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꽃의 요정이고 내 종족은 자신이 살아가기로 결정한 꽃을 죽을 때까지 살아가며 지키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생각하며 살아가요. 


중간에 꽃이 죽으면 어떡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선택한 꽃은 절대로 시들지 않으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우리는 꽃이 씨앗일 때부터 자리를 잡고 살아간다. 살아가는 방법은 당신들과 크게 다르지가 않아요. 


개구리 피부로 만든 침대가 있고 개미의 시체 조각으로 만든 책상이 있고, 뭐 요정이라도 해서 딱히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그러고보나 깜빡하고 말하지 않은 게 있는데 당신들은 나와 내 종족을 요정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에요.


딱히 신경쓰이지는 않지만 당신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사실 궁금하긴 하거든요, 그리고 어느새 재가 지키는 살고 있는 씨앗은 어느새 붉은 색 꽃이 되었어요. 


내가 열심히 꽃을 지켜온 덕분이에요. 내 종족이 살아가는 꽃은 우리가 꽃 안에 있다면 꽃은 절대로 시들지 않지만 우리가 잠깐이라도 꽃과 떨어져 버리면 꽃은 죽고 말아요. 


그런데 내가 지키는 꽃을 처음보는 인간 한 명이 그대로 들고와 자기네 집의 화분에 심어버렸다. 괘씸했다. 꽃의 파수꾼인 나에게 허락을 구하지도 않고 멋대로 꽃을 가져가다니요. 


나는 꽃에 물을 제데로 주려고 하지 않거나 자기가 가져왔으면서 신경을 끄게 된다면 그 인간을 저주하겠다고 결심했다. 종족의 명애를 걸고서 말이에요. 


그런데 내 생각보다 이 인간은 조금 특이한 별종이었다. 항상 밤늦게 돌아오면 속은 회색이고 겉은 검은색인 옷을 입은 채 이상한 냄새를 가득 풍기면서 정 과장 씨발 좆같은 새끼, 라는 이해하기 힘든 말을 중얼거리며 화장실이라는 냄새나는 공간으로 향하는 거예요.


그리고 당신들은 내 종족처럼 전부 야행성 동물인가요? 그 인간은 항상 내가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나면 기다렸다는 듯, 문을 열고 돌아왔거든요. 정말 당신들은 이해하려고 하면 또다른 의문이 생기는 신기한 종족들입니다.


그래도 그 인간은 이상하기만 한 건 아니었어요. 가끔씩 자신과 똑같은 인간 몇명을 데려와서 유리라는 신기한 물질로 만들어진 물건 안에 들어 있는 투명한 액체를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하루종일 마시면서 정 과장이라는 인간을 욕을 하더군요.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웃겼습니다. 그런 동시에 정 과장이라는 인간은 정말 무시무시하고 포악한 성격의 인간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인간들은 정말 이상합니다. 


그리고 이걸 얘기하면 좋겠군요. 그 인간의 이름을 알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름이, 잠깐만요. 옛날 기억을 떠올리려니까 어렵네요. 이름이, 뭐였더라. 아, 맞다! 이제야 생각났네요. 


그 인간의 이름은 한겨울이었어요. 한겨울, 정말 단순한 이름인이죠?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어쨌든, 한겨울은 밤늦게 들어오고 낮에는 골아떨어져 있는 생활을 반복하다가 어떤 날에는 낮에도 일어나 있더라고요. 


그리고 한겨울은 꽃에 물을 주는 것도 잊지 않고 물을 주었어요. 생각보다 성실한 사람이더라고요. 그 덕분에 저도 꽃을 계속해서 지킬 힘이 났고요. 너무 좋은 일 아니겠어요? 그런에 행복은 오래가지 못하더라고요. 


한겨울이 어느날 갑자기 쓰러지고 119라는 숫자가 증에 새겨져 있는 인간들이 어디론가로 데려가 버린 그날, 평범했던 일상은 송두리째 사라지고 말았어요. 


한겨울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왔지만 얼굴은 이전과는 다르게 창백해지고 마치 말라비틀어진 곤충 시체와도 같이 변했더라고요. 


저는 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아파왔어요. 이건 저의 추측이었지만 한겨울은 아무래도 몹쓸 병에 걸린 것 같았어요.


저같은 요정이 인간에게 연민을 가지는 경우는 매우 적지만 이번만큼은 너무 슬프더라고요. 한겨울은 그저 열심히만 살았을 뿐인데 도대체 왜 저런 일을 당한 걸까, 라고 눈물까지 나더라고요. 


저는 한겨울에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위로의 말을 간네주었어요. 


"부탁이에요. 제발 다시 건강해지시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으니까, 제발 건강을 되찾으시길 바랄게요. 보세요, 거센 바람이 불어오면 손쉽게 뿌리째 뽑혀버리는 꽃과 한낱 요정에 불과한 저도 시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당신도 시들지 말아주세요. 부탁드려요."


저의 간절한 위로가 들렸갈 바라면서 저는 잠도 자지 못하고 걱정하고 또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한겨울은 집에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그리고, 마치 살밤신 하반신 구분이 없고 비닝봉치처럼 생긴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집안에 멋대로 들어와서 짐을 정리하기 시작하더라고요. 


물을 주는 사람이 없어서 저의 꽃은 생기를 잃어가고 저도 노력은 하고 있으니 꽃은 죽어가고 있어요. 그래도, 저는 한겨울, 그 인간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꽃이 시들지 않도록 노력할 거랍니다. 


저희 요정은 끈기가 상당한 편이거든요. 부디 저와 저의 꽃, 그리고 하얀색 벽돌 집에서 치료를 받고 있을 한겨울 그 인간을 응원해주세요. 


-이름없는 꽃의 요정이 아름다움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래 오늘도 노력하는 인간들에게 전함-