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호루라기 소리가 울렸고, 말로 다 하지 못할 상실감에 나는 무릎을 꿇고 말았다. 오늘은 내 인생-지금 내 삶을 과연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비슷한 거- 최악의 날이다. 에버튼이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경기에서 역전패를 당했다. 이제 남은 경기를 전부 이겨도 프리미어 리그 17위로 올라갈 수 없다. 그대로 강등이 확정이다. 주장이나 감독이나 전부 침통한 표정을 하고 있다. 나 역시 그라운드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예견하지 못한 건 아니다. 이번 시즌 들어 이상한 영입을 했고, 감독도 이상한 결정을 하기를 반복했고, 잘 하는 선수를 방출하고 폼이 떨어진 선수를 영입하고 별 이상한 쇼를 다 했다. 사실 이번 경기를 하기도 전에 구디슨 파크에도 침울한 기운이 있었고, 선수들이 그걸 이겨내지 못했을 뿐이다. 특히 에버튼은 창단될 때부터 내가 응원하던 팀이었는데, 감히 말하자면 그 어느 때보다 절망적이다. 그래도 몇십년 전에 강등을 당했을 때는 어찌 됐든 다시 1부 리그로 올라오겠지, 하는 희망이 있었고 전력도 나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아예 블랙번 로버스 처럼 3부나 4부 리그로 떨어진다고 해도 말이 될 만한 졸전이었기 때문이다. 고작 걸어서 10분 거리인 리버풀은 지금 일찌감치 챔피언스리그 4강 홈 경기에서 유벤투스를 3대 0으로 이기면서 빅 이어를 들어올리느냐 마냐를 따지고 있는데, 우리들은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란 말인가.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일개 팬이긴 해도 이런 몸인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했다. 그냥 여러 가지 신경쓸 것도 없이, 슬쩍 저 크리스탈 팰리스 선수들의 몸을 통과하기만 해도 이번 경기는 에버튼이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그런 방식으로 내가 승부를 만들어봐야 그건 축구나 진정한 경쟁이라고 부를 수 없는 그 무언가, 미신적인 종교 의식보다 못한 춤사위가 되어버린다. 그렇게 만들어버리는 일은 최대한 하지 않고 있다. 괜찮다. 나는 어린 아이가 아니니까. 그런 유혹 따위는 이미 수천년 전에 떨쳐냈다. 그렇다고 해도 슬픈 건 매한가지지만 말이다.


구디슨 파크 위로 떠올랐다. 지금 화가 머리 끝까지 난 관중들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고 있는데, 내가 아직까지 그라운드에 남아있다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오해를 막기 위해 미리 설명하자면, 내가 나쁜 짓을 하는 게 아니라, 그 무슨무슨 작용 때문에 내가 인간의 몸을 통과하게 되면-그게 내가 움직여서 그런 게 아니라, 가만히 있는 나에게 인간이 들이받는 결과가 된다 하더라도-인간들은 오한이 들거나, 심한 경우 불치병에 걸리기도 한다. 이건 내가 나쁜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되는 거다. 다행히 나는 중력에 구애받지 않고 높이 날아오를 수 있기 때문에 웬만해서 인간들이 나에게 들이받는 경우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쳤다. 한 노인이었다. 보통 나랑 눈이 마주칠 일은 없는데, 가끔 노인이나 아이나 중환자 같은 경우에는 나랑 눈이 마주치는 경우가 있다. 확실히 나나 저쪽이나 불쾌한 일이지만, 이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다른 사람들이랑 최대한 사이 좋게 지내고 싶다. 같이 하하 호호 뛰어놀고.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내 존재 자체가 태풍 같아서, 아무리 우호적으로 다가간다고 해도 사람들은 금세 경악하며 떠나갈테니까.이 시내는 벌써 거리가 혼잡하다. 아무래도 영국은 축구에 미친 나라다 보니까, 이 경기장 주변 자체에 사람들이 많다. 저번에도 그러다가 사람 죽을 뻔한 적이 있었는데 이 친구들에게는 공놀이가 인생 그 자체니까 그런 사망 사고로 그들의 폭주를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그러니까, 아예 이 소란이 없는 곳으로 가려면 영국 자체를 벗어나야 한다.


아쉽게도 바다를 건넌다고 해도, 상황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다. 바다를 건너봐야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이런 동네들인데, 지금쯤 되면 하나같이 공놀이에 미쳐있으니 말이다. 찾아본다면 그나마 덜한 곳을 찾는 게 좋다. 아, 가장 좋은 동네는 스페인일 거다. 얘네들은 이제 엘 클라시코도 끝났고, 이번에 축구도 못 해가지고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레알 마드리드랑 바르셀로나 사이좋게 손 잡고 떨어졌다. 시민들 속에 분노는 우글거릴지 몰라도, 그게 밖으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같은 대도시에 가는 건 조금 그렇고, 그라나다 같은 소도시 정도가 좋다. 마침 그라나다는 세비야나 발렌시아처럼 대도시를 빼고도 축구를 그리 잘 하는 나라는 아니다. 인적이 드문 거리에서 아무것도하지 않고 웅크릴 뿐이다. 아무리 그래도 에버튼 강등에 대한 마음의 치료는 필요하다.


"아저씨, 여기서 뭐 하슈?"


몇십 분 정도 그렇게 있었더니,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였다. 고개를 드니 확실히 알고 있는 놈이다. 칙칙한 검은 색 깔맞춤 옷에 후드까지 쓰고 있는 놈. 하지만 오늘은 얘랑 이야기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슬프니까.


"뭐가 슬프다고 그러고 있슈?"


하, 한숨이 나오지 않는 몸뚱아리라고 해도, 한숨이 나올 법한 상황 자체는 충분히 있는 모양이다. 확실히 유령끼리는 대화 같은 게 필요 없다. 그냥 생각만 해도, 그 생각이 파도처럼 다른 유령들에게 다 전달이 되는 그런 시스템이니까. 말을 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살아있는 사람과 특별히 이야기할 일이 있을 때만 쓰이는 일이고-나 같은 경우는 혼잣말을 좀 많이 하는 편이긴 하지만 말이다- 보통 유령들끼리의 대화는(사람과 하는 대화보다 훨씬 적지만) 이런 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생각만 했다. 당장 꺼져. 내가 좋아하는 애버튼이 강등당했으니까 한동안은 이러고 싶어. 애초에 너도 지금 할 일 많잖아. 뭐더라. 하루에 사람이 몇 백명 죽는 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빨리 여기 응급실부터 해서 싹 내려가야지. 명부에 있는 사람 빨리 인도하라고, 이 공무원 자식아.


"대선배도 똥 씹은 표정을 할 때가 다 있네. 뭐 저는 그런 공놀이 별로 관심 없지만 말이오."


하여간 이 놈은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고작 몇 만년 일찍 죽은 거 가지고 대선배 대선배 대선배. 진짜 말도 안된다. 사실 나같은 평범한 유령보다 훨씬 강하면서. 알고 있다. 저 저승사자는 나를 단순히 봐주고 있는 거다. 나는 다른 귀신들처럼 이 세상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으니까 일단 놔두고 있는 거다. 어느 지박령처럼 살아있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하니 눈 감아주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고 보니 저 사람이 나를 처음 만나서 퇴치하려고 할 때 물어본 적이 있다. 이 세상에 미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왜 계속 이 세상에 남아있는 거냐고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 유치한 말이긴 하지만.


"유치하면 지금이라도 데려가 줄까요?"


아니. 애버튼 승격하는 거 봐야지.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말이야.


"요즘 전산화 작업 거의 끝나가가지고 언젠가는 들킬텐데. 이런 말도 맨날 하는 것 같지만요."


아 꺼져 제발 좀. 나 기분 나쁘다고 했잖아. 적어도 지금 저승으로 떠날 생각은 없다. 적어도 축구라는 종목이 사라질 때까지는 여기 계속 남아 있어야지. 축구가 끝나면, 그 때는 뭐 재미있는 놀이 하나 더 발견하겠지. 아니면 정치 사회 돌아가는 걸 봐도 재미는 있기야 할 거다. 너무 복잡해서 문제지. 지금은 어쨋든 이 상실감도 재미 중에 하나라고 위로하는 것 부터 해야 한다. 처음 저 놈이랑 만났을 때 내가 댔던 핑계도 있으니까. 그렇기에 이 세상이 지겹다고, 슬프다고 말하면 안되는 의무가 나에게는 있는 것이다.


일어섰다. 유령이기 때문에 신체적으로 일어섰다고 말하기도 모호하고, 아직 슬프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일어섰다고 말하기도 어렵긴 하지만 어찌됐건 일어섰다. 그래도 가지고 있는 마음가짐 중 확실한 거 하나는 있었다. 이 슬픔을 빨리 딛고 일어서야 했다. 누가 그랬다. 이 세계는 한 떨기 꽃만 봐도 예쁘다고. 유명한 작가가 한 말은 아니고, 저번에 소풍학습 하는 초등학생들이 서로 떠들면서 하는 이야기를 주워들은 것 뿐이지만, 그것도 '누가 한 말' 에 정확히 부합하긴 하니까 상관 없겠지.


"씨발."


내 옆으로 한 사람이 욕을 하며 걸어갔다. 설마 유령인가 싶지만, 뒤를 돌아봐도 나가 있는 쪽에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는 걸 보니 그냥 우연의 일치였나 보다. 그리고 나는 우연의 일치를 아주 좋아하는 편이다. 게다가 저 사람은 한국어로 욕을 했다! 여기는 스페인인데 한국어로 욕을 하며 지나갔다. 다시 보니 한국인처럼 생기기도 했다. 다시 자세히, 천천히 움직였다. 굳이 조심할 필요는 없었다. 저 사람은 생각보다 건강하고, 그래서 나를 볼 일이 없을 테니까 말이다.


자켓에는 한국어로 된 품질 보증서가 달려 있었다. 입고 있는 옷들이나 가방들 전부 스페인에서 쉽게 구하기는 힘든 것들이었다. 그렇다고 또 단순한 관광객은 아닌 것 같다. 3박 4일 여행이면 그라나다로 오지도 않았을 거고, 왔다고 해도 알함브라 궁전만 두시간 만에 휘리릭 보고 나가지 이런 골목길까지 걷고 다니진 않을 거다(알바이신이라는 유명한 골목길이 있긴 하지만 여기는 거기가 아니다). 2주 여행이라도 그라나다에 투자할 시간은 또 별로 없을 거고. 결정적으로 그의 가방 안에는 카메라나 지도 책이 없다. 2주 여행이든 4주 여행이든 관광을 온 이상 카메라나 지도책은 들고 다니기 마련이다. 아무리 스마트폰이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관광지는 오히려 소매치기의 위험성 때문에 아날로그로 돌아가서 책이랑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게 정석이다. 그렇기에 관광객일리는 없다.


"아, 좆같네 썅."


한 번 더 욕이 나왔다. 이번에는 외국인도 흔히 알아들을 수 있는 욕이 아닌, 한국 고유의 욕이었다. 혹시, 관광객이 맞는 걸까? 내 추리력을 발휘해보자면, 이 사람은 관광객이었지만 지도책이랑 카메라를 잃어버렸고, 그것을 찾지 못하자 화를 낸 것이다. 아, 이렇게 되면 이 사람이 입으로만 욕을 할 뿐 모습은 침착하다는 게 설명이 안되는구나. 그러면 왜 욕을 하고 있고 왜 한국에서 스페인으로 왔는지 알아보려면 겉모습만 보는 걸로는 안 되고,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할 필요가 있을 거다.


마침 그 남자가 집 안으로 들어갔다. 확실히 집이었다. 혼자 살고 있기 때문에 원룸이지만, 열쇠를 보관하는 사람도 없었고, 층이 여러 개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남자는 마음대로 하고 있었다. 옷걸이에 아무렇게나 옷을 걸어놓고서는 책꽃이에 있는 책을 아무렇게나 펼쳐서 읽었다. 하지만 글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건지 몇 페이지를 넘기다가 그대로 내던졌다. 책에는 스페인어로, 돈키호테 라고 적혀져 있었다. 재미있는 책인데도 집어던진다. 아니, 다시 자세히 보니까 돈키호테 해설과 각종 주석이군. 재미없는 책이다. 이야기는 느끼는 거지, 그걸 분석하려고 하면 재미 없어지는데 이런 고리타분한 책을 누가 쓴 거람.


내가 지켜보고 있는 그런 남자도 똑같은 생각을 한 건지 이번에는 책상으로 간다. 그가 꺼낸 건 정체를 알 수 없는 카드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카드가 무슨 카드인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다. 타로 카드다. 타로 카드라는 건 많이 들어봤지만, 그동안 딱히 관심이 없었다.


"한 번 해볼까."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타로 카드를 이리저리 뒤섞었다. 그리고 뽑고, 이상한 표정을 짓고, 다시 집어넣고 맹한 카드를 뽑기를 반복한다. 그 행위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내가 고민할 동안, 남자의 표정은 점점 밝아졌다.


"확실해."


뭐가 확실한지, 자만에 빠져 있는 것처럼도 보이는 남자는 갑자기 카드 셔플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는 냉장고였다. 냉장고에서 닭과 마늘을 꺼냈다. 아, 이제 뭔지는 몰라도 고민이 끝나고 확실해졌으니 밥을 먹고 자려는 건가. 하긴, 지금 시간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저녁을 먹기에는 조금 늦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이 사람의 직업 때문에 조금 늦게 잘 수도 있는 거고, 무엇보다 스페인 사람들은 이 시간까지 깨어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상관 없을 거다.


그런데 남자는 요리 준비를 하지 않았다. 방 구석에다가 마늘을 죽 둘러 배치했다. 그 다음에는 닭고기를 중간중간에 놓으면서 닭을 어디다가 놓아야 할지 고민했다. 그 때부터, 나는 불안함을 느끼고 탈출했어야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닭의 피와 마늘이 유령을 퇴치하는 데에 효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앗, 따거!"


그 때 와서 갑자기 발이 저렸다. 나한테는 신체 부위랄 게 없어서 그런지 상당히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좋은 느낌은 또 절대로 아니다. 본능적으로 이 공간에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픔 때문에 감각이 이상해진 건지, 밖을 나갈 때 굳이 문을 열 필요가 없는데도 문 쪽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소용 없는 일이었다.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혔다. 아무리 나가려고 해도 소용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밑을 쳐다보았다. 마늘! 만약 나한테 눈이 달려있다면, 분명히 휘둥그레졌을 것이다. 분명히 놀랐다. 심장소리가 쿵쾅거리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앞이 어지러워지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미신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하긴 오래전부터 내려온 방법이면 분명이 효험이 있긴 하구나.


혹시나 싶어서 다시 남자 쪽을 쳐다보았다. 남자는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고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자신 딴에는 그런 식으로 말해야 유령이랑 소통이 되는 줄 알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유령은 그런 말 모른다. 애초에 사람이 죽어서 유령이 된 건데 언어 체계가 다를 리 없지 않은가. 아, 하지만 지금 내가 그딴 거나 신경 쓰고 있을 때가 아니었군. 어떻게 하지. 아직 에버튼이 1부 리그로 승격하는 걸 봐야 하는데, 이대로 퇴마당한다면 더 이상 구디슨 파크를 밟을 수 없다. 어떻게 해서라도 발악해야 한다. 주변을 돌아보았다. 진짜 물샐 틈마저 없을 정도로 마늘을 깔아놨군. 살려줘. 제발, 진짜 아, 그래 에버튼 승격 못해도 이번 월드컵 까지만 보게 해주면 안 될까? 에버튼이 승격하려면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데 월드컵은 2년 뒤에 열리잖아.


"잡았다."


갑자기 뒷목에 서늘한 기운이 들었다. 아니, 이걸 서늘하다고 해야 하나. 그동안 촉각이라는 걸 느껴본 적이 없어서 이게 따뜻한 건지 서늘한건지 구분이 안 가는 것 뿐일 수도 있다. 굳이 따지자면 더 따뜻한 쪽이려나.


사실 그런 걸 따지고 있을 여유가 없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갑자기 시야가 흔들리더니 땅바닥에 부딪혔다. 지금 마음이 심란하니 있기 힘든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거 같다. 부딪힌다는 건 진짜로 죽고 나서 처음 해보는 경험인 거 같다. 게다가 시야 앞에는 남자가 승리에 찬 기쁨이 우러나오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설마 유령에 성욕을 느끼는 사람인 건가. 지금이라도 내가 남자라는 걸 알려줘야 하나?


"너 남자인 건 상관 없고. 넌 오늘부로 여기서 못 나간다."


내 생각을 읽었다. 이 사람도 사실 저승사자라거나 그런 건가? 아니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사람이 저승사자 역할을 한다는 건 처음 들어보는 일이다. 대부분 이미 죽은 사람들 중에서 좀 쓸만한 놈들이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으니까. 아니 그것보다 오늘부터 여기서 못나간다는 말은 또 무슨 말인가. 물론 내가 유령이기 때문에 인권을 보장받지는 못한다고 하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은가. 나는 그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게다가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은 유령이라고. 굳이 특이한 점을 꼽자면 오래동안 이승에서 떠돌아다니고 있는 유령이긴 하지만 그게 인간 입장에서 나를 가둘 수 있는 근거가 되나?


남자는 나를 내팽개치더니 마늘과 닭고기로 만든 원을 점점 더 좁혔다. 이제는 확실히 알 수 있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거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눌려 죽는 일은 없겠지만-적어도 저 남자는 나를 못 나간다고 했지 죽이거나 퇴마시키겠다고 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가다간 정말로 옴짝달싹 못할 수도 있다. 어느 정도의 복지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완전 닭장 속의 닭 신세다. 하지만 남자는 그런 거엔 별 관심도 없는지 희열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밤중이라 참는 게 한 번에 보였다-.


"드디어 내가 뮤즈를 잡았다! 이제 마음놓고 소설을 쓸 수 있겠어."


뮤즈? 아, 들어본 적 있기는 있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아무튼간에 뭐를 만드는 사람이 애타게 찾는 창작의 영감을 가져다 주는 요정. 그게 설마 나를 말하는 거였다니, 잡히기 직전까지는 나도 몰랐다. 아니, 이 남자는 나를 뮤즈라고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나는 결코 다른 작가에게 이야깃거리를 던져준 적이 없다.


"어이, 뮤즈. 지금 당장 이야깃거리를 뱉어내. 나는 지금 주인공이 적들에게 도망치는 장면을 쓰고 있는데, 어떻게 적을 쉽게 따돌릴 수 있을지 생각해 봐."


어느새 다가온 남자가 내 멱살을 잡고 그렇게 따지고 있었다. 나는 또 멍청하게 그걸 생각하고 있다. 따라오는 적을 다 죽여버린다거나, 아니면 갈림길에서 기가 막히게 내뺀다거나, 대역을 이용한다거나. 지금 당장은 그런 것들밖에 안 떠오른다.


"멍청아! 다 진부한 것들 뿐이잖아! 유령이라서 때릴 수도 없고 이거 참. 뮤즈면 좀 뮤즈답게 창의력 펄펄 넘쳐나도록, 박진감 넘치는 해결책을 제시해야지."


아니 그러니까 내가 뮤즈가 아닐 수도 있다니까 그러네. 나는 살면서 이야기를 한 번도 지어본 적이 없는 몸이다. 이런 내가 도대체 무슨 낮짝으로 작가들 앞에 나타나서, 에헴, 거기서는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게 좋을 듯 싶어, 셰익스피어 씨,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게다가 나는 네 작품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 주인공의 성격과 도망치는 적이 지금 어디서 어떻게 쫒고 있는지는 알아야 내가 생각을 하던가 말던가 할 것 아닌가. 그래, 까놓고 말해서 내 생각을 읽을 수 있으니까 대놓고 생각하겠다. 나 좀 풀어줘 진짜. 어떻게 도망칠지를 생각하는 것 보다 이 땅거지같은 속박을 어떻게 푸느냐가 더 관건이니까. 네 소설 안 궁금하다고!


"아, 그래. 진정하고. 일단 너는 뮤즈가 확실히 맞아. 내가 얼마나 오래 걸려서 찾아낸 건데, 틀릴 리가 없지."


아니 나는 그냥 평범한 유령인데. 그냥 이 세상에서 제일 오래 살았을 뿐인 유령이다.


"바로 그거 때문에 너가 뮤즈인 거지. 너도 이 세상에서 제일 오래 살았다고 하면 잘 알고 있는 말이 하나 있을 거잖아. 그, 태양 아래 새로운 건 없다고.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소설, 연극, 만화. 시, 영화 등등 다 새로운 게 없어. 단순히 어딘가에 쳐박혀서 잊혀지던 걸 끄집어낸 것 뿐이지. 그러니까 과거를 많이 알고 있는 게 곧 창작에 도움이 된다는 거야. 너는 그 과거를 제일 많이 알고 있는 유령이고!


또, 너 이미 유령이니까 보고 있었겠지. 내가 책 읽던 거. 책을 읽기 싫거나 책이 재미없어서 집어던진 게 아니야. 책을 읽고 있는데도 이야기거리가 떠올라서, 펜을 들지 않고는 베길 수 없어서 집어던진 거지. 그 말인 즉슨, 너가 근처에 있으니까 이야기 거리가 생각났다는 말이고, 너가 곧 뮤즈라는 거지."

내가 생각할 틈도 없이 눈 앞의 남자는 이상한 말을 따발총 쏘는 것 마냥 내뿜었다. 그러니까, 말을 요약하자면, 내가 일단 뮤즈가 맞긴 한 것 같다. 그런데, 이야깃거리가 생각날 만한 생각을 내가 한 적이 있었나. 나는 단순히 저 남자를 관찰했을 뿐인데.


"너가 말한 거 아니야? 이야기는 읽을 때 재미있고 해석할 때 재미 없어진다던가. 갑자기 머릿속에 그 장면을 소설의 절정 부분에 집어넣으면 딱 재미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나로서는 그냥 아무렇게나 한 말이긴 한데, 뭐 도움이 되었다면, 이걸 기뻐해야 하나. 어쨋든 나를 지금 가둬놓은 사람인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주인공이 어떻게 도망칠지 단서를 알려준다고 해서 이 사람이 나를 풀어주지도 않을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 사람은 나를 이야기 보따리 정도로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으니까.


"아, 아니야. 풀어줘야지 당연히."


누가 봐도 속이 빤히 보이는 거짓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믿어볼까. 일단 그가 적은 소설을 대충이라도 읽었다. 아무튼간에 유령이 되서 좋은 점은 독해력이 빨라진다는 것이다. 아니, 이건 단순히 오랫동안 글자를 보다 보니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기술이 늘어서 그런 것 뿐이지 않을까. 아무렴 뭐 어때.


채 10분도 걸리지 않아서 장편 소설의 중간 부분까지 다 읽었다. 일단 이야기부터가 재미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략적인 이미지는 그릴 수 있었다.

"어때? 어떻게 도망칠지 생각나?"


생각이 안난다고 하면 분명히 실망하겠지. 아니 이미 그런 생각을 한 시점에서 이미 저 남자에게 들키지 않았을까. 애초에 이 남자가 쓴 글을 압박감에 시달려서 읽느라 재미있는 건지 아닌지도 구분이 되지 않았다. 일단 생각하는 척이라도 하려고 했지만, 자꾸 쓸 데 없는 생각이나 떠오르고 있다. 과연 소설 속의 남자가 성공적으로 도망쳐야 하나, 이쯤 되면 아예 잡힌 다음에 탈출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남자의 글을 읽어보니 나름 글을 많이 써본 티가 나기 때문에 그런 것 조차 진부한 이야기 진행이라고 하겠지.


아, 진짜로 뮤즈 안 오려나. 나 살면서 한 번도 못 보기는 했지만 혹시 나 말고 다른 뮤즈가 있는 게 아닐까. 만약 뮤즈가 있다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이 생각을 하는 걸 저 남자가 알아챈다면, 뮤즈가 뮤즈를 찾는 이상한 광경을 보고 있다고 하면서 실시간으로 놀라하겠지.


"어때? 생각 났어? 빨리 아이디어 뱉어 내."


이제 내 생각을 읽기 힘들어진 건지, 아직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아차리지 못한 모양이다. 그렇게 닥달을 해서 안 나올 게 나오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애초에 내가 영감이 있을 리가 없잖아. 내가 뮤즈처럼 신묘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면 너한테 묶여서 이야기 거리 뽑아내는 노예나 하고 있었겠냐고. 그 아이디어로 진작에 탈출했겠지. 아, 이제 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는 것도 안 들리던가. 나는 고개를 젖혔다. 뭐라도 생각해야 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 도망칠 수 있는 묘책이건, 아니면 이 더러운 상황 자체를 빠져나갈 묘책이건. 하지만 고개를 들어도 아름다운 밤하늘 별자리가 보이는 게 아니라 베이지색 벽지에 전등만 보일 뿐이었다. 전등과 벽지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말 그대로 휑한 천장.


어? 잠깐만. 이거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재미있는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목소리를 몇 번 가다듬었다. 최대한 근엄한 목소리를 내고 싶다거나 그런 유치한 일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목소리를 내는 거니까 몇 번 단장을 하고 싶었다.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를 알려주고 싶은데 목에서 쇳덩이 소리가 나오면 좀 그렇지 않은가.


"왜? 어떻게 해야 될지 생각났어?"


나를 묶어놓은 남자는 순진하게 그렇게 물어보고 있었다. 하지만 오산이다. 포로가 원하는 정보를 나불댈 리가 없다. 어떻게 해야 최대한 남자를 놀려먹을 수 있을까. 소설을 모욕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방식을 쓰고 싶었다.


"우선, 쓰는 말을 보니까 너는 한국인인 거 같은데 스페인에 와 있었어. 그 점은 너가 태어날 때부터 돈이 많았기에 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어쨋든 칭찬은 해 줄게. 책상 안에 가만히 틀어박혀 있는 것보다는 다른 공기를 쐬는 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 나 역시 그런 일 때문에 여기까지 오게 된 거니까. 하지만 말이야, 그, 내가 아는 소설가들이라면, 언제 어디서든지 글감을 얻어낸 걸 머릿속에서 날라가지 않게 항상 수첩을 들고 다니는 그런 이미지가 있거든? 그런데 아까 집으로 걸어들어오는 너를 볼 때 너는 그러지 않았어. 수첩을 손에 들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아예 가방 안에도 없었던 거 같은데.

그러니까, 뮤즈든 뭐든 이렇게 방 안에 가둬놓는다고 소설 쓸 거리가 나오는 게 아니라 이거지. 알겠어? 일단 방 밖으로 나가서 많은 걸 보고, 단순히 많은 걸 보는 게 아니라, 바깥의 모든 풍경을 어떻게 자기의 소설 속에 녹여놓을지 고민하라는 이야기지. 그런 게 없으면 넌 발전이라는 걸 할 수 없어."


"아니, 야. 너가 나에 대해서 뭘 알아? 너 지금 내가 소설가로서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거야? 이 만질 수도 없는 유령 나부랭이가."


남자는 점점 얼굴이 붉어졌다. 딱히 상관 없는 일이다. 그 남자가 어떻게, 나한테 뭐라고 말하든, 나에게 손을 댈 수 있는 방법은 이제 없으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는 그 남자를 더 쎄게 도발했다.


"소설가가 될 수 있냐 없냐 문제가 아니라, 생각을 조금 더 유연하게 해야 한다는 거지. 소설을 쓰다가 막히니까 뮤즈를 잡아보자는 식의 발상은 너 말고 아무도 해본 적이 없을걸? 그런 걸로 글을 쓸 수도 있는데 너는 나를 붙잡고 주인공이 어떻게 도망갈지만 물어보고 있잖아. 게다가 너는 나를 절대로 손댈 수 없어. 너가 아무리 강력한 퇴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말이야. 왠 줄 알아?"


"야, 너 그렇게 말하고도 내가 이야기 보따리랍시고 살려둘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인 거 알지?"


"당연히 오산이지. 하지만 그 이전의 문제라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붕 떠올랐다. 오늘 맨 처음 상실감에 구디슨 파크 위를 둥실 떠올랐던 것처럼. 이번에는 한결 더 나은 기분이라는 게 다른 점이다. 간단한 문제다. 마늘 때문에 움직임이 봉쇄됐긴 했지만, 이 남자는 천장에다가는 마늘을 배치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이 휑한 천장을 통과하는 것 쯤이야 유령인 나에게는 식은 죽 먹기보다도 쉬운 일이다. 나는 물구나무 하는 자세로, 하반신 쪽은 이미 천장속에 들어가 있었고, 나머지 배 부터 얼굴까지는 여전히 방 안에서 당황하는 그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즐거운 감각이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애버튼이 강등당하게 된 아픔이 조금이나마 씻겨내려가는 것 같다.


"너는 천장에다가 마늘을 설치하지 않았잖아. 잘 들어. 나는 이대로 공중으로 휙 하고 떠오를 거야. 나랑 대화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내가 인공위성 떠오르는 데까지 가면, 그런데도 너가 나랑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난 절대 대답 안 해줄 거거든. 그러니까, 그 뭐더라. 어. 두 글자로 메롱."


진짜 생각나는 대로 아무 말이나 했다. 남자가 듣기에는 나이도 먹을대로 먹은 유령이 유치하게 논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쩌라고. 이미 끝난 게임이다. 나는 탈출할 것이 확실하고, 저 남자는 나를 놓칠 게 분명하다. 게다가 나는 구세대 중에 구세대 중에 구세대라고. 조금 유치하거나 구식인 표현을 써도 내 기준에서는 충분히 신세대인 거니까, 절대로 내가 이 세상을 못 따라가서 그러는 게 아니다. 어쨋든, 그 남자를 계속 볼 거다. 나를 괴롭히 그 남자가 후회하는 표정 말이다. 어떻게 할까. 빨리 달려가서 천장에다가도 나를 구속하는 마늘을 배치할까? 그러면 바로 도망치면 그만이다. 이제와서 나한테 무릎 꿇고 빌까? 그러면 더욱 크게 비웃어 줄 거다. 화가 나서 마늘을 발로 찰까? 아니지, 먹어야지.


"헐."


그 남자가 어떤 반응을 할까 지켜봤는데, 남자는 나를 계속 쳐다보다가, 점점 표정이 밝아지고는, 뭔가를 깨달은 듯이 작게 그 소리를 냈다.


"그래! 하늘로 도망치면 되는 거였어! 고마워, 뮤즈!"


이거 완전 내가 예상한 거와 방향이 완전히 반대되는데. 아마도 내가 하늘로 날아가는 거에서 영감을 받아서 그렇게 이야기를 쓰려고 하는 것 같다. 아니, 그런데 내가 읽은 소설에서 하늘로 도망칠 수단이 존재하던가? 아리까리하다. 내 마음도 어딘가 붕 떴다. 분명히 그 남자를 조롱해주려고 했던 건데,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나 받아버렸다. 그런데 더 고약한 건, 그래도 남에게 좋은 일을 해 줬다는 게 그다지 기분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래도, 내 기분이 좋다는 걸 저 남자가 알면 다시 기분이 나빠질 거 같으니, 그대로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형씨, 뭐하슈."


그 남자의 집을 벗어나서 곧 이어 그라나다의 거리 전체가 보일 때, 아까 봤던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다시 말을 걸어왔다. 생각해보니 저승사자란 양반은 죽은 사람들 데리고 맨날 이 시간쯤에 올라가던가. 시차 때문에 살짝 모호한 감은 있지만 말이다.


"왜, 나도 잡아가게?"


"아니, 그건 아니고요. 제가 왜 당신을 잡겠어요. 그냥, 뭐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 뿐이오."


"뭔데."


"그, 뭐냐. 일 때문에 영국에 갈 일이 있었는데, 그 크리스탈 팰리스라는 축구 팀 말이오. 알고 있슈?"


모를 리가 없다. 우리 애버튼을 강등시킨, 천하의 나쁜 놈들이다. 괜이 말을 꺼낸 걸 보니 나를 비웃으려고 말을 꺼낸 게 분명하군 이 나쁜 자식.

"아니, 그건 아니고. 그 팀에서 경기 끝나고 약물 체크 하는데 한 사람이 걸려가지고, 경기 결과가 3대 0 에버튼 승리로 바뀌었다고 해서 전해주는 거요. 막 지금 영국은 난리도 아니더만. 프리미어 리그에서 약물을 썻다는 게 거의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던데, 그런 건 난 잘 모르겠고. 아무튼 그거 때문에 지금 영국에서 사람 많이 죽고 있어서 피곤한 참이오.


어느 팀 응원하는지는 들어본 적이 없긴 한데, 형씨께서 프리미어 리그 좋아하신다길래 알려주려고 했소."


잠깐,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야. 원래 지면 강등 확정에, 이번 경기 이기면 다음 경기 비기기만 해도 잔류 확정이었다. 게다가 다음 내 기억이 맞다면 다음 상대는 지금 20 팀중에 20등으로 일찌감치 강등을 확정지은 더비 카운티니까.


애버튼이 잔류할 가능성이 엄청 높아졌다는 뜻이다! 만세! 


개 망한 소설...

이걸 기말고사로 제출했으니 학점은 아마 D가 나올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