안, 받아들이도록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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