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요"


설명하던 도중

흐름을 끊는다


"생명이 뭐에요?"


오랜만에 조리있게 말하던터라 약간은 서운했지만

그래도 나의 사랑스런 생이 궁금한데

무시할 수는 없지



"그거 아주 어려운 질문이네"


아직 진화단계에 접어든 수준에서는 간단히 설명하기가 힘들었다

근데 순수한 눈빛을 보니 대충 넘어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

힘들어 보인다고?





"그래, 설명해줄게.

그것은 생체적 화학반응을 인공적이지 않은 순수한 세포에 삽입시키는 과정으로서

그 과정이 모두 이론상의 법칙대로 원활히 이루어질 때 지칭하는 복합체를 생명이라고 한단다"



"너무 어려워요.."

생들은 전부 머리를 박고 절규한다


"아직은 이해하기 힘든 것 같구나"



턱을 괸, 자아에 가까게 진화 된 생이 뒤이어 묻는다


"생명은 어떻게 만들어요?"


"그건 만들기보단 창조한다는게 어울리는 것 같구나

그리고 너가 말하는 생이란건 함부로 창조해선 안되는거야

감히 범접해선 안 될 자연의 섭리이거든"




"여긴 현실이 아니잖아요"






_13


"모두들 피곤하지

푹 자고 내일보자"


문을 닫는다

출입구는 이번에도 달라진 곳 없이 깨끗하다



"아직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어"



조용한 공간에 맞지 않는 새하얀 세상

기억의 전환을 하기 위해

이 장소에서 멀어진다


그러자 약속한 듯

어디선가 들리는 이 익숙한 소리는

곧 마음을 정화하였다


삐뚤삐뚤 길가 사이 달려나오는 생명들은

내 주위에 아앙떨며 비켜주지 않고

만져주기를 원했다



"귀여운 내 새끼들 배고프지?


밥 먹자"



손을 털자 그 생들은 뒤에 있는 꼬리를 흔들어대며

땅에다 코를 부벼댄다


보이지 않는 먹이를 잘도 먹는다




......그보다

저것은 뭘까?



내 눈에는 이상하게 더러워진 동물이

혼자 동떨어져 쥐 죽은 듯이 앉아 있는게 보였다


"이런.. 왜 더러워졌어

이리와, 씻겨줄게"


아무 표정 없던 생은 내 말에 따라 다가오며

몸을 핥아주려는지 혀를 낼름거린다


그러나 생은 나에게서 더 멀어지는지라 발걸음은

뛰다 못해 보이지 않았고 이내 숨을 헐떡였다


어째서





"여기로 들어가렴

그래 그래. 옳지


힘을 내. 이 문으로 들어가면

너가 좋아하는게 잔뜩이야"



그 생은 검붉은색 건물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문을 닫았다



"착하구나 우리 애기"



곧 문틈으로 세어나오는, 인간이 낼 수 없는 괴성이자 의성어는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이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_14


"왔니 아들"


항상 내가 오기를 기다려주는 우리엄마


"주인님, 주인님"


이어서 뒤를 반기는 우리 아가들

역시 변한거 없이 일상적이다


언제나 그렇듯

나의 가족은 식탁에 서로 앉았다



"역시 엄마가 해주신 밥은 최고에요"



언제나 그렇듯

예의상 내뱉는 한마디



사랑스런 아이들도 덩달아 웃어준다


상에는 아무것도 놓여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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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상 50년


생명의 두려움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먼저 인정했음에도 그 새끼들이 스스로 거부한 것

굳이 내가 관여할 책임은 아니었다


더러워진 바닥으로부터 벗어나자 나의 몸에 묻은 피는 갈라지다 분해되가며

그 흔적마저 사라졌다


잊어버리자

이제 끝난 일인걸


내가 정한 방식대로 하다보면

언젠가 나만의 세상이 만들어질거야


기분을 전환하자


분명 그 땐 기억이 불안정해서 그런 걸꺼야

조금만 더 내 예전 기억을 끄집어 현실화시켜야 했었는데

.....

....



"그림이나 그려야지"




난 다시 인간의 형상과 비슷하게 그리길 원했다


하지만 내가 그린건

인간이 아니었다







체감상 54년



"춥지?

자 덮어"


담요를 쒸워준다


"우리 애기

너가 만들어진지도 1달 째구나

벌써 이렇게 커져선"


이어진 행렬은, 한땀한땀 만들어낸 인형들이 즐비어 놓여져있었고

내가 그린 그림대로 표정이 다 제각각이었다


죽어있는 생에게 기분을 풀며

품 속으로 깊숙히 안아주었다


멀찍이 떨어진 공간엔

피가 다 말라가다 못해 썩어가는 시체가 널려있었다


현실에선 날 분명 정신병자 취급하겠지만

눈 앞의 비정상적인 공간에 비하면

이를 자각하는 나를 과연 미쳤다 논할 수 있을까?


오히려 기억이 시시때때로 변화되는

현 상황에 맞게 인지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마땅히 생을 죽일 변명이었던 냥

다시 생각을 뒤로하고 돌보기에 열중한다





체감상 56년



"시발!


.....

이것마저 익숙해지면 어떡하자는거야 이 병신아.."



나의 사랑스런 피조물은 더이상

내 기분을 만족시키질 못 했다


좆같은 익숙함

짜증나리만큼 무료를 느끼게 하는 이 악랄한 기분


이럴거면.. 오래가지 않을거면

애초에 하지를 말았어야지

난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육체를 사뭇히는 이 지루함은

또 다시 그 녀석을 생각나게 했다

근데 정작 누구를 원하는지를 모르겠다


기억이 갈망을 해소하려는 듯이

머리 속을 휘젔고 있을 뿐이다



`소통`


이는 현재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었다






체감상 57년



생들이 멋대로 분열을 시도했다

다행이 다 죽여놓았길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다


숨을 돌리며 다시 생각했지만

이내 스스로가 감당을 못할 것 같아 생각을 포기한다


내 주변, 예전과 같은 피투성이

까만 점액질은 내 몸을 뒤덮었고

이번에는 꽤나 오래갈 듯이 시야를 가렸다


시간이 지나자 이미 내가 만든 인형들은

나와 같이 뒤범벅되어 있었다


인형을 주웠다

평소보다 둔탁한 그 인형을



"나는 언제까지 이곳에 있어야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 좀 해봐


응?, 어째서 나는 왜 아직도

여기에 있어야 하는 거냐고?"


역시 아무 말을 하지 않는 솜덩어리


부질없을 덩어리들

알고는 있지만 너무나 잔인한 현실

다 쓸모없는 것 투성이


인형을 저만치 던져버린다






...!!..ㅇ.. ㄴ..





"?


뭐지.. 잘 못 들었나?.."



주위를 둘러본다

분명 귓가에 목소리가 울러퍼졌는데


저 멀리 흔적들을 둘러보았다


"하긴 나 말고 누가 있다고...


......."





달려가서 귓가에 인형을 붙인다




"...

역시나.. 환청이었군



........

.........

..........근데 이 느낌

어디선가 분명히"




뭔가를 깨달아 버릴 것 같다

의식은 이를 받아들이고 싶은건가

어째서 너는 왜.


뭔지 모를 싸한 느낌을 받는다. 정신적인 역겨움을 느꼈다

상상을 거부하는 정신은 내 욕구이며 무의식이며 전부 다 신물이 올라오고 만다

정작 기억나는건 없었다. 그래서 더욱 기분이 휘저어진다

휘젖은 객체의 방향성은, 나 자신이 아닌 모든 이유를 통튼 나만의 추억의 맛 또한

자신을 믿을 수 없게 누가 조종하는 느낌


박하사탕에 아스팔트를 뒤엎는 향미

맛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렴풋이 알싸한 추억이란 성역의 끝맛이 정신을 파과시킨다



`내 어릴 적 맛 봤던 이름 모를 상상만큼 정신을 휘집는건 없어

잊어버리자.. 그저 그저 그 맛은 단지 오감의 부조화이다. 그렇게 믿어야 해.`


근데 있잖아. 나 지금 살아있는걸 자각하는거 맞지?

나 죽어있는 동시에 살아있음을 중첩시키는 과정을 걷고 있는거 맞지?


근데 왜 날 믿지 않는거야?

나를 구해주고 싶지 않은거야?


흰피가 존재한다면 이곳이라 믿겠다

난 그것에 젖은 상상력을 껴안아 심장의 파동을 잠재운다

그것에 정적 심장은 없었다






체감상 62년



나는 계속해서 형상을 뭉쳤다


9750번 째 실험 앞에도

나의 기대는 가능성 앞에 누그러질리가 없었고

이행한 결과가 경우의 조합에 다다른 것인지

드디어 내 기억에 일치하는 인자가 눈앞에 창조되었다



순백색의 피조물

그것은 지나간 시간만큼 너무 아름다웠다

믿을 수 없는 선영 앞에 새로 만들어진 과거의 기억을 바라본다


'아장아장'


연약하고 짧은 다리를 가지고

나에게 다가와주었다


다리는 늪에 빠진 듯 꿀렁거린다

또 다른 영역의 이질적 감각을 느낀다


나는 직감적으로 알아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이건 나를 버리지 않는, 내 마음을 위로해줄

불멸인자가 될 것이란걸


내 예전, 기억나지 않은 태초에 나왔던 이질적 추억은

스스로를 거부하기에 이를데가 없었다









이제 사랑하지 않는 건가요?


지겨운 건가요?


만족이 되질 않는 건가요?


저로서는 이제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는 건가요?


영원히..



생명체는 울분을 토해낸다

그리곤 경멸의 눈초리로 째려본다



나는 자식에게 원하는 답을 얻을 때까지 

늘 그랬듯 같이 놀아주었다


기분이 풀어질 때까지




끝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