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을 얼마나 믿어?

그러니까 우리 주변에는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간혹 있잖아.

그럴 때, 확률을 믿어?


8월 즈음에, 정말 힘든 날이 있었어.

직장에서는 욕만 계속 얻어먹고,

다른 사람들 업무까지 떠넘겨져서 9시까지 혼자 남아 있고, 

하필 비가 와서 새로 사서 처음 입은 옷은 다 버리고,

집에 오니까 또 전등이 나가 있더라.


그냥 울고 싶었어.

아니, 우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니 하소연이라도,

저기 밑에 골목길을 지나가는 누구라도 좋으니까 어깻죽지를 부여잡고

그냥 하염없이 몇 분이고 몇 시간이고 붙잡고 한탄하고 싶을 정도로

그렇게 절망적이더라.


지친 몸을 어찌어찌 이끌고 전등을 고치고, 먹다 남은 찬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엄마가 보내준 밑반찬을 꺼내고,

꾸역꾸역 밥이랑 반찬을 입속으로 밀어넣고, 얼마 안 되는 그릇들을 씻고, 이미 비에 흠뻑 젖어서 씻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축축한 머리랑 몸을 샴푸랑 바디워시로 대충 적셔서 깨끗하게 만들고.


그러니까 벌써 열두시가 넘어 있더라.


방으로 들어가서 침대에 누웠어. 베라에서 아이스크림 꽉꽉 채워주세요, 라고 하면 스쿱으로 짓누르잖아?

그렇게 축적된 피로가, 발끝부터 머리까지 꽉꽉 차있던 그 피로가 침대 시트를 적시면서 조금씩 빠져나가는 기분이었어.

몸을 돌려서 아침에 미처 걷고 나가지 못한 커텐을 바라봤어.


확률을 얼마나 믿어?


커텐으로 꼭꼭 가려진 그 창밖의 달이, 엄청 밝고 아름다운 노란색으로 빛나는 보름달일 확률.

비가 그친 그날의 밤하늘이, 노란색 달을 돋보이게 해주는, 구름이 빠른 속도로 오가는 탁한 보랏빛일 확률.

그 커텐의 살짝 열린 틈으로 그 달이 오롯이 내 눈에 담길 확률.


이 모든 확률을 곱하면 얼마나 될까.


그날의 그 달은, 나에게는 힘들었던 하루를, 한없이 어둡고 슬프기만 했던 하루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훌훌 털어버리라고.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어.


달의 중력에 이끌려서, 달의 빛에 이끌려서, 달의 아름다움에 이끌려서,

달에 이끌려서.


무심코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고, 눈에 달을 담고.


시원한 공기가 밀려들어오고, 몸은 달빛으로 포근히 적셔지고.


가을 저녁의 바람에 몸을 맡긴 다음 달빛이 내 온몸을 고루 비춰줄 수 있도록,


나는 창밖으로 몸을 내밀었어.



























내가 다음날 회사에 갔을 확률은 얼마일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