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추악한 부분은 혼자서 감내하고, 허용된다고 하는 부분들만 내놓으며 살아간다.

결국 추악한 면에서 진실됨이 존재하고 드러내지 않는 그림자 속에서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음에도 추악함을 부정하면서 살아간다.

행복한 인간이 존재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행복을 추구하며, 이상화한 상대를 부정하지 않는다.


눈을 뜬 아침은, 어제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은 시간이라는 것처럼 똑같은 하루를 새로운 아침으로 소개시켜주었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다양하고 환청이 들려오는 듯한 어지럽고 질척질척한 수없는 사고들이 불안감을 조성한다.

불안감 속에서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수없이 등록해놓은 알람이 어지럽게 울린다. 그리고는 알람이 울리고 있는 것인지, 자신의 뇌가 울리고 있는 것인지 알수 없는 두통에 사로잡히며 토할 것 같은 기분은 내려놓은 채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는 깨어난다는 것이 알에서 생명이 깨어나는 것 외에는 사용할 수 없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아침에서 정말로 깨어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 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눈앞을 일렁이는 아지랑이들을 재쳐 놓고 어제밤의 역겨운 것들을 씻기 위해 욕실에 발을 들인다.

널브러져 있는 맥주 캔 만큼이나 널브러져 있는 내 인생이 참으로 덧없다고 생각하며 어제의 기억이 아무것도 나지 않을 만큼 딱 맞게 알코올에 절여있는 자신을 뇌에 흡족해 했다.

샤위기를 틀자 투명해서 모든 것이 비치는 물들이 내 몸에서 나는 역한것들을 씻어내 갔다.

제일 역한 나 라는 존재 자체는 결코 씻어내지 못한 채 말이다.

없어지지 않는다면 가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던것 같다. 역한 나를 가리기 위해 샴프라던지 비누라던지 바디 워시같은 물건으로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비현실적인 향으로 덮어낸다.

그리고는 인간에게 필요하다는 '의'라는 것을 걸치고, 잠시 묵고 가는 집이라는 곳에서 발을 땠을 때,

나는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비릿하고 역한 향을 맡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