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15


이름, 나이, 그리고 성의 의의

인간인지 아니면 생명체의 범주에 속해있었는지

이곳에 처음왔을 때 스스로에 대해 알고 있었던 사실이

과연 지금에선 사실이라 받아들일 수 있을 확신도 모두 다 기억나지 않는다


꿈같이 몽롱한 공간

나에게 남겨진건 아무것도 없었다


환상에 절여지다 못해 이성을 잃은 불쌍한 영혼처럼

난 지금도 계속 살아있음을 인지하고 계속 존재한다


동요를 이기기 위해선

스스로 만드는 것을 허용해야한다


그렇게라도 해서 버텨야 되는거 말고는 존재성이라 해석되는

외형의 명부를 내세울 수 있는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렇게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이건 어쩔 수 없는 합리니까


잔혹한 과정을 뿌리치고 이상적 공간으로 치장하고 싶은 나로선

유일한 바램이니까


이를 알아주었기에 더욱 질적인 생명체가 탄생되는 계기가 아니었을까?

오랜만에 느껴보는 신기의 감각은 반 세기 억누른 고독의 세월을 드세우고 만다

내가 창조했을 때 처럼 만들어진 실체는 생의 일부이지만, 기억이 스스로의 기억을 속인 듯

계속 사실을 보면서도 자꾸만 실체로서 볼 수 없는 의식


간단히 생각하자

이건 내가 만든, 타인의 변수도 아니야

원래 이정도 시간이 지나면 얻어지는 뭣도 아니고

그 무엇이 연관되어 만든 결과여도


중요한건

그것을 의심없이 느끼기만 하면 되는거야

난 이 세계의 창조자니까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둥그스름한 몸체


실패작과는 비슷했지만 암흑인 것과는 다른

그 자체의 광적인 생물체


이는 생의 각인보다

내 스스로 관심을 가지게하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벅차오르는 기쁨을 뒤로한채

저 생명에게 해야할 일을 생각해낸다







체감상 66년


공간과 상관없이, 인지하는 것만큼 생명의 지능도 진화한다

이는 나를 지켜봐준 시간과 기억이 모든 의문을 없앨 실마리가 되어간다는 의미

지난 기억을 잊을 수 있는 또 다른 기억


고마워하며 껴안은 생명의 몸은 따뜻했다

그리고 생은 말한다



"행복해요?"






체감상 70년


현실에 사용했을 법한 형상을 가지고

나와 생을 만족시켜줄 공간을 창조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전속도는 지능의 진화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어지간히 고난이었고

잠시 생명이 원하는 안식처를 만들어 내 달래주었다


기억이 누적된 동산을 바라보며 시간의 흐름이 지나가는걸 느낀다

역시 기억은 쉽게 뜻을 이뤄주는게 아닌지 배경은 실패작들로 인해 점점 가려졌다





체감상 78년



간절함이 적어진 것일까

이제 조합될 때가 지났는데 만들어지지 않는다


.....


그래도 예전처럼 그렇게나

괴롭히지는 않았는데



의문의 자화를 해석하는 고독의 가치는 다시금 옅어졌고, 시간은 그에 상회하 듯

평소보다 더욱 빨리 가는 것을 느꼇다







"주인님"



"....."



언제부턴가

생이 나에게 직접 주인이라 말해줄 때 마다

내가 만든 생명체가 아닌 느낌이 들어버리는건 왜일까?





체감상 81년 



이런..

몰래 죽인다는게 그만

내 자식에게 들키고 말았다


점점 가까이오며 이내 흥건한 바닥까지 발을 놓는다


"안돼, 여긴 더러운 곳이야..

위험해.."


"주인님,

얘들은 왜 여기서 자는 거에요?"


생쓰레기를 친구인 듯이 말한다


"..피곤해서 잠시 꿈을 꾸는거란다

걱정할거 없단다"


기분이 잡쳐진다

이딴 실패작에게 빗대라고 가르친 단어라 아닐텐데


그 생은 새로운 색의 궁금증을 보이며

실패작으로 싸질러 나온 오물을 핥아 먹는다


나다. 저건 나다. 왜냐면 나 자체이기 때문이다

나의 현실에서의 분신마저 내 호기심의 학습은 무의식으로나마 동화되었던

불협을 실현화한 부조화를 느껴야 하는건 더욱이 스스로가 알고 주의를 요할 필요는 있었다

그것을 확실히 알고는 있지만 때때로 책임이 날 책임져주지를 않을 뿐


나란 존재가 저것을 볼 자격이 있는가



"맛이 이상해요"


"....."


안 된다. 이러면 안 된다.. 이래서는 달라지지 않아


나 자신에게 묻고 싶은건 뭐야


너가 원하는건 뭔데


..

왜 아직까지 난 스스로와 대화를 하는건데


나는 생각했었`었`다

생명체로부터 약간의 `구속성 ` 을 부여해줘야 느꼈던게 바로 이 때였을까. 라고







체감상 103년



난 생각한다



무지한 생명체가 현실에 살아갈 수 없으면서도

정신이 붕괴되지 않았던 이유는


같은 종의 형상,

각자 가상의 마음 속에 있는 고유의 생을 만들 수 있을 것 이란 희망이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가 보고 느끼는 것

생을 만들기 전 자아의 분열

처음 만난 이름 모를 한 때의 친구

이것이 모두 환경에 익숙해지고 싶은 마음이 현실존재

앞으로 찾아올 존재성. 내가 스스로 이루었던, 착오없는 무의식의 진행과정


이 모든 원인인 간절함은 삶에 대한 희망이 아닌

고독에서 벗어나려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었을까

그것 이외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인가


기억을 유지하기 위해

내가 넣고 싶은 기억을 생에게 주입시켰다


알아서 내가 원하는걸 해주진 않으니

노력해야 한다


생명의 성숙을 위해 하는 것도 그 이유지만

나는 지금, 한 인자도 잃고 싶지 않으니








"지금도 간절해요?


생의 미련은 다 풀렸어요?"







"아니,


아직까지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생명을 만들면

정말로 행복해질 것 같아?"



"..

무슨 말이냐?"



"너는 왜 생을 만들고 싶은거야?"



"그야.. 외로우니까"



"외롭다라.."





"..뭘 말하고 싶은건데?"



"이미 생을 만들었잖아

나를 말이야"



"너가 왜 생명이야..

너는 난데"



"넌 여기가 정확히 어딘지도 모르잖아"



"그게 뭔 상관?"



"넌 주위를 꾸밀걸 모자라

왜 굳이 이런 쓸데없는 시간에다 자아를 낭비하는 거냐고?"



"..."



"정작 만들었을 땐

그 생이 널 만족시키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끄적인 그림을 바라본다








내가 이곳에 온지 `34년 129일` 째


그 때라도

나는 깨달았어야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